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희 변호사 — Leading in the AI Era

변호사에서 스타트업 COO로. 조직을 만들고, 문화를 바꾸고, AI 시대를 경영하는 이야기.

성과가 반복되는 조직을 만드는 일, OpenAI 신임 CRO 달리 라지치에게 배우는 6가지 레슨

OpenAI가 2026년 8월 13일 새 최고매출책임자(CRO, Chief Revenue Officer)를 임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이 올해 3월 인수한 클라우드 보안 기업 Wiz의 사장(President)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달리 라지치(Dali Rajic)입니다. 전임 CRO 데니즈 드레서(Denise Dresser)는 2025년 12월 합류해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포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 조시 쿠슈너(Josh Kushner)가 라지치를 소개했고,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이 채용을 결정했습니다. 브록먼은 라지치가 OpenAI가 그동안 쌓아 온 경험을 “반복 가능한 실행”(repeatable execution)으로 바꿔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지치는 Zscaler에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일했습니다. GTM 사장 겸 CRO로 시작해 2022년 COO가 됐고, 이후 Wiz의 첫 사장 겸 COO로 옮겼습니다.

그는 2022년 가을, Kleiner Perkins가 만드는 팟캐스트 Grit에 출연해 자신의 운영 방식을 아주 구체적으로 풀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중 여섯 가지를 골라 실무적인 시선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달리 라지치(Dali Rajic), OpenAI CRO

시간을 레이어로 나눈다

라지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20분을 자기 몫으로 떼어 둡니다. 본인 말로는 명상에 가까운 시간이고, 그 시간에 오늘 하루를 어디에 쓸지 정합니다.

이때 할 일 목록을 하나씩 훑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할 일을 세 개의 레이어로 나눠 두고, 각 레이어에 오늘의 시간을 얼마씩 배분할지 정합니다. 새로 들어오는 일도 결국 이 셋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맨 위는 회사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가 프로그래매틱(programmatic)이라고 부르는 것들인데, 하나를 추진하면 그 효과가 조직의 여러 곳에 함께 미치는 과제들입니다. 다들 바쁘고 각자 맡은 일이 있으니, 이 레이어에서 자신이 할 일은 그런 과제의 진도를 앞당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로 든 것이 보상의 기준을 다시 잡는 일(compensation baselining), 장기 계획을 수정하는 일, 파트너십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기술 연동이 필요한지 정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회사에서 마음이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있는지도 이 레이어에서 살핍니다. 이런 일은 주로 CEO, CPO와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

중간은 제품을 시장에 파는 조직 전체, 곧 GTM(go-to-market)의 운영 엔진입니다. 그가 3R이라 부르는 채용(Recruit), 인재 유지(Retain), 매출(Revenue)이고, 사업을 실제로 굴리는 본체가 여기라고 말합니다. 직접 영업(direct sales) 조직과 파트너 생태계, 아키텍트와 기술 인력까지 이 레이어에 들어갑니다.

맨 아래는 전술적인 일입니다. 개별 거래와 그때그때 터지는 현안이죠. 거래를 이 자리에 넣는 것이 본인도 내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고객을 만나는 일을 정말 좋아한다면서요.

그런데도 아래에 두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거래 하나를 쫓으며 많은 시간을 쓸 수는 있다. 다섯 개든 열 개든. 문제는 수백 명이 그 거래들을 쫓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규모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I can chase a deal and spend a lot of time on it, whether it’s five or ten. The problem is, if I don’t build the platforms for hundreds of people to be able to chase these deals, at some point I lose because you can’t scale that.)

그래서 자신에게는 거래를 직접 쫓을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그러기 시작하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맨 위 레이어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당장 돌아오는 보상도 만족감도 가장 적어서 제일 하기 싫은 일입니다. 손대지 않아도 당장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한참 뒤에야 그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반대로 채용은 재미있고 거래는 더 재미있습니다. 고객을 만나면 그날 기분이 좋고, 성사되면 숫자가 곧바로 움직이니까요.

지난 분기의 일정표를 이 기준으로 되짚어 보면, 중요한 일이 밀리는 이유를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맨 아래 레이어에는 요청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물어보고, 누가 기다리고, 누가 고맙다고 합니다. 맨 위 레이어에는 그런 사람이 드뭅니다. 어렵기 때문만이 아니라, 아무도 재촉하지 않아서 미뤄지는 일이 있는 것입니다. 레이어로 나눠 보면 그 비대칭이 눈에 보입니다.

