크래프톤 웨이: 도전, 실패, 실패, 실패, 실패… 그리고 성공?

“이 책이 기업 스토리를 가장한 성공 신화나 위인전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에필로그에 적힌 장병규 의장의 말이다. 크래프톤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로서 책을 집어든 나의 바람도 같았다. 다행히 저자(이기문 기자)는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두기에 성공한 듯 하다. 이 책은 정말이지 적나라하다.

한 기업의 10년사를 이 정도로 솔직하게 담아낸 책은 처음 봤다. 임직원의 비판, 불평, 불만, 때로는 비난과 비아냥, 심지어 퇴사하는 이들의 마지막 호소는 물론이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까지 실려 있다. 일부 가감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읽을 때는 진땀이 났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경영진과 임직원은 상처를 주고 받았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자금줄은 마르고 말라 임금 2개월분 정도만 남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장병규 의장과 크래프톤의 경영진은 ‘소통’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의견을 받아 감정이 상하고 욕지거리가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응답을 했다.

소통에 관한 장병규 의장의 메시지를 아래에 옮겨본다:

오랜 세월 경영을 해보니 결국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 같다. (…)
경영자의 소통이란 결국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이기심과의 끊임없는, 너무나도 지루한 싸움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절대 없어지지 않으며,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심지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일수록 이기심이 가득할 것이다. (…)
경영자가 소통에 실패하거나 게을러지면 너와 나를 가르는 행위가 조금씩 시작된다. 편을 가르는 사내 정치가 시작되며, 사일로 현상이 본격화된다. (…)
소통 과정에서 경영자는 인간적 상처도 많이 받을 것이다. (…)
절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장병규의 메시지 #4 소통에 대하여
이기문,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2021.

크래프톤의 전신 블루홀 창업 초반의 설렘은 잠깐, 이어지는 기나긴 고난의 시간들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그 고통이 생생히 전해졌다. 배틀그라운드의 초대박 성공이라는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힘들었다. 블루홀 10년사의 클라이막스라 할 배틀그라운드 기획 이야기는 책의 절반을 넘어가야 등장한다.

공동창업자이자 투자자인 장병규 의장은 블루홀 창업 전에는 게임 제작에 관하여 잘 알지 못했다. 제작팀을 믿고 창업했고, ‘경영과 제작의 분리’라는 원칙을 지켰다. 단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데 3년, 300억을 썼지만 부족했다. 4년, 400억을 써서 출시했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작을 맡았던 공동 창업자 4명 중 3명이 회사를 떠난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했다. 북미 시장을 두드렸지만 실패한다. 중국 시장에서도 진출해보지만 실패한다. 게임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목도하고 모바일 게임 제작팀을 중국 현지로 보내서 개발하는 모험을 감행하지만 역시 실패한다.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정말 징하게 실패한다.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의 성장은 이뤄야 한다. 사업은 실패해도 조직이 혹은 개인이 실패하게 두어선 안 된다. 조직은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병규의 메시지 #6 도전에 대하여

블루홀 2.0과 배틀그라운드

2012년 겨울, 전체 직원의 20%를 내보내는 대규모 인원감축을 한다. 2013년 2월 강남에서 판교로 사옥을 이전한다. 임대료를 아낀다. 2013년 여름, 장병규 의장은 번아웃을 토로하며 회사 매각을 고민하지만, 김강석 전 대표가 만류한다. 김강석 전 대표는 차기작 출시 전까지 버틸 방법을 구상한다. “끝까지 하기 위한 지혜로운 실행들”(장병규 의장)을 모색한다.

전략을 수정한다. 단 하나의 명작에 회사의 명운을 걸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넓힌다. 군소 게임 제작사(스튜디오)를 인수합병하여 연합군을 꾸린다. 이른바 ‘블루홀 2.0’이다. 그리고 2014년 11월, 연합군에 합류한 지노게임즈의 김창한 PD(현 크래프톤 대표)가 결국 일을 낸다. 2015년 11월, 김창한 PD는 지금의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기획서를 제안한다.

