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구 가족과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을 그날 저녁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인화 주문을 넣어 어제 대구에 도착하게끔 했다. 오늘 누나가 어머니께 그 사진들을 건네드렸다. 물론 좋아하셨다.
어려운 일 아니고, 대단한 일 아니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예전 같았으면 이 핑계(좀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들어야지) 저 핑계(다음 기념일 때 모아서 드려야지)를 대며 묵혀뒀을 일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른다.’ 그 생각이 머리에 들어오고나서부터는 미루지 않고 싶다.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하고 싶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언제까지 이 조직에서 이 사람들과 이 일을 하고 있을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 오후 사무실에서 피자 하나 시켜 먹는 간단한 팀 행사였음에도 ‘피자파티’ 줄여서 ‘피파’라고 이름 짓고, 동명의 스포츠게임 이미지에 팀장 사진을 합성한 포스터도 만들어 붙였다.
오늘 행사 중에 찍은 스케치 사진들은 간략한 메시지와 함께 퇴근 전에 전체 이메일로 뿌렸다. 너무나 사소한 행사라 오늘을 넘기면 그냥 다 휘발될 것 같아서 마침점을 찍는 느낌으로.

한 동료가 퇴근하면서 “오늘 덕분에 재밌었어요. 이건 기억에 남겠네요.” 하고 말했다. 그 말을 다음에, 어쩌나 생각이 났을 때, 시간이 흐른 뒤 아 맞다 그때 말이죠 하면서,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 오늘 내게 그 말을 해줬다.
행사 시작 전부터 내가 붙인 포스터를 보고 동료들이 웃고 즐거워했기 때문에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이미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그 동료의 말을 들으니 또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 오늘. 모든 것은 오늘. 어제 어린이집에서 들은 부모 강연회 내용도 그것이었다.
적지 않은 수의 부모들이 아이의 미래를 대비해 선행학습을 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현재에 충실할 수 있도록, 즉, 지금 발달단계에서 배우는 것을 충분히 짚고 넘어갈 수 있도록, 현재 궁금한 내용을 다루고 고유한 방식에 따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곧 가장 좋은 학습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삶과 배움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곧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말씀이었다. 십분 공감했다.
오늘. 모든 것은 오늘. 오늘 충실한 것이 내일을 위한 가장 좋은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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