긴장을 불어넣고 또 걷어내고

팟캐스트 진행자가 NetApp 사장을 지낸 톰 멘도사(Tom Mendoza)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NetApp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멘도사는 투자자인 세쿼이아 캐피탈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면서 샴페인 세례와 퍼레이드를 기대했다고 합니다. 이제 더 높이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날 이사진 가운데 한 사람은 순유지율(net retention) 같이 성장세에 가려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던 지표를 붙잡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합니다. 잘되고 있을 때 긴장을 불어넣는 것이 리더와 이사진의 일이라는 걸 그때 배웠다고요.

라지치가 말하는 주기는 이렇습니다. 6개월마다 사업을 조금씩 손봅니다. 그리고 12개월마다 좀 더 큰 변화를 줍니다.

12개월마다 무엇을 바꾸는지도 구체적입니다. 테리토리, 그러니까 누가 어느 지역과 어느 고객군을 맡는지를 바꿉니다. 누가 누구에게 보고하는지도 바꿉니다. 시장에서 어디에 화력을 집중할지도 조정합니다.

다만 조직도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개인 단위에서 두 가지를 함께 바꿔야 변화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책임지는가, 그리고 무엇으로 보상받는가 입니다. 위에서 판을 아무리 바꿔도 내가 맡은 일과 보상의 기준이 그대로라면 결국 하던 대로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면 불편해집니다. 지금 하는 일을 달리할 수는 없는지, 아예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스스로 묻게 됩니다.

그는 이 불편함이 그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익숙한 업무에 안주하지 않게 하면 계속 진화하도록 돕는 셈이고,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익히게 하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담당이 바뀌면 전에 함께 일해 본 적 없는 사람과도 일하게 됩니다. 책임 범위는 조금씩 달라도 같은 목표를 향하는 동료들이니, 그 과정에서 협업하는 법도 익히게 된다고 말합니다.

진화를 멈추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지 않으면, 사포에 문질러지듯 조금씩 깎여 나가는데 정작 본인은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다 몇 년 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더 나아가지 못했지?

(If you’re not naturally evolving at all times, you gradually get sandpapered away, and you don’t notice. Then, a couple of years later, you wake up and ask yourself, “Why am I not further ahead?”)

사람은 자기 삶에 바빠서 스스로를 잘 돌아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구성원이 자신의 성장을 돌아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를 마련할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긴장을 불어넣으면 따라오는 효과도 있습니다. 조직의 허술한 곳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리더가 현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보지 못했거나, 애초에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아 몰랐던 것들입니다.

실제 사례로 든 것이 Zscaler의 채널 개편입니다. 당시 Zscaler는 매출이 연 60% 가까이 늘고 있었고, 고객 6,700곳에 시가총액 270억 달러, 임직원 3,000명이 넘는 회사였습니다. 상장사인 만큼 실적을 예측할 수 있어야 했고, 사업 규모와 영업 범위를 넓히기 위해 파트너를 통해 판매하는 채널 모델을 전면 재설계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에 마이크로소프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AWS 같은 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담당하는 사업개발(BD) 팀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쪽에서도 매출을 만들어야 하니 방금 만든 채널 모델과 부딪혔습니다.

보상 설계가 행동을 결정합니다. 양쪽 모두 거래 기회를 먼저 발굴한 쪽에 보상하도록 설계하니, 누가 진짜 먼저 찾았느냐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내가 이걸 했다, 아니 내가 저걸 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 상태를 얼마간 유지했습니다.

약간의 긴장을 불어넣지 않으면, 사람들은 서로 저울질하며 타협하기 시작한다. 개인에게는 이득이 되어도 사업에는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모델이 본래 의도대로 작동하도록 지켜야 하고, 그 방법은 때로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해질 때까지 얼마간은 그 상태로 운영한다. 1 더하기 1이 1.5가 아니라 3이 되는 지점에 이를 때까지. 그다음에는 긴장을 일부 걷어내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긴장이 가야 할 길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길이 보이면 그 길대로 방향을 정하고 긴장을 걷어내서 협업에 속도가 붙게 한다.