제안을 받은 경영진은 이 기획이 말이 된다고 느끼면서도 말이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경영과 제작의 분리’라는 원칙은 숱한 실패 속에서 이미 폐기되었다. 정확히는 업그레이드 되었다. 경영은 제작 리더십을 존중하되 사전에 협의한 마일스톤으로 견제한다. 실제로 이 제작 관리 프로세스를 거치며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영진을 향해 “지금 이 바람이 느껴지지 않느냐”며 “지금은 완벽함보다 속도가 더 중요한 때”라며 장문의 이메일을 쓴 김창한 PD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블루홀에 합류하기 전까지 포함하면 김창한 PD 역시 17년 간 3개의 게임을 만들었지만 모두 ROI(투자 대비 수익)을 달성하지 못했다. 가혹한 말이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경영과 제작은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로, 같이 살길을 도모해야 한다. 게임 출시에 실패한 개발자는 죄인이 아니고, 게임회사 경영인은 악마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업을 위해 그저 제 일에 충실할 뿐이다. 블루홀에서 게임 개발을 하는 일은 중단되는 게임을 계속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개발 중단은 상처가 아니라 다음 성공을 위한 훈련 과정일 분이다. 실수한 순간에 그대로 멈추면 실패이지만, 딛고 일어서면 성공이 된다.

⟨경영인을 이해하기⟩

배틀그라운드는 전대미문의 대흥행을 거두며 회사를 살려냈고, 크래프톤은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2021. 8월 예정). 그래서 이 스토리는 성공으로 끝난 것일까. 배틀그라운드는 그토록 바라던 “10년 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걸까. 글쎄, “그 미래가 어디인지,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이야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의 상장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장병규 의장과 공동창업자들, 투자자들 그리고 임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부를 얻게 될 것인지를 이야기 한다. 억 단위 숫자가 언급된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고 나면 지금 크래프톤 상장이라는 사건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장병규 의장, 김강석 전 대표, 김창한 대표가 직접 쓴 이메일과 그들이 참여한 회의록 일부가 (약간의 각색을 거쳐) 그대로 실려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어려운 상황일수록 소통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성공은 결과이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과거 제 프로젝트에서 결여된 것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봤어요. 개발자는 먼저 로망을 가지고, 그다음 도전과 혁신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도전과 실패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김창한 대표

비전을 향하는 성장

성공이냐 실패냐. 세상 사람들을 결과에 관심이 많다. 결과는 물론 중요하다. 다음 도전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성공이란 결과에 머무르면? 그 성공은 더는 성공이 아니다. 선물처럼 찾아온 잠깐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에 낙담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의 길을 걸으려면 함께 하는 꿈, 즉 비전을 중심으로 좋은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블루홀에서 크래프톤으로. 10년의 시간 동안 비전의 변경(MMORPG의 명가 → 게임 제작의 명가)은 있었지만, 방향을 잃지는 않았다. 한결같이 “비전을 향하는 성장”을 추구했다. 성공이란 결과는 하늘의 일임을 알았지만, 사람의 일, 조직의 일을 최선으로 해내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고민했다.

김강석 전 대표는 사내 소통 행사에서 “앞으로 5년 후 블루홀이 어떤 회사로 있기를 기대하고 예상하나요?”라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출시한 게임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소망이 있다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이야기한 것이다. 나는 이 한 문단에 기업 경영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경영진과 제작진이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막힘없이 토론하고 거침없이 비판하는, 그러나 합의된 결론을 향해 한마음으로 달리는 회사. 제작의 리더십과 실무진이 신뢰와 존중으로 팀을 이루어, 때로는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잡는 프로젝트를, 때로는 세상에 쉽게 나오지 않을 독특한 아이디어를 과감히 프로젝트로 만드는 회사. 실패한 팀에 손가락질하지 않고, 성공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을 무시하지 않는, 성공과 실패 모두에 겸허하게 열려 있는 회사.

김강석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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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웨이: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 김영사, 이기문

사내 창업가를 위한 14가지 규칙

록히트마틴의 R&D 조직으로 알려진 ‘스컹크웍스’(Skunk Works)에는 클래런스 ‘켈리’ 존슨(Clarence Kelly Johnson)이 만든 14가지 규칙 — 이른바, Kelly’s 14 Rules — 이 있다.

