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대구 가족과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을 그날 저녁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인화 주문을 넣어 어제 대구에 도착하게끔 했다. 오늘 누나가 어머니께 그 사진들을 건네드렸다. 물론 좋아하셨다.

    어려운 일 아니고, 대단한 일 아니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예전 같았으면 이 핑계(좀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들어야지) 저 핑계(다음 기념일 때 모아서 드려야지)를 대며 묵혀뒀을 일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른다.’ 그 생각이 머리에 들어오고나서부터는 미루지 않고 싶다.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하고 싶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언제까지 이 조직에서 이 사람들과 이 일을 하고 있을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 오후 사무실에서 피자 하나 시켜 먹는 간단한 팀 행사였음에도 ‘피자파티’ 줄여서 ‘피파’라고 이름 짓고, 동명의 스포츠게임 이미지에 팀장 사진을 합성한 포스터도 만들어 붙였다.

    오늘 행사 중에 찍은 스케치 사진들은 간략한 메시지와 함께 퇴근 전에 전체 이메일로 뿌렸다. 너무나 사소한 행사라 오늘을 넘기면 그냥 다 휘발될 것 같아서 마침점을 찍는 느낌으로.

    피자파티의 추억

    한 동료가 퇴근하면서 “오늘 덕분에 재밌었어요. 이건 기억에 남겠네요.” 하고 말했다. 그 말을 다음에, 어쩌나 생각이 났을 때, 시간이 흐른 뒤 아 맞다 그때 말이죠 하면서,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 오늘 내게 그 말을 해줬다.

    행사 시작 전부터 내가 붙인 포스터를 보고 동료들이 웃고 즐거워했기 때문에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이미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그 동료의 말을 들으니 또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 오늘. 모든 것은 오늘. 어제 어린이집에서 들은 부모 강연회 내용도 그것이었다.

    적지 않은 수의 부모들이 아이의 미래를 대비해 선행학습을 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현재에 충실할 수 있도록, 즉, 지금 발달단계에서 배우는 것을 충분히 짚고 넘어갈 수 있도록, 현재 궁금한 내용을 다루고 고유한 방식에 따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곧 가장 좋은 학습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삶과 배움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곧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말씀이었다. 십분 공감했다. 

    오늘. 모든 것은 오늘. 오늘 충실한 것이 내일을 위한 가장 좋은 준비다.

  •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7가지 방법

    서재근,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2015)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여느 기획방법론 책들과 달리 굳이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왜 장점일까. 좋은 이야기는 독자를 참여시킨다. 독자는 이야기에 빠져 유사 경험을 내재화한다. 책을 덮고 한참이 지나도 내용이 선명히 기억난다. 주인공인 5년차 광고인 김지학 대리의 성격이나 그가 처한 상황, 내부 경쟁 PT에서 패배한 그의 당혹감, 팀을 옮기면서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집념, 새로운 팀에서의 변화, 배움, 도전 등등.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습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의 각도를 넓혀라.” 생각을 깊이 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각도를 넓히라는 말은 좀 낯설다. 다양한 각도로 접근을 하라는 말은 많이들 쓴다. 저자는 ‘통찰력’은 ‘같은 사물과 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사물과 현상을 기존과는 다른 각도로 바라볼 때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각도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항상 같은 각도로만 보던 사람은 그 각도에 익숙해서 그것에 익숙해진 사실 조차 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말이 통하려면 그 자신이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고, 그에 앞서 대체 어떤 생각이 고정관념인지부터 알아야 할 터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이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크게 7가지이다:

    1.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2.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
    3. 입체적으로 생각한다.
    4.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5. 프로세스에 연연하지 않는다.
    6. 진짜 문제를 생각한다.
    7. 숫자를 믿지 않는다.

    먼저,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취하면서도 스스로의 생각의 스위치를 항상 켜두라는 말이다. 당연하지! 정말 당연한가? 전문가의 의견도 최대한 다른 각도에서 최대한 냉정하게 의심해보자.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관념은 우리를 구속하는 생각, 일종의 ‘한계점 같은 생각’이지만 그 한계점을 극복할 때 우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줌과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고정관념을 찾으려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원래 그런 것으로 느껴지는 것 앞에서 멈춰 서는 연습을 해보라. 고정관념을 찾으면 반대로 생각해보라.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의심은 해보라.

    입체적 사고란 “주어지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의 단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각도에 따라 보이는 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의 각도를 펼쳐 입체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습관”을 말한다(p.183) 이 습관을 훈련하는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정의하거나 단정짓지 않는 것이다.