(If you don’t inject a little bit of tension there, then you start having people making trade-offs, and the business loses while the individual might win. So I need to protect the integrity of the model. And the way you do it is by sometimes making it uncomfortable. Now, you run that for a little while until you really define the swim lanes so you can get the one plus one equals three yield versus one plus one is 1.5. Then you have to structure it in a way that removes some of that tension because the tension shows you the path. Now you define the path and remove the tension so you can accelerate collaboration.)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말은 익숙합니다. 계속 흔들어야 계속 깨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긴장을 걷어내는 단계입니다. 긴장을 통해 허술한 곳과 역할이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내고, 찾았으면 구조를 조정합니다. 1 더하기 1이 3이 되는 지점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지, 계속 부딪히게 두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걷어내는 단계를 건너뛰면, 배우기 위해 만든 긴장이 사람을 소진시키는 마찰로 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 조직에 남아 있는 긴장 가운데 무엇이 아직 배울 것을 드러내고 있고, 무엇이 이미 역할과 보상을 조정했어야 할 마찰인지. 그 구분부터 해 보면 개편 논의도 조금 더 구체적일 수 있겠습니다.

회사는 잘되는데 사람이 자라지 못한다면

라지치가 말하는 ‘결실(yield)’은 자신이 쏟은 시간과 노력에서 얻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지적 성장과 직업적 성장도 포함됩니다(Maximum yield also means intellectual growth. Professional, and financial).

눈여겨볼 것은 그가 개인에게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노력에서 최대한의 결실을 얻는 것과 회사가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입니다. 진행자가 둘을 구분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합니다.

특정한 프로세스를 밀어붙이면, 개인이 자기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도 회사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고는 분기 말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좋아, 끝났어. 우리는 잘하고 있어.” 그동안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일하고도 자신의 노력에서 최대한의 결실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남는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일을 어떻게 제대로 실행해야 하는지 이해하도록 돕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I can get maximum yield for a company by driving a certain process and never allowing the individual to self-realize. And I can, at the end of the quarter, say, “Check, done, we’re in a good place.” In the meantime, I have a large body of people who did not achieve maximum yield but worked hard, super hard. But we failed them by not helping them understand what the right actions are, what the right ways are to execute those actions.)

마지막 문장의 주어는 ‘우리’입니다. 구성원의 실패를 지적하는 대신, 회사와 리더가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말합니다(we failed them).

그는 일선 리더를 포함해 조직의 각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들 역시 가족과 떨어져 시간을 보내고, 불안과 스트레스, 책임의 무게와 자기 의심을 안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자신의 노력이 충분한 결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마련해야 할 역량 지원 체계, 곧 인에이블먼트(enablement)는 그 믿음을 실제 경험으로 뒷받침하는 일입니다.

자원 배분도 그에 맞춥니다. 그는 구성원의 성과를 돕는 지원 체계와 인재 육성, 리더십 개발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돈과 자원”(an abnormal amount of money and resources)을 쓴다고 말합니다.

그는 정반대의 방식도 겪어 봤습니다. 스토리지 기업 EMC에서 일하던 시절입니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분기 사업 리뷰를 망치면 그날로 짐을 쌌습니다. 데이터를 제대로 모르거나, 할 수 있었던 일을 다 하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일하던 오피스의 평균 재직기간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시절에 배운 것이 많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성사될 거래와 그렇지 않을 거래를 가려내는 법, 때를 놓치지 않고 움직이는 법, 예산 결정권자에게 곧바로 접근하는 법, 사내 정치를 빠르게 읽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싫었는지는 분명하게 말합니다. 사람을 그저 부품(widget)으로 취급했다는 것입니다. 성과를 내는 동안에만 쓸모를 인정받는 부품이었습니다. 책임감을 갖게 하는 데 반드시 압박과 공포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투자하는 조직과 숫자만 쫓는 조직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숫자만 쫓는 조직도 잘 굴러갈 수 있습니다. 영업 파이프라인, 활동량, 목표 달성률, 목표 대비 확보한 영업 기회의 규모인 커버리지. 라지치도 모두 유효한 지표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그것들만 중요해지고 나머지는 뒷전으로 밀려날 때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결국 그 엔진 안에서 훨씬 정교해진 부품일 뿐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펼치도록 성장의 발판을 제공받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결실을 얻는 것도 그 성장을 통해서다.

