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희 변호사 — Leading in the AI Era

변호사에서 스타트업 COO로. 조직을 만들고, 문화를 바꾸고, AI 시대를 경영하는 이야기.

신뢰는 어떻게 속도가 되는가: Harvey가 일하는 방식

이 글은 투자사인 a16z가 자사 투자기업(portfolio company) Harvey의 조직문화와 운영 방식을 소개하는 인터뷰다.

2026년 9월 15일 a16z 채용 뉴스레터에 실렸으며, 다니 그랜트(Dani Grant)가 Harvey의 인재 담당 부사장(VP of Talent) 매기 랜더스(Maggie Landers)를 인터뷰해 정리했다. 랜더스는 14개월 전 340번째 직원으로 합류한 뒤 1,000명 이상의 채용을 총괄했다. a16z는 Harvey의 투자 라운드를 주도한 투자사로, 이 글에는 투자기업의 인재 유치를 지원하는 채용 홍보 목적도 담겨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회사가 설명하는 운영 원칙과 구체적인 실천 사례를 살펴볼 만하다.

  1. Harvey가 제시하는 성장의 기반은 높은 신뢰와 투명한 조직문화(high-trust, transparent team culture)다. 인터뷰 당시 Harvey는 창업 4년 만에 기업가치 155억 달러, 70개국 3,000곳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구성원의 70% 이상이 올해 입사했으며, 회사는 기존 직원 중심의 기득권 집단(old guard)이 없다고 설명한다. 새로 합류한 사람이 대부분인 상황에서도 높은 신뢰를 전제로 운영하며, 하나의 팀으로 승리하는 것(winning as a team)을 강조한다.
  2. 자율적으로 판단하길 원한다면, 먼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 Harvey는 이사회 보고자료(board decks)를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CEO는 분기마다 잘된 일과 잘되지 않은 일을 메모로 정리한다. 시장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면 자신의 해석도 공유한다. 구성원이 경영진의 시장 인식과 회사의 부족한 점을 알아야 매번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결정(make decisions independently)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보 공개를 실행 속도를 높이는 운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3. 창업자는 큰 방향과 현장의 세부사항을 함께 다룬다. 공동창업자는 Meta의 연구과학자였던 게이브 페레이라(Gabe Pereyra)와 반독점·증권 소송 변호사였던 윈스턴 와인버그(Winston Weinberg)다. 두 사람은 윈스턴의 실제 법률 업무에 GPT-3를 활용하는 실험에서 출발했다. 현재도 전략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업무의 세부사항까지 깊이 관여한다(get super into the details). 구성원은 발표자료를 만들고 사전 검토를 기다릴 필요 없이 슬랙에 아이디어를 올려 경영진의 피드백을 받는다.
  4. 합의를 기다리기보다 담당자가 결정하고 책임진다. Harvey는 합의 중심의 회사(consensus-driven company)가 아니라고 명시한다. 구성원에게 자기 일에 대한 주도적 책임(take ownership)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권한(agency)을 주되,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도 책임을 요구한다. 그 바탕에는 ‘결정을 미루는 비용이 실수의 비용보다 클 수 있다(waiting can be more costly than making a mistake)’는 전제가 있다.
  5. 실패를 허용한다는 말은 미완성 상태에서도 일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Harvey에서는 미완성 작업물(unfinished work)을 보여주고, 불완전한 정보(incomplete information)로도 결정하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빠르게 인정해야 한다. “날씨의 제곱근을 구할 수는 없다(You can’t take the square root of the weather)”는 창업자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사전에 모든 것을 예측하려 하기보다 실행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음 판단을 내린다.
  6. 개인의 성장은 시도와 피드백의 횟수에서 나온다. Harvey는 입사자에게 ‘늘 A를 받는 모범생(A student)이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전례 없는 일을 하는 만큼 제대로 해내는 횟수보다 실패하는 횟수가 많을 수 있다. 완벽함보다 진전(progress over perfection)을 우선하고, 반복적인 실전 경험(reps)을 통해 배우라는 뜻이다. “다른 회사에서 한 분기 동안 하는 것보다 한 달 동안 더 많은 일을 한다”는 설명도 이러한 실행과 학습의 밀도를 강조한다.
  7. 고객의 목소리를 정기적인 의사결정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Harvey의 모든 전사 타운홀(all-hands)은 고객 인터뷰(customer interview)로 시작한다. 정확성과 신뢰가 중요한 법률 시장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의사결정자와 고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고객이 늘 그 자리에 있도록 한다(Keeping the customer in the room)’는 원칙에 따라, 전사 구성원이 고객의 경험과 요구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한다.
  8. 법률 전문성을 제품·영업·연구 조직 곳곳에 배치한다. 사내 법무팀은 자사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도그푸딩(dogfooding)을 통해 매주 제품팀에 피드백을 준다. 리걸 엔지니어(legal engineers)와 리걸 엔지니어링 제품 전문가(legal engineering product specialists)는 영업 조직과 협업한다. 변호사 출신 응용 법률 연구자(applied legal researchers)들은 엔지니어링 조직과 새로운 제품 및 여러 단계에 걸친 법률 업무(long-horizon legal tasks)의 성능 평가 기준(benchmarks)을 개발한다. 전문지식이 제품 개발과 판매 과정에 계속 반영되도록 협업 구조를 만든 것이다.
  9. 넓은 재량을 주는 만큼, 채용 단계에서 판단의 기준을 맞춘다. Harvey는 지원자에게 왜 응용 AI(applied AI)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넘어, 왜 법률 산업을 바꾸고 싶은지 묻는다. 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엇이 고객에게 가장 좋은가(what is best for the customer)?’를 먼저 생각할 사람을 찾는 것이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면서 고객에게 최고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는 ‘6성급 수준의 사람 중심 비즈니스(six-star people business)’를 지향한다는 설명도 이 기준과 연결된다.
  10. 성과가 커져도 완료했다고 여기지 않는 태도를 핵심 가치로 둔다. Harvey의 세 가지 핵심 가치는 단순함(simplicity), 결단력(decisiveness), 그리고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Job’s not finished)”다.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는 사실(momentum)을 성공(success)과 동일시하지 않고, 한 시대를 대표할 기업(generational company)이 되기까지 남은 과제에 주의를 돌린다. 벤치마킹할 대목은 이 가치들이 정보 공유, 신속한 결정, 반복 실험, 고객과의 접촉이라는 일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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