    회의 시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터무니없다거나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이야기는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 또는 단면적 사고를 건드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인내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접근해보자. 이것은 아이디어를 찾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회의에 임하는 좋은 자세이기도 하다. 회의 때는 받아적기보다는 질문을 하며 그 생각의 궤적을 좋고 나의 의견과 갈라지는 부분을 체크해두자.

    프로세스를 중시하되 프로세스에 갇히지는 말자. 프로세스는 때로 의심의 여지를 지워버린다. 프로세스에 생각을 지배당하지 말고 생각으로 프로세스를 지배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최대한 단순화하면 결국 ‘목표’, ‘해결과제’, ‘해결방안’ 이 세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해결 방안에 대한 통찰(아이디어 발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문제 설정’이다. 부정적인 상황 자체를 문제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현상(phenomenon)과 문제(problem)은 다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기획은2형식이다⟫를 참고)

    숫자는 힘이 세다지만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특정한 의도’에 취약한 면이 있고 그래서 얼마든지 그릇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숫자는 숫자로 명시된 사실 이면의 맥락을 ‘단면화’하여 우리의 입체적 사고를 방해한다. 소비자 조사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고, 그들에게는 좀 더 바람직해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려는 습성이 있다. 조사는 인사이트의 부족을 메우는 보완재일 뿐이다.

    읽으면서 가장 머리가 시원해졌던 부분은 아래. 주어진 문제(30~40대를 핵심 타깃으로 출시된 음료를 어떻게 더 잘 팔 것인가?)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타깃을 설정함으로써 문제 설정 자체를 새로 해버리는 대목:

    우리는 그것을 조사의 오류 혹은 조사 분석의 오류로 생각했어요. … 우리도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해봤어요. 대신 OOO에서 묻지 않은 질문 하나를 더 포함시켰죠. ‘찌뿌듯하고 집중이 잘 안 될 때 여러분은 보통 무엇을 원하게 되는가?’ … 그 결과 애석하게도 ‘음료로 머리를 맑게 하겠다’는 대답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30~40대 직장인들은 ‘사우나에서 쉬고 싶다’, ‘산책을 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던 거에요. …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건 어쨌든 업무를 피해 잠시나마 쉬는 거예요. 그것이 그들의 진짜 욕구죠. 김 대리가 파악한 건 그들의 진짜 욕구라기보단 포장된 욕구가 아닐까 싶어요.

    이 책, 345쪽

    마지막으로, 영국 끝자락에서 런던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타스케 팀장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책에서 확인하시길.) 나의 대답은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

  • 넷플릭스의 강력한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넷플릭스(Netflix)라는 신문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 고객 유입을 위해 일단 써보도록 하는 넉넉한 한 달 무료 프로모션 정책
    • 제작비를 퍼부은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 버퍼링이 느껴지지 않는 스트리밍
    • pc, mobile, tv 등 여러 디바이스 사이를 부드럽게 넘나드는(seamless) 인터페이스
    • web chat으로 사용해지-결제취소-환불까지 한 큐에 즉시 처리해주는 (국내 통신망 사업자들이 ‘고객 관리’라는 미명으로 구질구질하게 들러붙는 것과 대비되는) 쿨한 사용자 경험

    과연 이것이 글로벌 레벨의 서비스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국내 IPTV 서비스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버벅대면서 구동이 된다. 내 돈 주고 사서 보는 유료 콘텐츠를 틀어도 광고 몇 개를 피하지 못한다. 대체 왜?

    비디오・DVD 렌탈서비스로 시작하여 글로벌 스트리밍・콘텐츠 플랫폼으로 우뚝 선 넷플릭스의 ‘성공’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럴수록 그 비결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2009년 SlideShare에 넷플릭스의 문화를 설명하는 레퍼런스 가이드를 공개했다(아래).

    120장이 넘는 이 culture deck은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표현을 빌려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불리며 여전히 바이럴 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세계적인 것이 될수록 “자유와 책임”이라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패티 맥코드,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2018)

    이 책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은 넷플릭스의 성공이 기업문화 그리고 이 문화를 실제로 가능케 한 인사정책 덕분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저자 패티 맥코드는 넷플릭스 초기 1998년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2년까지 무려 14년 간 최고인재책임자(CHRO) 자리에 있었다. 소위 ‘Netflix Culture’를 함께 만든 사람이기에 이에 대한 해설서를 쓰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넷플릭스의 인재 정책은 아주 단순하다:

    • 고성과자를 모셔오는 게 최고라는 것
    • 고성과자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라는 것
    • 고성과자가 자신의 퍼포먼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라는 것 — 어떻게?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 동료를 모두 고성과자로 꾸려준다.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이다. (이른바 ‘최복동’)
    •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절차, 정책은 없애버린다.
      작게는 휴가 신청 절차부터 크게는 연례 인사 고과(그냥 자주 피드백 해주는 게 더 낫다), 승진(업무와 승진을 연결시키지 마라), 복잡한 인센티브 체계(업무와 인센티브를 연결시키지 마라)에 이르기까지.
    • 솔직하고 투명하게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사업 내용은 물론이고, 세부 업무 피드백, 내가 왜 이 연봉을 받고 있는지까지.