(then again, you’re just a much more sophisticated widget in that engine, as opposed to an individual who’s getting a platform to really grow into the best version of themselves. Through that, yield back for the company.)

개인의 성장을 돕고 그 성장에서 회사의 성과를 얻는 것과, 개인에게서 더 많은 성과를 뽑아내는 것은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출발점이 다릅니다.

숫자가 좋은 분기에는 이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매출과 활동량만으로는 사람들이 회사에 어떤 마음으로 남아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에 대해 라지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상황이 나빠질 때다. 상황이 나빠지면 사람들은 떠난다.

(And where it manifests itself is when things go bad, they exit out.)

조금 뒤에 그는 ‘용병’(mercenaries)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좋은 보상이 관계를 지탱하는 거의 유일한 이유인 사람들입니다. 그 반대편에는 그가 말하는 ‘좋은 집단’(a great collective)이 있습니다. 회사가 잘되고 보상도 충분할 때는 둘 다 열심히 일합니다. 그가 말하는 차이는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함께할 이유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한 뒤에야 그 차이를 알아차린다면 대응할 여지는 이미 줄어들어 있습니다. 지표가 좋은 달에는 대체로 잘 굴러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 쉽습니다. 열심히 일하고도 자신의 노력에 걸맞은 성장과 보상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그 숫자 안에 섞여 있어도, 실적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실적이 좋은 달부터 물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숫자 안에 그런 사람들이 있는가. 회사의 성과를 만드는 사람들도 자신의 노력에서 충분한 결실을 얻고 있는가.

채용이 급해질 때 기준은 흔들린다

진행자가 Zscaler 영업 조직의 전면 개편을 다룬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언급하자, 라지치는 4~5개월 사이에 영업 인력을 100명쯤 채용했다고 말합니다. 부임할 때 GTM 조직 전체를 크게 재구성했고, 상당수가 나가고 상당수가 한꺼번에 들어온 상황이었습니다.

돌아봤을 때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뽑아야 할 사람이 그만큼 많으면, 찾는 사람의 조건에서 조금씩 타협하게 된다. 그러면 후보자도 회사도 손해를 본다. 언젠가는 걸려 넘어지게 되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When you have that many people to hire, sometimes you will compromise a little bit on the profile. And the candidate, and the company, lose in that instance because that’s a trip waiting to happen.)

경력도 괜찮고, 사람도 괜찮아 보이고, 인터뷰도 잘했으니 그냥 넘어가기는 아주 쉽다고 그는 말합니다. 영업 프로세스나 거래의 성사 가능성을 판단하는 원칙에 대해서도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으니, 이 정도면 뽑자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충분히 깊게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됩니다.

그가 쓰는 채용 기준은 ICCE입니다. 지적 역량(Intelligence), 코칭 수용성(Coachability), 인격(Character), 경험(Experience) 네 가지의 머리글자입니다.

인격은 이렇게 풀어놓습니다. 자연스러운 호기심, 충성심, 책임감, 소속감, 정직. 그리고 이것만은 자신이 가르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주변 환경과 성장 과정에서 이미 형성된 특성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빠르게 크는 회사에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이 바뀌는 중이고 모두가 불편한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를 믿을 수 있어야 조직이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가 인격에 무게를 두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리더가 책임지는 것은 자기 숫자만이 아닙니다. 자신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그 아래 영업사원이 자신의 가족을 부양합니다. 리더라면 여러 가족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 리더들을 관리하는 자리라면 책임의 범위가 다시 넓어집니다. 그는 이렇게 말을 맺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당신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로 귀결된다.

(So everything comes down to what happens in your mind when nobody’s around.)

