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광 공학박사 경영자,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알려주는 매니지먼트의 A to Z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성과 향상의 레버를 찾자

가끔 너무 유명해서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습니다. 경영 관련 추천도서 목록에 항상 끼어 있고, 숱한 경영자들이 자기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꼽는 앤디 그로브의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가 저에겐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1983년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저자인 앤디 그로브가 인텔의 CEO가 되기 전입니다. 무척 바쁜 시절이었을텐데도 굳이 시간을 내서 책을 썼습니다. 조직의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를 교육시키고 각성시키는 게 매니저로서 레버리지(leverage) 높은 활동이라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

앤디 그로브는 ‘세계화’와 ‘정보혁명’으로 중간관리자들의 경력에 치명적인 위기가 올 것이라 경고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경력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1. 관리자로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정보전달자에 불과한가? 어떻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가? (관리자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직원의 성과와 그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써야 한다.)
  2.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을 잘 알고 있는가?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꿰뚫고 있는가? 당신은 다른 사람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일원인가?
  3. 당신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법, 새로운 기술을 단순히 인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시도하려 하는가?

이 책은 앤디 그로브의 엔지니어 백그라운드와 편집광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제품 생산 공정(manufacture)의 원리를 경영 관리 기법에 적용하고 있고요. 매니저의 일을 하나도 빠짐 없이 다루면서 그에 관한 디테일도 모두 전수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비즈니스는 언제나 팀을 통해 승리를 이룰 수 있습니다. 개개인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야 겠지만, 개인전이 아니라 팀전 입니다. 이때 팀 매니저의 성과(output)는 결국 팀 전체의 성과로 등치될 수밖에 없습니다. 매니저의 목표는 팀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이고, 매니저는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과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관리자의 결과물은 그가 관리하는 부서 혹은 그의 영향력이 미치는 부서에 의해 달성되는 결과물이다. 관리자는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활동에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

앤디 그로브
Andrew Grove, Intel Chairman (left) and Intel design team members, Avtar Saini (right) and Andy Grove watch a demonstration of the new Pentium chip, after a press conference, on Monday, March 22, 1993 in Santa Clara, Calif., where Intel Corp. unveiled their new chip. The new chip runs existing computer software applications about five times as fast as Intel’s latest 486 processor. (AP Photo/George Nikitin)

앤디 그로브는 관리 업무를 ① 정보 수집, ② 정보 전달, ③ 의사 결정, ④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nudging” others), ⑤ 롤모델 되기로 정의하고, 그 관리 업무의 수단으로 회의, 계획, 성과평가, 업무 피드백, 직원 교육을 듭니다. 각각에 관하여 한 개의 챕터 분량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상세히 소개합니다.

매니저의 일을 정의했으니(관리), 매니저의 ‘관리 생산성’(managerial productivity)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1. 관리 활동의 실행 속도를 높인다.
  2. 관리 활동들 각각의 레버리지를 증가시킨다.
  3. 레버리지 낮은 관리 활동을 줄이고, 레버리지 높은 관리 활동을 늘린다.

관리 활동의 실행 속도 높이기

실행 속도를 높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시간관리 기법입니다. 여기에 제품 생산 공정의 원리를 적용하면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 ‘제한단계’(limiting step)를 중심으로 다른 업무 일정을 짭니다.
  • 비슷한 업무를 ‘일괄 수행’(batch) 합니다.
  • ‘시간이 촉박한 일들’ 사이의 빈 곳을 ‘필요하지만 촉박하지 않은 일들’로 채워야 합니다.
  • 각각의 업무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일정 수립에 활용합니다.
  • 처리능력을 넘어서는 일은 ‘가치가 낮은 단계’(low-value state)인 처음부터 거부해야 합니다.
  • 일정계획에 어느 정도의 ‘여유시간’(slack time)을 허용합니다.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겁니다.
  • 프로젝트 측면에서 ‘원재료 재고’를 가지고 해야 하지만 당장 끝낼 필요는 없는 일로 채워야 합니다.
  • 현재 업무를 표준화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현재의 업무와 접근 방법에 대해 계속적으로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 정기 회의 등 일정에 ‘규칙성’(regularity)을 유지합니다. 한때 불규칙적이었던 것을 규칙적으로 만듭니다.
  • 예상되는 업무방해 요소에 대하여 ‘표준 대응’(standard response)을 준비해둡니다.