    ​이런 인사정책이 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넷플릭스는 성과를 중요시한다.”라는 것이다. 그게 곧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이다. 성과 중심. 단순하다. 그래서 강력하다. It’s Powerful!

    이런 인사정책이 유지되려면, 리쿠르팅의 안목 부족으로 잘못 채용된 사람들, 한때는 고성과자였으나 시장이 급변하고 사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제는 조직과 맞지 않게 된 사람들을 제때 잘 내보내야 한다.

    회사라는 조직이 ‘가족’(혈연으로 맺어진 평생 공동체)과 ‘스포츠팀’(철저히 실적과 성과로 평가되어 in-out이 자유로운 집단)의 어디쯤에 존재한다면, 가족보다는 스포츠팀에 가까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패티 맥코드의 주장은 마치 인간이 학습 가능한 존재이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오해를 익히 받아왔는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고 구구절절 해명한다.

    다만, 넷플릭스와 같이 경쟁적인 시장에서 싸우고 있으며 사업 규모와 범위가 급격히 성장하는 상황의 기업이라면, 기존 구성원이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업무에 대응하기를 기대하고 지원하기보다는 업계 최고 실력자를 데려와서 그 업무를 맡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체되는 기존 구성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들에게 맞는 업무, 팀, 회사는 사실 따로 있을 수 있다. 자주, 그리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어서 그들이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임직원들이 다른 기업의 채용면접을 보는 것이 taboo가 아니다. 여기에는 (업계 최고 대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려는 목적과 함께) 이런 이유도 있는 것이다.

    이 책 그리고 넷플릭스 문화에 놀라운 점이 있다면 이 내용들이 단지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행하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에서 14년 간 최고인사책임자(CHRO)로 근무해 온 저자 역시 자신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퇴사시킨) 많은 전(前) 넷플릭스 임직원들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2012년 넷플릭스를 떠나야 했다.

    넷플릭스 초기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직접 넷플릭스로 데리고 왔고 이른바 넷플릭스 컬처를 만든 사람이지만, 스스로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이 결말 또한 파워풀하다.

  • 삶을 레버리지 하는 법

    1/ 레버리지는 돈을 벌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당신의 가치를 우선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기술이다.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현대 과학 기술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얻는 방법이고, 삶과 비즈니스를 위해 타인을 활용하는 방법이며,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고,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방법이다. (p.18)

    2/ 목표 의식을 명확하게 하고, 자발적으로 적절한 순간에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는 V(Value, 가치), V(Vision, 비전), K(Key Result Area, 핵심 결과 영역), I(Income Generating Task, 소득 창출 업무), K(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 전략이 필요하다.

    3/ 시간을 관리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시간을 관리하려고 할수록 당신은 점점 더 시간의 노예가 될 것이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시간은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시간은 당신을 자기가 가는 곳으로 끌고 간다. (p.96)

    4/ 당신은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결정, 행동, 감정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있다. … 당신이 중요한 일을 하지 않거나, 삶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느라 분주하다면, 남을 부자로 만들어주면서 자신은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혼란과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낀다면, 우선순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은 모두 당신이 자초한 것이다. 당신이 그렇게 되도록 자신의 시간을 허용했고, 시간이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막았다. (p.97)

    5/ 항상 당신의 시간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라. 엄격하게 시간을 투자하라.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많이 일하는가가 아니라, 세상이 당신의 비전을 위해 얼마나 많이 일하는가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 미래를 구축하는 일, 돈을 벌어다 주는 일을 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라. (p.100)

    6/ 좋아하지 않는 일 중 대부분은 당신에게 있어서 최선의 가치가 아니다. 사랑하고, 원하고, 돈을 벌어다 주는 일을 하고 나머지는 위임하거나 레버리지 해야 한다. 싫어하는 일은 아웃소싱하거나 쓰레기통에 버려라. 이것은 남에게 당신의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아마도 당신보다 그 일을 더 좋아하고, 더 잘할 것이다. 일감을 기여하고 자유를 얻어라. (p.101)

    7/ ‘내일’이라는 말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같다. 더불어 아홉 시간 동안 서류 더미와 씨름한 뒤 (즉, 후순위 업무만 열심히 한 뒤) ‘열심히 일했다’라고 자신을 설득하려는 내면의 목소리를 주의해야 한다.