⟪린 분석⟫(Lean Analytics)의 저자들은 위 규칙을 일부 수정하여 내부로부터 회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내 창업가(Intrapreneur)를 위한 14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Lean Analytics
  1. 만약 규칙을 깨기로 했다면 변화에 대한 책임과 함께 윗선에서 부여해준 권한이 필요하다. 임원의 지지를 확보하라.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라.
  2. 회사 내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실제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라. 이렇게 하려면 고객지원팀과 영업팀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은 여러분이 고객과 접촉하면서 일으킬지 모를 변화와 불확실성을 원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계속 요구해야한다.
  3.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실행력이 좋으며 업무성과가 좋은 사람들로 구성된, 민첩하게 움직이는 소규모로 팀을 꾸려라. 이런 팀을 구성할수 없다면 아직 윗선에서 여러분의 생각을 진정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4. 급격한 변화를 다룰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하라. 도구를 구입하지 말고 임대하라. 되도록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주문형 기술을 이용하라. 자본적 지출(Capex)보다는 운영비 지출(Opex)이 유리하다.
  5. 회의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보고는 간단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라. 그러나 나중에 분석할 수 있게 진척 상황을 반드시 기록해야한다.
  6. 데이터는 공유하고 조직에 숨기려고 하지 말라. 단기 비용이 아니라 여러분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7. 새로운 공급 업체가 더 낫다면 그쪽으로 바꾸는 것을 꺼리지 말되, 합리적이라면 모회사 규모의 경제와 기존 계약의 힘을 이용하라.
  8. 테스트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제품의 요소들이 신뢰할 만한지 확인하라. 이미 있는 것을 다시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기존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 구축하라. 특히 초기 버전을 만들 때는 더욱 그렇다.
  9. 테스트와 시장 조사를 외부에 맡기지 말고 자기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최종 사용자와 직접 만나보라.
  10.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목표와 성공 기준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라. 이것은 경영진의 후원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혼란을 줄여주고 쓸데없이 높은 사양의 제품을 개발하거나 목표를 이리저리 바꾸지 않게 해준다.
  11. 많은 서류 작업 없이, 그리고 프로젝트 도중에 인력을 줄이는 일 없이 자본과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라.
  12. 오해와 혼란을 피하려면 고객이나 고객을 대변해줄수 있는 사람들, 가령 고객지원부서나 판매 후 지원인력 등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라.
  13. 가능한 한 팀 외부인이 팀원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라. 부정적인 사람들이 팀 분위기를 망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제대로 테스트하기도 전에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14.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에 대해 보상하고 필요하면 일반적인 보상체계가 아닌 다른 보상 모델을 사용하라. 여하튼 여러분은 사내 창업가들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자기 사업을 하려고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위 내용은 스타트업 분야의 교훈을 대기업 환경에 맞게 작성한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면, 규모가 거대한 회사라도 변화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강력한 리더십과 경영진의 후원이 있어야 사내 창업가 또는 사내 혁신 조직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위 14가지 규칙에는 “회사 윗선의 진정한 지지”와 “회사 내 자원 사용과 고객 접근을 위한 권한”이란 말로 표현되었다.

스타트업이 MVP로 PMF를 찾는 과정

스타트업이란 무엇이고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텍스트북 1주차 후기)

3주차 주제는 스타트업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고, PMF(Product-Market Fit, 제품과 시장이 부합한 상태)를 찾는 과정이다.

에이블리 강석훈 대표가 MVP가 무엇인지, 왜 MVP를 만들어야 하는지, MVP를 설계할 때 고려 요소는 무엇인지 직접 설명한다.

MVP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빠르고 많이 해야 한다

MVP는 팀이 가진 문제-해결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다. 실패, 즉 시장 반응이 전혀 없을 가능성이 높고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최소 비용으로 빠르게 만든다. 대신 그럴싸하게 만든다.

MVP를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 과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fake product를 통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테스트를 해보는 프리토타입(Pretotype)과 같은 방법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MVP를 통해 핵심 가설을 검증한 다음 검증된 방향성으로 시장을 공략하며 고객 반응을 확인해나가는 단계가 바로 PMF이다. 여러 번의 MVP를 통하여 핵심 가설이 검증되었다는 확신이 서면 그 다음은 PMF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PMF를 찾았다면 서비스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여야 한다

PMF를 찾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그널은 사용성 데이터와 마케팅 효율을 보며 확인할 수 있다. PMF를 찾았다면 다른 걸 할 게 아니라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게끔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PMF가 맞는 시점은 다른 새로운 걸 시도할 정신이 없는 상태이다.

