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공매도다

이것이 공매도다

1/ 공매도(空賣渡, short-selling)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거래 행위를 말한다. 공매도는 차입공매도(covered short-selling)를 말한다. (반면,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selling는 불법이다.) 차입공매도는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기 전 주식 대여자로부터 미리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공매도 방식을 말한다.

2/ 공매도가 자본시장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장점은 주식의 가격효율성과 관련된 것이다. 가격효율성(price efficiency)이란 주가가 얼마나 적정가격(또는 공정가격)에 가까이 있는가를 말한다. 적정가격(fair price)이란 투자자가 감수하는 위험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보상으로 책정되는 가격을 말한다. 이것이 ‘적정’한 이유는 수익률(return)이 결국 위험(risk)에 대한 보상(compensation)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적정가격에서 벗어난 경우 이는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분량의 위험을 지지 않은 채 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다른 누군가는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 과도한 위험을 지고 있다는 것과 같다. 공매도는 적정주가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공매도의 ‘가격발견price discovery’ 기능).

3/ 공매도가 가격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정보에 기반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랜덤하게 사고파는 투자자들(noise traders)과 달리 열심히 그 회사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 스스로를 무장시켜 거래하는, 즉 ‘정보’를 가진 투자자일 가능성이 있다.

4/ 공매도 투자는 역모멘텀(contrarian) 방식의 투자를 따른다. 역모멘텀 투자는 가격이 오르고 있는 주식들을 매도하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주식들을 매수하는 방식의 투자다. 가격이 오르는 주식에 쏟아지는 매도주문은 가격 상승 모멘텀에 제동을 건다. 이처럼 역모멘텀 투자는 주가변동성(volatility)을 줄인다.

5/ 공매도의 다른 중요한 기능은 공매도가 유동성(liquidity)을 공급한다는 것에 있다. 주식의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주식을 파는 것이 어려워 할인한 만큼의 가격을 유동성 비용이라 부른다. 공매도는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밀려 있는 주식이나 사고자 하는 사람이 밀려 있는 시점에 적절히 주식을 공급해주어 주식 거래를 용이하게 만들어준다(거래의 용이성easiness of trading).

6/ 양철원 교수(단국대학교)는 2018년 그의 논문에서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발표된 한국 기업들의 이익 공시와 판매, 공급 계약 관련 공시들을 분석한 후 공시정보가 사전 유출되는 비율이 무려 50% 이상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찾아냈다. 또 호재성 뉴스보다는 악재성 뉴스가 사전 유출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악재성 뉴스 사전 유출이 공매도 거래 증가로 연결된다는 체계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7/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이후 이를 정산(short covering)하는 시점에서 가격이 올라 손실을 입을 것이 유력한 경우(숏스퀴즈short squeeze 상태), 인위적으로 가격 하락을 획책하는 행위를 ‘베어레이드’(bear raid)라 부른다.

8/ 스탠퍼드대학의 네이글 교수는 1980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상현상(market anomaly)의 많은 부분이 공매도를 규제한 데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네이글 교수는 기관보유 지분율이 낮은 주식들에게서 시장이상현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며, 이들 주식들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더욱 느리게 반영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9/ 공매도라는 용어는 그 용어가 주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부정확한 용어라는 게 더 문제다. 현실에서 합법인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온 후 매도하는 거래, 즉 차입한 후 매도하는 거래이므로 없는 것을 파는 거래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차입매도가 좋은 용어인 것은 불법으로 규제되고 있으나 버젓이 실행되고 있는 무차입공매도와 확연히 대비되는 용어라서 더욱 그렇다. 앞으로는 공매도를 차입매도로 바꾸어 부르자.


¶ 출처: 이관휘, ⟪이것이 공매도다⟫, 21세기북스, 2019 (책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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