    8/ 궤도를 점검하라. 해당 업무가 가치 목록의 상위권에 있고, 비전에 다가가게 하고, 목표를 실현하게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하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인계하거나 포기하라.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일을 지연시키는 모든 상황을 제거하라.

    9/ 처음 시작하는 기업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하루빨리 기반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일을 혼자 해내려고 한다. 그 근면성이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름만 기업주일 뿐 실제로는 자신의 지시를 받는 노동자, 노예인 것이다. (p.186)

    10/ 자신을 도와줄 중요한 사람들을 코칭하고, 훈련하고, 지원하는 시간을 뒤로 미루는 것만큼 어리석은 경영은 없다. 고용만 하고 교육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우선순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단기적인 손실을 막거나 당장의 수익을 올리는 일에만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너무 바빠서 교육을 빼먹는 것은 마치 너무 바빠서 성장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지금 당장 다이어리에 교육을 위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불변의 시간을 적고 ‘삭제 불가’ 또는 ‘지우지 말 것’이라고 써넣어라. (p.204)


    ¶ 출처: 롭 무어, ⟪레버리지 –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의 비밀⟫ (구매하기)

    책: 롭 무어, ⟪레버리지 –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의 비밀⟫
  •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을 막을 수는 없다

    1/ 과거 전통적인 인공지능 개발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바로 인간에게 쉬운 일(ex. 걷기, 물체 인식, 목소리 알아듣기 등)을 기계에게 구현시키기 매우 힘들다는 점이었다.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다.

    2/ 지능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그러므로 어떻게 기계에게 지능을 줄 것이냐는 물음은 어떻게 기계에게 사물을 인식시킬 것이냐는 물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자면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언어로 기계를 인간 수준으로 이해시킬 설명을 찾는 것인데,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훨씬 낮다. 그리고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3/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과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이 다르다. 컴퓨터는 정보를 가감 없이 입력하는 반면, 뇌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을 거쳐서 받아들인다(ex. 착시현상). 컴퓨터와 달리 인간의 뇌는 정보의 저장을 일종의 무늬(패턴) 형태로 하게 된다.

    4/ 딥러닝(Deep Learning), 이 알고리즘은 인간의 물체 인지 과정을 개념적으로 모방한 시스템이다. 더 이상 인간이 기계에게 세상을 설명하지 않고, 세상에 관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Big data)를 집어넣어(Input) 이 데이터에 포함된 통계학적인 정보에 대해 점점 더 압축된 표현을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이 과정을 학습Learning이라고 한다).

    5/ 딥러닝 학습은 크게 세 가지 방식: (1)슈퍼바이저 학습(supervised learning) –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고 데이터와 함께 결과값까지 컴퓨터에게 알려주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시스템에 있는 파라미터(parameter)들을 최적화시키는 방법. 학습은 가장 잘 되지만 비현실적인 방법이다. (2)비슈퍼바이저 학습(unsupervised learning). (3)보상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 이 방법은 시스템이 답을 냈을 때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맞았는지(o) 틀렸는지(x)만 알려주는 것이다.

    6/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은 ‘인지자동화’에 가깝게 발전하고 있다. 자동화의 핵심은 대량생산이다. 앞으로는 상당 수의 지적 노동도 자동화 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바로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무인자동차의 등장이다. 무인자동차 시대는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7/ ‘약한 인공지능’이란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글을 쓰고 정보를 조합하고 이해하는 정도의 인공지능을 의미하고, 이에 더하여 독립성, 자아, 정신, 자유의지가 있는 기계를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8/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와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강한 인공지능이 생기면 인류가 멸망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핵폭탄보다 더 위험하다고 이야기 했고,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는 『슈퍼 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은 만들어 질 수 밖에 없고 그냥 인공지능이 아니라 초지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썼다.

    9/ 앤드류 무어(Andrew Moore)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인류는 멸망한다. 그런데 그게 왜 나쁜가?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 왜 나쁜지 설명해봐라.”

    10/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강한 인공지능이 ‘지구에 인간이 있는 것이 좋다’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인간은 미래 기계의 평가 수준에 맞도록 행동하여야 한다. 이제 인간은 지금껏 스스로 해왔던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지금껏 인간이 인간의 약속을 어겨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더 뛰어난 지능이 그 약속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인간이 그 약속을 지키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다.


