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슬루트만, ⟪한계 없음 – 넥스트 구글, 스노우플레이크의 1000배 성장 비결⟫ (2022)

운전자를 고용하고, 승객은 하차시켜라

이달 초, 프랭크 슬루트만(Frank Slootman) Snowflake CEO가 방한했습니다.

Data Domain, ServiceNow 그리고 Snowflake까지 한 번도 어렵다는 IPO를 무려 세 번 성공시킨 인물입니다. 놀랍죠. 세 번의 IPO 때마다 항상 CEO였지만, 창업자는 아니었어요. 이것도 놀랍습니다.

그가 쓴 책을 읽고 있습니다: AMP IT UP. 한국에는 ⟪한계 없음⟫이라는 제목으로 2022년 9월 출간됐습니다.

Amp It Up by Frank Slootman

매우 직선적인 책입니다. 에둘러 빙빙 돌아가는 표현이 거의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건 자신의 인재 채용 원칙을 소개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우리에겐 승객이 아니라 운전자만이 필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승객 유형의 사람은 이런 사람입니다:
– 기업에 도움이 될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고,
– 거의 기여도 하지 않은 채,
– 기업의 모멘텀에 이끌려 다님.
– 심지어 그런 상황에조차 무신경하고,
– 경영진이 선택한 방향에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음.
– 대체로 유쾌하고 대인관계 무난하고 문제 일으키지 않음.

승객 유형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언가 실수를 저지를 리스크가 있는, 눈에 띄는 포지션을 맡길 회피합니다. 특정 이슈가 불거지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대세에 묻어갑니다.

이런 따끔한 이야기를 들으면 ‘혹시… 난가?’ 하며 찔려하는 독자들이 있겠죠. 저도 그랬고요. 내가 운전자인지 승객인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그런 판단 기준이 있을까?

얼핏 보기에 승객 유형은 크게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사람들처럼 보이는데, 저자는 승객들이 시간이 갈수록 조직문화와 성과에 위협을 가한다고 합니다. 의도치 않게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겁니다.

반면, 운전자 유형은?

일을 회피하지 않고, 일을 성사시키는 데서 만족감을 얻습니다. 일과 팀에 대한 오너십이 강하고,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높은 기준을 요구합니다. 당연히 운전자들을 찾고 붙잡아두는 것이 리더의 최우선 과제가 됩니다.

자, 내가 운전자인지 승객인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실제로 저자는 한 직원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고, 그때 “내가 직접 파악하기 전에, 자신이 운전자인지 승객인지 스스로 파악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 답을 들은 직원의 표정이 어땠을지.

Frank Slootman, CEO of Snowflake

저자는 단도직입 스스로 운전자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아마도 승객 유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렇겠죠. 다만,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와 조직에 대한 기여도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기회를 갖는 겁니다.

리더에게는 더 큰 책임이 요구됩니다. 리더가 나서서 부적합한 직원들을 버스에서 빨리 내리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승객을 내리게 하지 않으면 운전자들이 먼저 내려버리고 결국 버스가 멈추겠죠.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입니다.

조직에 필요한 변화를 일으킬 배짱이 없어 물러서는 리더는 모든 직원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경험에 따르면, 언제나 방아쇠를 너무 늦게 당겼다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찌저찌 승객을 내리게 하는 것까진 했습니다. 이제 운전자를 찾아야죠. 프랭크 슬루트만은 리더에게 또 한 번 책임을 요구합니다. 무릇 유능한 리더라면, 특히 기업의 주요 임원이라면, 자신이 매니징 하는 주요 직책의 예비 후보 목록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솔직히 이 대목에선 ‘와,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었습니다.

강력한 예비 후보가 가끔 FA로 풀리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땐 회사에 공석이 나지 않았어도 일단 모셔와야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영 최고의 인재를 모셔올 수가 없게 되는 거죠. 타이밍 이슈 운운. 그렇기에 리더는 항상 예비 후보들의 근황을 체크하고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리더는 자신을 둘러싼 직원들만큼만 훌륭해질 수 있다.

프랭크 슬루트만

어쩌면 대다수 리더는 자신 역시 승객 유형이기 때문에 방아쇠 당기기를 주저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승객을 내리게 한 다음 그 빈자리를 운전자 유형의 인재로 채용할 자신도 없고요.

그러니까 이 책은 결국 리더 먼저 잘 좀 하라는 이야기였던 거죠. 승객 유형 리더로 머무르며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운전자 유형으로 일하는 리더가 되라는 거죠.

그나저나 다들 운전대를 잡으려 하면, 그 버스는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요.


프랭크 슬루트만, 한계 없음 – 넥스트 구글, 스노우플레이크의 1000배 성장 비결 (2022)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About THE AUTHOR

A korean lawyer working at a B2B SaaS startup. Passionate about leadership and management. Enjoys reading, writing, and quality time with family.

박세희 변호사 스터디 로그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