면접에서 적용해 볼 만한 것은 자기인식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진행자가 그것을 제일 어려워한다고 털어놓자, 그는 코칭 수용성을 대리 지표(proxy)로 쓴다고 답합니다.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코칭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지식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 갈증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단서가 됩니다. 이미 충분히 잘한다고 여긴다면 다른 사람에게 배우려는 마음도 생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터뷰에서는 과거로 거슬러 들어갑니다. 무엇을 했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 어떻게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이 나아졌는지를 묻습니다. 커리어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도 묻습니다. 본인은 함께 일한 리더들과 각 회사에서 배운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아닌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돌아보며 일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채용 기준이 내려가는 이유입니다. 기준은 있었지만, 채워야 할 자리가 많아지자 그 기준을 스스로 내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면접관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몇 명을 언제까지 뽑을지, 적합한 사람이 없을 때 채용 일정과 목표를 어떻게 조정할지를 정하는 자리에서도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직함이 아니라 역할 범위를 키운다

라지치는 직함을 쫓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직함을 얻는 것과 실제로 더 많은 책임을 맡는 것을 혼동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대신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더 배울 것이 있는가. 더 할 것이 있는가. 전에 해 보지 않은 일에 뛰어들 여지가 있는가. 아직 함께 일해 보지 않은 조직과 연결해 볼 일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안고 일하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조직 사이를 잇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풀어야 할 문제와 새로 만들 것을 찾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이 맡은 역할 범위, 흔히 말하는 업무 스코프가 커집니다. 그리고 자기 스코프가 커지면 주변 사람들의 스코프도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업이나 제품으로 이어지면 함께 맡을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쯤 되면 다음 자리를 이미 자신이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언제 다음 자리를 받느냐고 묻는 대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공식적인 역할로 정리하자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 책임과 직함이 어긋나면서 생기는 갈등도 그렇게 줄일 수 있습니다.

AppDynamics에 들어간 과정이 그 예입니다. 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APM)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회사인데, 그가 지원한 아메리카 총괄 자리에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채용 제안이 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정된 인터뷰는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서너 시간에 걸쳐 그 사업을 어떻게 키울지 함께 살펴봤고, 대화가 정말 잘 통했다고 합니다. 이후 회사는 아메리카 지역을 둘로 나누어 그중 절반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수락했습니다. 자존심이 중요한 결정을 좌우하게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오래전에 배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자존심이 상하지 않은 척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오래 머물게 두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대신 스스로에게 세 가지를 물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배울 것이 있는가.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더 크게, 더 좋게, 더 빠르게 키우면 다음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셋 다 그렇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1년 반쯤 내부 경쟁을 거쳐 아메리카 전체를 맡게 됐습니다. 아침저녁도 주말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입사 당시 회사의 연간반복매출(ARR)은 700만 달러였고, 퇴사할 때는 10억 달러에 가까웠습니다.

그가 반쪽 아메리카를 받아들이며 스스로에게 던진 세 가지 질문도 일의 양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스코프가 커진다는 말을 일이 많아진다는 뜻으로만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맡은 일은 늘었는데 판단할 수 있는 범위와 권한, 배울 기회는 그대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에 난 구멍을 메우는 일은 눈에 잘 띕니다. 급하고, 감사받고, 성과가 즉시 보입니다. 그래서 성실한 사람일수록 그쪽으로 끌려갑니다. 그 일도 필요합니다. 다만 같은 구멍을 반복해서 메우느라 새로운 책임을 맡거나 역량을 쌓을 여지가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통해 무엇이 남느냐입니다.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체계를 만들었다면 그것도 조직의 역량으로 남습니다. 새로운 사업이나 기능을 만들어 다음 일을 맡을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스코프를 키우라는 조언을 옮겨 올 때는 업무의 양뿐 아니라 책임과 권한, 배울 기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감정은 절제하고, 인정은 구체적으로

주가가 하루에 18% 오른 주에 축하 인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이어 회사의 향방을 바꿀 만한 큰 거래가 성사됐을 때도 축하하기보다 다음 일로 넘어가는 쪽이 편하냐고 묻자, 라지치는 아니라고 답합니다.

해낸 사람을 축하하는 것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노력과 희생, 어려움을 이겨 낸 끈기가 들어갔을 테니 대단한 일이었다고 인정해 주어야 하고, 운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려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자신의 감정이 크게 출렁이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나는 강하게 몰입하는 편이지만, 감정의 기복은 크지 않게 유지한다. 너무 들뜨거나 너무 가라앉으면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너지를 써 버릴 여유가 없다. 그러면 일에도, 가정에도 쓸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

(I live in an emotional range that, in spite of my intensity, is pretty compact. I can’t get too excited. I can’t get too down on something because it leaks energy, and I can’t afford to leak energy because then I won’t have it for the business and I won’t have it at home.)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가슴을 부딪치며 기뻐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주가가 하루 오르는 것은 반갑지만, 내일 그만둘 것도 아니니 긴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작은 성취를 챙깁니다. 아주 작은 것이어도 괜찮고, 그런 것들을 쌓아 올리면 큰 일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앞의 톰 멘도사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이번에는 성과를 인정하는 방식입니다. 누군가 회사의 가치에 맞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본 사람이 멘도사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그러면 멘도사가 당사자에게 직접 전화를 겁니다. 잘못한 것을 잡아내듯, 잘하고 있는 것도 현장에서 찾아내는(catching people doing something right) 방식입니다.