    ¶ 출처: 김대식,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동아시아, 2016. (구매하기)

  •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리뷰 데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계산기 두드리지 않은 포석이 어디 있겠냐만은, 성공한 창업자들이 투자, 육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배 창업자들을 지원함으로써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분명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오렌지팜 서초센터

    이런 맥락에서 오늘 다녀온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의 리뷰 데이 행사는 인상적이었다.

    주로 게임, 넓게는 컨텐츠 분야에서 제품을 만들고 고치고 다듬고 팔 궁리까지 치열하게 하는 발표자들을 보면서 이 영역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인생을 걸었다 할 정도의 결기가 느껴졌다.

    위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개발 및 사업에 관하여 진지하게 코멘트를 해주던 창업자는 그 자신도 “실패하는 날 전날까지 실패할지 모르고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로 후배 창업자들을 응원했다.

    처음 듣는 게임 관련 용어들을 검색해가며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알파.

  • 미키 김 Google 디렉터의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문화” 특강 정리

    김현유(Mickey Kim) Google 디렉터의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문화” 특강을 들었다. 드림플러스63 입주사 센트비(Sentbe)가 준비한 사내 행사(일명 Sentbe TED)였다.

    특강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다:

    • 미팅은 정해진 시간에, schedule-based work process
      • 팀 미팅, 1 on 1 미팅 모두 정해진 시간에 진행
      • 미팅 희망시, 빈 slot에 참가인원 invite 하여 arrange
      • 자료 준비 등 집중하고 싶은 시간대도 본인이 설정
      • 위 업무 일정은 팀원들 모두 스케쥴러로 공유 (google calendar)
      • 일정 예측 가능, 하고 있는 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문화
      • 출퇴근 시간, 업무 장소의 유연화로 Work-Life Balance 달성됨
    • 성과평가는 Career Development에 도움이 되도록, 냉정하게
      • 분기마다 OKR(Objective & Key Result) 직접 작성
      • 2분기마다 주로 가까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평가 실시
      • 평가는 크게 3분야 “한 일, 잘 하고 있는 일, 더 잘 해야 할 일”
      • 실명 평가이고, 평가 작성에 시간을 많이 들임
      • 자기 직급(Lv.)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야만 승진이 가능
      • 성과평가 과정이 피평가자의 Career Development에 도움이 됨
    • Management Communication은 자주, 공개적으로
      • 회사 정책, 방향 설명하는 타운 홀 미팅을 자주 개최함
      • 타운 홀 미팅 전부터 내부 시스템으로 질문을 취합하고,
      • 인기 있는 질문일수록 상위로 올라가서 답변을 주는 시스템
      •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ownership을 갖게 됨
      • 불필요한 웅성거림을 줄이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줌
    • Q&A
      • Google은 검색 → Mobile First → AI First 추진 중
      • 업무에 있어서 over-communication은 매우 중요
  • 나쁜 습관을 없애면 의식이 명료해진다

    1/ 의식이 정돈되어 잘 통제하고 있을 때 무의식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지만, 의식이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느슨해지면 장마철 호수 위에 떠오른 쓰레기더미처럼 나의 의식을 오염시킨다.

    2/ 무의식은 치명적인 약점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들은 의식의 흐름 속에 자리 잡지만, 부정적이고 잊고 싶은 것들은 의식의 가위질로 편집되어 깊은 심연 속에 조각조각 던져지기 때문이다.

    3/ 나의 강점과 재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바탕 위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나를 소외시키고 남들에게 성공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추상적인 망상은 말고.

    4/ 의식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이 끼어들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나쁜 습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나의 단점들 중에서 버릴 것을 검토하고, 하나하나 차례로 제거해나가야 한다.

    5/ 단발적으로 버리는 것은 소용이 없다. 지속적으로 늘 그것과 투쟁해야 하는 것들을 버리기로 결심해야 하는 것이다. 긴 투쟁을 이겨나가면 그것이 곧 새로운 습관으로 이어지고, 의식은 명료해진다. 그로써 우리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삶은 불행하지 않다. 우울의 여지도 없다.

    7/ 긍정의 태도를 몸에 익히고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느껴지는 자존감이 바로 긍정의 힘을 발휘한다.

    8/ 무언가 이루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삶 그 자체가 중요하다. 지난 20년간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았어, 라고 말할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내가 주인이 되는 삶, 결과를 돌아보지 않고 과정을 중시하는 긍정적 삶의 뿌리다.