‘위임’(delegation) 역시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관리자의 시간관리 기법의 하나입니다. 앤디 그로브는 매니저의 위임에 관해 아래와 같이 조언합니다:

  • 위임하고 나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 위임한 업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결과를 보장하는 유일하고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 잘 아는 업무일수록 모니터링이 용이하기 때문에, 관리자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활동을 위임해야 합니다.
  • 매니저는 프로세스 내의 ‘가치가 낮은 단계’(low-value state)에서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을 위임한다면 초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 모니터링 주기는 ‘변동적 검사(variable inspection) 방법론’을 적용하여 직원의 ‘업무 숙련도’(Task-Relevant Maturity, TRM)에 따라 다르게 정하여야 합니다.
  • 의사 결정도 어떤 의미에서는 업무 위임 후 모니터링 행위와 같습니다. 결재를 요청하는 직원이 전체적인 문제를 주의 깊게 조사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질문 몇 가지를 던집니다. 만약 설득력 있게 대답하면 그의 요청을 승인합니다.

관리 활동 각각의 레버리지 증가시키기

이어서, 관리 업무의 수단인 회의, 계획, 성과평가, 업무 피드백,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각각의 레버리지를 키울 수 있을지에 관한 앤디 그로브의 노하우가 공유됩니다.

회의의 종류는 무엇이고 어느 주기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은지, 이상적인 의사 결정 모델은 무엇인지, 동료집단 압력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계획을 세울 때 차이 분석(difference analysis)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미션 중심 조직과 기능 중심 조직이 혼재하는 하이브리드 조직에서 이중보고(dual reporting)는 왜 필수적인지 등등.

이런 노하우를 관통하는 핵심도 위에서 설명한 제품 생산 공정의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저는 제품 생산 공정을 블랙박스(blackbox)로 비유하고, 적절한 지표를 개발하는 것을 블랙박스에 창(window)를 내는 것과 같다는 설명에 감탄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지표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말과 함께요.

제품 품질 보장을 위한 ‘변동적 검사(variable inspection) 방법론’을 관리 업무 전반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직원의 ‘업무 숙련도’(Task-Relevant Maturity, TRM)에 따라 효과적인 관리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업무 숙련도가 높을수록 관여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직원의 업무 숙련도를 높이려면 관리자가 교육해야 합니다.

가장 레버리지가 높은 활동인 ‘직원 교육’이 관리자의 책임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레버리지 높은 관리 활동의 비중 높이기

앤디 그로브는 레버리지가 높은 활동(High-leverage activity)이란 아래의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 한 사람의 매니저가 많은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때(Affect many people)
  • 매니저의 간단명료한 말과 행동이 장기간에 걸쳐 구성원의 활동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때(Change a person’s activity or behavior for a long time based on a brief interaction)
  • 독특하고 핵심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여 대규모 집단의 업무에 영향을 끼칠 때(Impact a large group’s work by providing a critical piece of information)

대표적으로 ‘직원 교육’ 입니다. 앤디 그로브는 실제로 인텔에서 ‘성과 평가 준비 및 결과 전달하기’와 ‘생산적으로 회의하기’ 뿐만 아니라, 3시간 동안 인텔의 역사와 목표, 조직, 경영 현황 등을 설명하는 ‘인텔에 대한 소개’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 책 역시 중간관리자 교육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고요.

관리자가 자신의 지식, 스킬, 가치를 여러 구성원에게 전달한다면 그들 각각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배운 바를 전달할 것이기 때문에 그의 레버리지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앤디 그로브
  • 외부에 교육을 위탁하면 통조림처럼 획일적인 교육을 받기 때문에 업무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습득하기가 어렵습니다.
  • 교육이 효과적이려면 조직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업무와 깊이 연관되어야 합니다.
  • 교육은 이벤트가 아니라 과정이어야 합니다. 직원들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 교육은 적절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 즉 관리자인 당신이 진행해야만 합니다.
  • 교육은 힘든 일 입니다. 하지만 누가 교육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울까요? 바로 당신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노력할 가치가 매우 충분합니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성과 향상의 레버를 찾자” 에 하나의 답글

  1. […] 그로브가 쓴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 이런 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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