라지치도 같은 일을 합니다. 매 분기 특별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 개별 메모를 보냅니다. 사람이 많으니 리더에게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서, 당신이 이런 일을 했고 그것이 왜 좋았는지를 짚어 씁니다.

큰 파티나 저녁 모임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현실적입니다. 챙겨야 할 사람은 많은데 시간이 그만큼 나지 않습니다. 저녁 모임을 열어도 결국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네댓 명입니다. 작은 것을 자주 챙기는 편이 쌓이면 훨씬 큽니다. 내가 제 길로 가고 있다는 것,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일이고, 원격근무로 각자 집에서 일하던 시기에는 더 중요했다고 말합니다.

그냥 잘했다는 말이 상대에게 무엇을 알려 주느냐고 그는 반문합니다. 왜 좋았는지와 그 위에 무엇을 더 쌓을 수 있는지를 짚어 주면, 그때 비로소 배움의 순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대화에서는 당시 Snowflake CRO였던 크리스 데그넌(Chris Degnan)의 사례도 나옵니다. 일곱 번째 직원으로 들어와 CRO가 된 사람입니다. 수주를 알리는 사내 메일을 윈와이어(Winwire)라고 부르는데, 전통적으로 계약 금액이 맨 앞에 옵니다. 데그넌은 그 금액을 뺐습니다. 대신 거래에 기여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옵니다. 미팅을 잡은 사람부터 기술 검토를 도운 세일즈 엔지니어, 고객의 최종 결정을 이끈 기능을 만든 사람까지 함께 소개됩니다.

라지치도 같은 이유로 같은 일을 해 왔다고 덧붙입니다. 계약 금액에 대한 관심은 금세 지나가지만, 누군가의 특별한 기여를 읽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일을 해 보고 싶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메일을 쓰는 시간은 대부분 고객이 왜 샀는지, 우리가 어떤 가치를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데 들어갑니다. 자신이 하는 일과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해서입니다.

회의에서 시간을 쓰는 방식도 들려줍니다. 리뷰 자리에서는 사실을 항목별로 간결하게 보고받고, 해석은 필요할 때 따로 요청합니다. 자신은 숫자들을 서로 연결해 보면서 두세 겹, 네 겹까지 파고든다고 말합니다.

그가 경계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충분히 정리하지 않은 채 설명부터 길어지는 보고입니다. “상황은 A, B, C, D이고, D와 Z에 위험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해석하고, 서로 연결해 보고, 다음에 무엇을 할지 함께 정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 회의의 길이뿐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시작할까

이 전부를 관통하는 것은 성과가 한 번이 아니라 반복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시간을 어디에 쓸지 정하고, 역할과 보상을 조정하고, 사람을 뽑고 성장시키며,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일입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다음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배움을 행동으로 옮긴 경험을 더 깊이 물을 수 있고, 오늘 좋은 일을 해낸 동료에게 무엇이 좋았는지 짚어 줄 수도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6개월과 12개월 주기의 개편, 사람을 키우는 데 쓰는 자원, 몇 겹을 파고드는 면접, 분기마다 쓰는 메모. 모두 같은 자리에서 여러 분기를 보내야 쌓이는 것들입니다. 그 사이에 조직이 흔들리면 쌓이던 것이 매번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조직도나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지킬 기준은 남아 있어야 한다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하나를 고르라면 시간 배분입니다. 지난 분기의 일정표를 펼쳐 회사 전체를 바꾸는 일, 조직을 운영하는 일, 개별 거래와 현안에 대응하는 일에 각각 얼마나 썼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미뤄 둔 쪽의 시간을 먼저 잡아 두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 나머지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람을 키우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일정표에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아무 시간도 내어 주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거기서부터 살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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