    9/ 지금 만약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를 좇아라.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순서대로 나에게 붙어 있는 나쁜 습관의 찌꺼기를 떼어내고, 시간을 압축해서 밀도를 높이고, 코피가 터지고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집중해가면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10/ 하필 행운의 여신이 나만 피해갈 리 없고, 하필 불행의 여신이 내 발목만 잡을 리도 없다. 인생은 정직한 것이다. 묵묵히 걸어가라.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 원문: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구매하기)

    책: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2011)
  • 로스쿨 입학한 후배님께 드리는 글

    한 로스쿨에서 특강을 하게 된 분께서 나에게 이번에 변호사시험을 치룬 선배로서 로스쿨에 갓 입학한 후배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기에 가볍게 써 본 글. 다른 분들께도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공유한다.


    로스쿨에 입학한 후배님께

    저는 학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배경에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글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절대공부량 확보를 위해 생활을 다스리세요
    2. 법전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입니다
    3. 기본서를 읽으며 문제풀이를 병행하세요
    4. 이해가 안 될 때는 암기도 방법입니다
    5. 동료애를 가지고 생활하세요

    1. 절대 공부량을 확보를 위해 생활을 다스리세요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 수험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단도직입, ‘1일 10시간 공부’를 목표로 하십시오. 타이머를 사서 항상 옆에 두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너무 비인간적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이렇게 자신의 몸을 길들여 가시기 바랍니다.

    ‘멍하게 10시간을 앉아 있는 것보다 1시간 밀도 높은 공부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도 일응 타당합니다. 그러나, 법학의 경우 절대공부요구량이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따라서 미련하게 10시간 정도는 공부하여야 어떠한 체계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앞과 뒤가 연결되는 식의 공부가 가능합니다. 공부에도 더욱 탄력이 붙게 됩니다.

    순(純)공부시간 10시간을 매우 효율적인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 이외의 시간을 가능한 건강하게 만들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건강한 식사, 정기적인 운동 등을 통한 노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2.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법조문, 따라서 법전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입니다

    한국에는 성문법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법학이라는 것은 ‘사실(事實)’을 ‘법문(法文)’으로 ‘포섭(包攝)’•‘적용(適用)’하여 법적인 평가를 내리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법적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법조문입니다. ‘문언적 한계’를 넘어서는 해석은 매우 예외적이지만, 정책적 필요상 일의적이지 못한 법문의 해석에 대하여는 여러 방면의 대립이 생겨날 수 있고, 이것이 여러 학자들의 학설 대립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유권적 해석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법학을 공부함에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법전을 늘 가까이 두어 친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법전을 뒤져 법조문을 찾고 그 내용을 암기하고 음미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법전의 구조, 내용에 익숙해지면 사례형시험에서 법조문을 찾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선택형시험에서도 고득점 할 수 있습니다.


    3. 기본서를 읽어나가면서 진도별 문제풀이도 병행하시기 바랍니다

    변호사시험은 사법연수원 1년차 수준의 법학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와서 처음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단 3년 만에 사법시험 1차, 2차 합격에 필요한 법학 지식 및 연수원 1년차 법학 지식을 습득하여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따라서 3년이라는 시간은 정말로 부족한 시간이라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기본기를 다질 때에도 항상 문제풀이를 병행할 것을 권합니다. 기본서를 읽어나가면서 이해도 점검용으로 진도에 맞추어 선택형(또는 O/X)문제집 또는 사례형문제집을 함께 푸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합니다.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면 자신이 이해했던 내용이 제대로 된 이해가 아니랄지 아니면 조금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달지 하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실력향상, 내공축적은 바로 이 ‘자기반성의 시간’ 동안에 이루어집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풀이를 미루는 것은 그 자체로 ‘나태’일 뿐입니다. “술 게임은 마시면서 배우는 것”이듯, “공부도 틀리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4. 때론 ‘선암기 후이해’가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두세 번을 읽어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더 이상 매몰되지 마시고 과감히 다음 부분으로 넘기시거나 각자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암기를 하시고 어쨌거나 넘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부가 반복되고 켜켜이 쌓이면서 자연히 풀려나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래서 순공부시간 10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법적 효과를 위해서 말입니다. 따라서 죄책감 없이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다만, 반드시 표시를 해두어서 나중에라도 놓치지는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5. 동료애를 가지고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로스쿨 3년 과정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입니다.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서는 자진하여 고립을 취하는 경우도 있겠고, 여러 사람이 스크럼을 짜서 난관을 돌파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쨌거나 3년을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는 쪽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순간부터 굉장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자제하시고,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가급적 둥글게 생활하시고, 양보와 배려를 아끼지 마시고, 때로는 손해도 보면서 그렇게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앞서 말씀드렸던 순공부시간 10시간에 대해서는 절대로 타협하지 마시고,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너지면 내가 타인에게 짐 같은 존재가 되고 마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학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 열정에서 성숙으로

    Y모 강사의 친족•상속법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 내용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세바시 강연을 듣고 나서 해줬던 열정, 권태, 성숙에 관한 이야기. 찾아보니 김창옥 교수가 했던 강연이다.