이때, 대표의 할 일은 scale-up. 자금과 팀원을 확보해서 경쟁사 대비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빨리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에이블리, 스푼라디오, 마켓컬리, 크몽, 웨이브 그리고 프레시코드

MVP, PMF에 관한 강의 내용은 다른 경로를 통해 접한 수준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의 입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팀이 PMF를 찾은 순간을 설명할 때는 스크린 너머로 벅차오르는 감격과 희열이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이블리, 스푼라디오, 마켓컬리, 크몽, 웨이브 그리고 프레시코드의 창업자들이 직접 팀이 세웠던 가설과 이를 검증하기 위해 만들었던 MVP의 수준을 소개한다. 지금은 엄청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 만들었던 MVP의 수준이 생각보다 엉성했다. (그러니까 MVP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빠르고 과감한 실행력에 놀랐다. 나는 지금껏 내가 가진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실험’을 해 본 적은 없다. 크몽 박현호 대표는 자신이 직접 개발을 할 시간이 아깝고 그보다 빠르게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200달러를 주고 솔루션을 샀다고 한다. 그래서 셋팅하고 출시하는데 고작 2주가 걸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매우 현명한 방법이었다.

스타트업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패스트벤처스에서 만든 예비창업자를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텍스트북’(Textbook)을 수강 중이다(보도자료).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문화를 확산시키려 한다는 취지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창업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 생각했다.

아래는 1주차 강의를 듣고 쓴 메모:

텍스트북 1주차
  •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팀이다. 따라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야 한다.
  • 그 문제는 (스타트업을 하며 맞닥뜨리게 될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 있는, 해결할 경우 임팩트가 큰 문제여야 한다. 그렇게 중요하고, 가치 있고, 해결할 경우 임팩트가 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결코 쉬울리는 없다.
  • 그렇기에 각오가 필요하고, 준비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좋은 팀이 필요하다.

아이디어스 김동환 대표은 창업 후 2년 간 월급 못 받고 주말에 피자 시켜 먹고 싶은데 시켜 먹어도 될지 고민하고 결혼식 가서 축의금 못 내고 밥만 얻어 먹고 왔었다고 한다.

자연히,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되묻게 되었는데,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문제 해결에 그 정도 가치가 있다는 확신 하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며 “진흙탕을 뒹구는” 인생이 부러웠다.

가만히 기다려서는 그 문제를 만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내 삶 속에서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리토타이핑 — 진짜로 만들기 전에 가짜로 테스트 하라

알베르토 사보이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2020) 읽었다. ‘될 만한 놈’(The Right It)을 가려내는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 기법에 관한 책이다.

좋은 아이디어,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 시장에서 통하는 아이디어, 통하지 않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이다. 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 안 통할지를 미리 알 수 있을까?

결국은 ‘데이터!’다.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 작은 규모의 실험으로 그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그 데이터를 얻는 방법이 바로 “진짜로 만들기 전에 가짜(fake)로 테스트”하는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이다.

큰 돈과 시간을 투입하기 전, 실행에 옮기기 전에 테스트를 통해 ‘될 놈’과 ‘안 될 놈’을 가려낸다는 발상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가려내기)

알베르토 사보이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2020)

문제는 프리토타이핑 자체가 실행하기에 결코 쉬운 방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프리토타이핑의 3가지 핵심 사항은:

  1. 적극적 투자가 있는 ‘나만의 데이터’를 생성해야 한다.
  2. 빠르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3.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위 3가지 핵심을 지키며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프리토타이핑 도구를 찾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다. 그런데 넘어야 할 더 큰 산이 있다. 그렇게 얻어낸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사결정까지 하는 것이다.

저자는 타겟 유저들로부터 ‘선금 지급’이나 ‘사전 펀딩’ 같은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 낸 경우에만 해당 아이디어의 성공 확률을 높게 본다. (skin in the game)

타겟 유저로부터 “take my money!” 같은 반응 – 말이 아니라 실제 action – 을 얻지 못하면 그 아이디어는 폐기하거나 테스트 과정에서 얻은 타겟 시장/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고쳐져야 한다.

프리토타이핑 테스트의 목표는 아래의 두 가지로 정리된다:

  • (1)적극적 투자를 끌어낼 정도로 먹힐 만한 아이디어가 맞는지 검증한다.
  • (2)테스트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타겟 시장/고객에 대해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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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불패의 법칙:구글 최고의 혁신 전문가가 찾아낸 비즈니스 설계와 검증의 방법론, 인플루엔셜

“조용히 일하자”

제이슨 프라이드 ∙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 ⟪일을 버려라!⟫ (2019) 읽었다. 원제는 It doesn’t have to be crazy at work.

웹 기반 프로젝트 관리, 협업 툴을 만드는 베이스캠프(Basecamp)를 창업하고 20년 간 경영하고 있는 제이슨 프라이드(CEO)와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CTO)이 함께 썼다.