    강연의 요지는, 인간이 품은 ‘열정’은 짧든 길든 일정 시간이 흐르면 ‘권태’(또는 정체기)를 만나 사그라들게 되며, 권태가 ‘성숙’으로 고양될 것인지 아니면 ‘우울’로 빠져들 것인지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가졌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그러니, 이 권태는 반드시 끝이 난다, 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견뎌낸다면 성숙에 이를 수 있다.

    외계소년 위제트를 닮아 어딘가 친근한 알리바바의 마윈은 “오늘은 힘들고 내일은 더 힘들 수도 있지만 모레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내일 저녁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모레의 빛나는 태양을 보지 못한다.”라는 곱씹을수록 묘한 말을 하였다고 한다.

    오늘 힘들지 않고서는, 오늘 하루만 힘든 정도로는 모레의 태양을 볼 수 없다는 아주 냉정하고 현실적인 조언이면서, 어쨌거나 고진감래의 낙관을 가지고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따뜻한 격려이기도 하다. 설령 모레까지 힘들면 내일 모레를 기대하면서…, 힘겨운 시간은 그렇게 버텨내는 것이다.

  • 당신으로 충분하다

    1/ 감정 표현을 잘한다는 것은 ‘자기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훼손,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타인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40쪽)

    2/ 내면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존재하는 고통을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 이때 생겨나는 불편감은 자신에 대한 건강한 문제의식의 결과이며 현실에 대한 적절한 감정이입이다. 그때의 불편함은 건강한 불편이다. 건강한 불편의 반대말은 안전한 불행이라 할 수 있다. 안전한 불행이란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그 사람의 현실감각을 깎아먹어서 결국엔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 (66쪽)

    3/ 정서적인 불편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적으로 전환해서 생각하는 것, 불편한 느낌이나 감정이 잘 감당되지 않을 때 느낌보다 생각과 판단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정리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이것이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라는 심리방어기제이다. (73쪽)

    4/ 사람이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할 때 갖는 원형적인 욕구는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잘 스며들고 흡수되어 충분히 공감을 받았다는 느낌 그 자체이다. 고통스러운 내 감정이 타인에게 공감을 받았다는 것은, 내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내가 그런 감정을 가져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받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사람은 깊은 위로와 함께 근원적인 안정감을 얻게 된다. (73쪽)

    5/ 내 말이나 행동의 이면을 자꾸 분석하고 따져봐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가로막는다. 아무리 옳고 정당한 진리라고 할지라도 그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 순간, 그 진리는 사람을 속박한다. 이미 진리가 아니다. 그때의 진리란 반치유적인 압박에 불과한 것이다. (86쪽)

    6/ 사람들이 자기 상처를 드러내지 못하고 오래 덮어두고 있는 것은 이해 못해주는 타인들의 반응 때문만은 아니다. 자기 스스로도 자신의 상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못나서, 내가 부족해서’ 등의 틀로 자신의 상처와 자기를 단정하고 있기 때문에 덮어둘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치료자가 그의 상처와 그에 대한 감정을 접하면서 ‘비난’하지 않고 그의 감정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해줄 수 있다면, 또한 그가 그런 타인의 반응을 통해서 자신과 자신의 상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합리적인 해석을 내릴 수 있다면, 그는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것이 치유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124쪽)

    7/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드러낼 수 있다면, 그러고서도 이해받고 공감받고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치유된다.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 안정감’을 느껴본 사람은 변한다. 편해지고 너그러워진다. 치유의 마지막 종착역에서 결국 얻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이다. 어려운 말로는 ‘건강한 자기애’라 한다. (125쪽)

    8/ 자신의 감정이 충분히 이해받고 지지받으면 직접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나 충동이 오히려 줄어든다. 아무도 몰라주면 언젠가 꼭 감행할 행동도 충분한 지지와 이해를 받으면 안 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하더라도 이성을 잃지 않고 합리적으로 하게 된다. 충동적, 우발적인 행동은 오랫동안 내 감정이 공감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등 결핍이 있을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서적 공감과 지지는 충동적, 돌발적 행동을 포기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149쪽)