저자들은 회사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지속될 방법을 찾고자 여러 운영 방식을 실험했다. 회사의 운영 방식(Operating System)도 하나의 제품이라는 생각으로 차근히 버전업을 해 온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저자들과 베이스캠프가 다다른 방식은 “조용히 일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일하는 것이 조용히 일하는 것일까. 아래 문장들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c) Basecamp

야망을 제어하라

  • 미친듯이 바쁘게 일하는 일중독에서 벗어나라.
  • 업계 내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매년 이익을 내는 데 만족한다.
  • 목표 — 목표를 위한 목표, 가장된 목표 — 를 세우지 않는다.
  • 5년, 10년의 거창한 장기 계획이 아닌 매 6주마다 다음 업무를 결정한다.

시간을 방어하라

  • 직원의 시간과 집중력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
  • 생산성보다 효과성을 추구하라. 필요 없는 일은 만들지 말라.
  • 남보다 더 오래 일하는 걸 미덕으로 삼는 문화를 없애라.
  • 직원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은 꼭 알려줘라. —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실과 숫자, 이름, 이벤트를 다 알려고 함으로써 지적 능력과 집중력을 낭비할지도 모른다.

문화를 가꿔라

  • 최고의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라 직원의 진짜 가족을 지원하는 회사다.
  • 리더의 자기희생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원의 희생을 강요할 뿐이다. 일중독은 전염병과 같다. 전염병이 아닌 조용함을 확산시켜라.
  • 직원 사이의 ‘신뢰 배터리’를 충전시켜야 한다.
  • 상사로서 문제를 마지막에 알고 싶지 않다면, 그냥 먼저 물어보라. 진지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라.
  • 탑 매니지먼트는 사소한 한마디로도 회사를 출렁이게 할 수 있다. 말의 무게감을 명심하라.
  • 과일이 낮게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시도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해본 적 없는 일을 존중하라.
  • 최악은 새로운 일을 할 직원들을 채용한 후, 그들이 쉽고도 빠르게 결과를 만들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을 실패하게 만든다.
  • 잠을 줄이지 마라. 잠이 부족한 사람은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창의력 발휘도 힘들 뿐더러 인내심도 사라진다. 이해력이 부족하고 참을성도 없어진다. 사소한 문제를 큰 일로 만든다. 집에서는 가족에게 상처를 입히고 회사에서는 동료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수면 부족은 빈틈없이 철저한 사람을 짜증나는 인간으로 바꾼다.
  • 사람을 채용할 때는 그의 이력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와 그가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라.
  • 인재 영입 전쟁은 잊고 잠재력을 가진 직원을 양성하라. 그게 훨씬 신나는 일이다.
  • 스톡옵션은 회사를 조용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 만에 하나 우리가 회사를 매각한다면 이익금의 5%를 현 임직원에게 분배하기로 서약했다. 그건 즐거운 깜짝 선물을 받는 것이니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다.
  •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혜택은 직원이 일에서 벗어나 더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도록 돕는 것이다. 회사 역시 더 건강하고 즐겁게 제대로 휴식을 취한 직원들로 인해 혜택을 얻는다.
  • 도서관 규칙 — 사무실은 도서관 같이 차분하고 조용해야 한다. 개방형 사무실은 조용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전문직에게는 정말 형편없는 구조다.
  • 당신이 누군가를 해고한 이유를 모든 직원에게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남은 직원들은 그 이유에 대해 자신만의 다양한 해석을 할 것이다. 그런 해석들은 대개 진짜 이유보다 훨씬 안 좋기 마련이다.
  • 베이스캠프에서는 누가 떠나면 바로 퇴사 소식을 회사 전체에 알린다.

프로세스를 해부하라

  • 실시간 채팅에 관해 경험을 토대로 두 가지 중요한 규칙을 만들었다: (1) 실시간 채팅은 꼭 필요할 때만 하고, 보통은 실시간 채팅을 하지 않는다. (2) 중요한 일은 천천히 결정한다.
  • 마감일은 합리적으로 정해야 하고, 잘못 정했다면 일의 범위를 줄인다.
  • 즉흥적인 자동 반응을 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검토를 원한다. 누군가 에너지를 쏟으며 준비한 발표에 대해 내용을 잘 듣고 깊이 생각하고 신중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현장 발표보다 문서 발표를 더 선호한다.
  •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새로운 평범함(The New Normal)로 자리 잡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 변화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나중은 변명이 사는 곳이다. 좋은 의도는 나중 때문에 사라진다.
  • 팀 간 상호의존성을 줄여라. 매듭을 더 많이 묶으려고 하지 말고, 묶인 것을 끊어라.
  •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문제에 대해 헌신하고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지, 전원 의견 일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를 준 후, 결정은 최종 결정권자가 하도록 해야 한다. 들어보고 생각해보고 심사숙고한 후 결정하는 것이 그들이 할 일이다.
  • 동의하지 않지만 실행해보는 것(제프 베조스)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건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최후 결정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고 설명한 뒤에 실행하는 것이다.
  • 모든 것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 어떤 일을 적당히 해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을 때, 당신이 진정 탁월해야 하는 일을 탁월하게 해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시작 단계에서 업무를 분석한 후, 시간이 갈수록 일이 점점 줄며 완성돼가야 한다. — 그러려면, 초반에 가능한 한 빠르게 시제품을 구현해보고 실제적인 사항을 검토한다. 프로젝트 초반의 간단한 탐색 기간 후에는, 진행에 집중하며 일을 점점 줄여나가야 한다.
  • 기차가 역을 떠난 후에 더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아이디어가 꼭 더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그 아이디어가 정말로 좋은 것이라면 다음번에 시도하면 된다.
  • ‘아무것도 안 하기’는 반드시 선택지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낼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이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어라. 질문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지만, 명령은 직원들을 지치게 할 뿐이다.
  • 더 많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할 일을 줄이는 것이다.
  • 먼저 당신의 에너지를 지금 하는 일을 끝내는 데 집중하고, 그 일을 마친 후 다음 일을 할 준비가 됐을 때,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하라.
  •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에 신경쓰라

  • 모험을 하되 영리한 모험을 하라. — 영리한 모험이란,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다.
  • 이익이 나야 한다. 흑자일 때 조용히 일할 수 있다.
  • 베이스캠프는 B2B 솔루션을 만들지만 클라이언트 임직원 수에 프라이싱pricing을 하지 않는다. 조용한 회사가 된다는 것은, 당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위한 서비스를 하고 싶은지, 누구를 거절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을 최적화해야 할지 아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한 쪽만 옳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쪽이든 하나를 선택하지 않거나 선택을 망설이는 것이야말로 확실히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 사전 테스트에는 비용이 든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시장에 선보여라. 그러면 시장이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준다.
  • 누군가를 달래기 위한 약속은 하지 마라.
  • 시작은 쉽지만 지속은 어렵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창업한 첫날이 가장 쉬운 날이다.
  • 잔뜩 화가 난 사람과 논쟁하면 그 분노에 불을 더 지필 뿐이다. 당신의 고객에게 ‘별것 아님’ 쪽을 선택하게 하라.
  • 우리는 지나간 좋은 시절이 그렇게 좋으면 그냥 거기 머무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지속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지금 엄청나게 빠른 변화의 한가운데 있긴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 사는 대다수의 직장인이 가지고 있으리라 예상되는 ‘회사’의 이미지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내용이다. “성장 아니면 죽음을!” 성장 신화에 취한 스타트업 씬과도 또 다르다.

한편으론, 이런 하소연을 하고 싶다: 누군들 조용히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저자들이 말하듯 조용히 일하려면, 흑자여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이 결코 정답일 순 없다. 저자들도 그렇게 이야기 하진 않는다. ‘조용히 일하는’ 기업 문화는 저자들과 그들이 경영하는 베이스캠프(Basecamp)가 다다른 하나의 잠정적 결론이다. 기업의 문화는 해당 기업이 놓인 상황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창업자, 경영자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창업자, 기업의 오너, 경영자, 팀장, 리더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엇이 합리적인 방식인지 숙고할 기회로 삼기에 좋은 재료다. 독자 본인이 오너, 경영자, 팀장, 리더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은 유용한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나는 누구나 변화의 일부가 되어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들도 이렇게 말한다: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당신이 회사 차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차원을 찾아보라. 당신은 언제든 자기 자신을 바꿀 수 있고 기대 수준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바꾸고 소통하는 방법을 바꿔보라. 자신의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호하기를 시작해보라. … 조용한 회사는 선택에 달려있다. 그 선택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라.

이 책, 303쪽

마지막으로, 한역 제목은 아쉽다. 일을 버려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제목 덕분에 책에 흥미가 생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 제목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잠재 독자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제대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허슬러만 가득한 줄 알았던 스타트업 씬에도, 성장 지향적인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던 비즈니스 세계에도, 조용히 일하자고 하는 창업자/경영자와 그런 기업 문화를 운영체제로 해서 이익을 내며 순항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B2B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라서 가능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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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레비, 픽사 성공 스토리의 알려지지 않은 주역

로렌스 레비,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변호사 레비 씨, 스티브 잡스의 골칫덩이 픽사에 뛰어들다!⟫ (2017) 읽었다.