    9/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대한 자각과 인정 이후에 따라오는 것은 ‘우울’이다. 오랫동안 갈망하던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면 맥이 풀리고 무력감이 들고 우울해진다. 당연하다. 이때의 우울은 치유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성찰과 치유의 과정을 제대로 밟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마음껏 우울하고 마음껏 무력해도 된다. 충분히 그러고 나면 간절했던 그 욕구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갖게 된다.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나면 그 욕망과 욕구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된다. (161쪽)

    10/ 나를 ‘사람’ 일반의 존재로 객관화해서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그래서 나와 내 상황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가지고 볼 수 있다면, 그 거리가 주는 핵심 미덕은 ‘연민’이다. 나란 존재에 대해 여유로운 거리를 확보한 채 연민할 수 있다. 연민은 자신을 따뜻하게 응시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이다. (168쪽)

    11/ 희생적인 부모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아이’만 존재하고 ‘부모 자신’의 존재성은 희미하다. 아이의 욕구, 감정, 선호는 빠르게 감지하고 인정하지만 부모 자신의 욕구나 감정 등은 아예 없는 것처럼 여긴다. 그런 관계에서 자란 아이는 ‘아이’도 ‘부모’도 인정되는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성 속에서 자란 아이와는 다르다. 사람 관계 맺기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된다. (249쪽)

    12/ 어떤 말을 해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말을 해준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주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때 비로소 그 말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그것은 치유 과정 속에 숨어 있는 비밀 중 하나다. (261쪽)


    ¶ 원문: 정혜신, ⟪당신으로 충분하다⟫ (구매하기)

    책: 정혜신, ⟪당신으로 충분하다⟫ (2013)
  •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기

    에릭 호퍼,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2005) 읽었다.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를 칭하는 표현 중 이보다 나은 것은 찾기 힘들다. 그는 거의 평생을 길 위에서 보냈다. 그가 여느 부랑자, 떠돌이 노동자와 다른 점은 틈나는 대로 글을 읽고 또 글을 썼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의 자서전이다.

    에릭 호퍼는 ‘일’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건 온당치 않다고 했다. 일은 그저 일이다. 그는 퇴근 후에야 글을 읽었다. 그리고 노동은 사색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는 땀흘려 일하는 도중에 몇 가지 착상을 하기도 했다. 이른바, “머리를 아래로 하고, 엉덩이를 위로 하는 자세”의 사색이다.

    에릭 호퍼,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2005)

    어쩌면 80년대 운동권 학출들이 야학과 노조운동을 통해 꿈꿨던 ‘읽고 쓰는 주체로서 자신을 정립하는 노동자’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릭 호퍼는 독재와 자본주의를 뒤집어 엎을 ‘혁명의 주체’는 아니다. 그는 이 자본주의 체제를 정복시킬 마음이 없다.

    그가 돈에 대해 쓴 경구를 보자:

    “Whoever originated the cliche that money is the root of all evil knew hardly anything about the nature of evil and very little about human beings.” (돈이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클리셰cliche를 만든 이들은 악의 본성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는 자들이다)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는데,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에릭 호퍼는 돈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고 봤다. 돈만 있으면 출신이 비천한 이라도 떵떵거릴 수 있다. 화폐는 권력과 신분, 지위를 환원시킨다. 오히려, 돈은 자유의 동력인 것이다. 돈이 인간을 해방시켰다!

    에릭 호퍼는 정주할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평생을 자진해서 떠돌았다. 이유는 길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이 그에게 사색의 소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길 위로 나서면 일자리는 어디에나 있었고, 일자리가 있는 곳에 잠자리와 먹을거리도 있었다. 책은 퇴근하고 공공도서관에서 읽었다.

    그는 몽테뉴의 수상록을 암송할 정도로 즐겨읽었다는데, 이 책과의 인연이 재밌다. 여느 때와 같이 일자리를 구했는데, 일하는 도중 아주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함을 알게 됐다. 이 심심함을 달래려 근처 헌책방에 들어가 눈에 띄는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을 집었는데, 그게 바로 그 책이었다고 한다.

    에릭 호퍼가 살았던 20세기 아메리카는 특수한 환경임에 분명하다. 하필 그가 캘리포니아에 살았던 이유를 보라. 그 동네에는 일손을 구하는 농장이 널렸다. 기후도 노숙에 적합하다. 21세기 한국은 어떨까? 대학 청소노동자의 생계임금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사회이다.

    밥벌이란 원래가 비루하다. 일은 생존을 위해 하는 것이지, 존엄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일에서 자존감을 얻을 수 없다면, 별개로 읽고 쓰는 일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독창적 사상가가 되진 못할지언정,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에릭 호퍼는 좋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