잘 나가는(?) 변호사이자 모 기술기업의 임원이던 로렌스 레비가 스티브 잡스의 요청으로 픽사에 합류한 뒤, 픽사의 IPO와 디즈니에 매각하는 딜까지 성사시키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썼다.

이 책의 주요 소재는 단연 스티브 잡스. 그와 가까운 거리에서 긴밀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일했던 저자는 잡스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드러낸다. 그게 자신을 낮추고 공을 잡스에게 돌리는 겸양적 표현의 한 방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또 한 번 위대하다.

2019년의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이미 알고 있다. 1995년 개봉한 ⟨토이스토리⟩는 그해 최고 수익 영화에 오르며 초대박을 쳤다. 최초의 full 3D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역사를 새로 썼다. 아니, 그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토이스토리⟩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도 그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잡스 본인과 달리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잡슨의 확신은 독선과 오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렷한 비전과 사재를 털어넣는 헌신으로 무려 10년 가까이 회사를 지켰고 결국 성공시킨다. 물론 혼자서 한 일은 아니고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인품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로부터 픽사에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저자가 자신이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하던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career적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저자도 그런 고민을 했다. 결국 주류와는 다른 선택을 했고,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 되었다.

원제는 To Pixar and Beyond. 2016.

넷플릭스의 강력한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넷플릭스(Netflix)라는 신문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 고객 유입을 위해 일단 써보도록 하는 넉넉한 한 달 무료 프로모션 정책
  • 제작비를 퍼부은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 버퍼링이 느껴지지 않는 스트리밍
  • pc, mobile, tv 등 여러 디바이스 사이를 부드럽게 넘나드는(seamless) 인터페이스
  • web chat으로 사용해지-결제취소-환불까지 한 큐에 즉시 처리해주는 (국내 통신망 사업자들이 ‘고객 관리’라는 미명으로 구질구질하게 들러붙는 것과 대비되는) 쿨한 사용자 경험

과연 이것이 글로벌 레벨의 서비스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국내 IPTV 서비스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버벅대면서 구동이 된다. 내 돈 주고 사서 보는 유료 콘텐츠를 틀어도 광고 몇 개를 피하지 못한다. 대체 왜?

비디오・DVD 렌탈서비스로 시작하여 글로벌 스트리밍・콘텐츠 플랫폼으로 우뚝 선 넷플릭스의 ‘성공’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럴수록 그 비결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2009년 SlideShare에 넷플릭스의 문화를 설명하는 레퍼런스 가이드를 공개했다(아래).

120장이 넘는 이 culture deck은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표현을 빌려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불리며 여전히 바이럴 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세계적인 것이 될수록 “자유와 책임”이라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패티 맥코드,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2018)

이 책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은 넷플릭스의 성공이 기업문화 그리고 이 문화를 실제로 가능케 한 인사정책 덕분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저자 패티 맥코드는 넷플릭스 초기 1998년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2년까지 무려 14년 간 최고인재책임자(CHRO) 자리에 있었다. 소위 ‘Netflix Culture’를 함께 만든 사람이기에 이에 대한 해설서를 쓰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넷플릭스의 인재 정책은 아주 단순하다:

  • 고성과자를 모셔오는 게 최고라는 것
  • 고성과자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라는 것
  • 고성과자가 자신의 퍼포먼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라는 것 — 어떻게?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 동료를 모두 고성과자로 꾸려준다.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이다.
  •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절차, 정책은 없애버린다.
    작게는 휴가 신청 절차부터 크게는 연례 인사 고과(그냥 자주 피드백 해주는 게 더 낫다), 승진(업무와 승진을 연결시키지 마라), 복잡한 인센티브 체계(업무와 인센티브를 연결시키지 마라)에 이르기까지.
  • 솔직하고 투명하게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사업 내용은 물론이고, 세부 업무 피드백, 내가 왜 이 연봉을 받고 있는지까지.

​이런 인사정책이 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넷플릭스는 성과를 중요시한다.”라는 것입. 그게 곧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이다. 성과 중심. 단순하다. 그래서 강력하다. It’s Powerful!

이런 인사정책이 유지되려면, 리쿠르팅의 안목 부족으로 잘못 채용된 사람들, 한때는 고성과자였으나 시장이 급변하고 사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제는 조직과 맞지 않게 된 사람들을 제때 잘 내보내야 한다.

회사라는 조직이 ‘가족’(혈연으로 맺어진 평생 공동체)과 ‘스포츠팀’(철저히 실적과 성과로 평가되어 in-out이 자유로운 집단)의 어디쯤에 존재한다면, 가족보다는 스포츠팀에 가까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패티 맥코드의 주장은 마치 인간이 학습 가능한 존재이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오해를 익히 받아왔는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고 구구절절 해명합니다.

다만, 넷플릭스와 같이 경쟁적인 시장에서 싸우고 있으며 사업 규모와 범위가 급격히 성장하는 상황의 기업이라면, 기존 구성원이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업무에 대응하기를 기대하고 지원하기보다는 업계 최고 실력자를 데려와서 그 업무를 맡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체되는 기존 구성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들에게 맞는 업무, 팀, 회사는 사실 따로 있을 수 있다. 자주, 그리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어서 그들이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임직원들이 다른 기업의 채용면접을 보는 것이 taboo가 아니다, 여기에는 (업계 최고 대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려는 목적과 함께) 이런 이유도 있는 것이다.

이 책 그리고 넷플릭스 문화에 놀라운 점이 있다면 이 내용들이 단지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행하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에서 14년 간 최고인사책임자(CHRO)로 근무해 온 저자 역시 자신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퇴사시킨) 많은 전(前) 넷플릭스 임직원들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2012년 넷플릭스를 떠나야 했다.

넷플릭스 초기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직접 넷플릭스로 데리고 왔고 이른바 넷플릭스 컬처를 만든 사람이지만, 스스로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이 결말 또한 파워풀하다.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리뷰 데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계산기 두드리지 않은 포석이 어디 있겠냐만은, 성공한 창업자들이 투자, 육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배 창업자들을 지원함으로써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분명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오렌지팜 서초센터

이런 맥락에서 오늘 다녀온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의 리뷰 데이 행사는 인상적이었다.

주로 게임, 넓게는 컨텐츠 분야에서 제품을 만들고 고치고 다듬고 팔 궁리까지 치열하게 하는 발표자들을 보면서 이 영역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인생을 걸었다 할 정도의 결기가 느껴졌다.

위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개발 및 사업에 관하여 진지하게 코멘트를 해주던 창업자는 그 자신도 “실패하는 날 전날까지 실패할지 모르고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로 후배 창업자들을 응원했다.

처음 듣는 게임 관련 용어들을 검색해가며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알파.

미키 김 Google 디렉터의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문화” 특강 정리

김현유(Mickey Kim) Google 디렉터의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문화” 특강을 들었다. 드림플러스63 입주사 센트비(Sentbe)가 준비한 사내 행사(일명 Sentbe TED)였다.

특강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다:

  • 미팅은 정해진 시간에, schedule-based work process
    • 팀 미팅, 1 on 1 미팅 모두 정해진 시간에 진행
    • 미팅 희망시, 빈 slot에 참가인원 invite 하여 arrange
    • 자료 준비 등 집중하고 싶은 시간대도 본인이 설정
    • 위 업무 일정은 팀원들 모두 스케쥴러로 공유 (google calendar)
    • 일정 예측 가능, 하고 있는 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문화
    • 출퇴근 시간, 업무 장소의 유연화로 Work-Life Balance 달성됨
  • 성과평가는 Career Development에 도움이 되도록, 냉정하게
    • 분기마다 OKR(Objective & Key Result) 직접 작성
    • 2분기마다 주로 가까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평가 실시
    • 평가는 크게 3분야 “한 일, 잘 하고 있는 일, 더 잘 해야 할 일”
    • 실명 평가이고, 평가 작성에 시간을 많이 들임
    • 자기 직급(Lv.)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야만 승진이 가능
    • 성과평가 과정이 피평가자의 Career Development에 도움이 됨
  • Management Communication은 자주, 공개적으로
    • 회사 정책, 방향 설명하는 타운 홀 미팅을 자주 개최함
    • 타운 홀 미팅 전부터 내부 시스템으로 질문을 취합하고,
    • 인기 있는 질문일수록 상위로 올라가서 답변을 주는 시스템
    •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ownership을 갖게 됨
    • 불필요한 웅성거림을 줄이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줌
  • Q&A
    • Google은 검색 → Mobile First → AI First 추진 중
    • 업무에 있어서 over-communication은 매우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