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병장수를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살아 있는 동안은 가능한 활력 넘치게 살고 싶다.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마시던 술을 완전히 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술 마신 다음 날, 알코올에 젖은 뇌가 정신을 차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읽었다. 인간의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현대인의 생활 습관이 오히려 노화를 가속하고 있고(‘가속노화’), 여기서 벗어나서 노화를 지연시키려면 우리 스스로 내재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내용의 책이다.
불편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 자체가 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8쪽
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복잡-적응 시스템인 인간의 몸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몸 – 생체(生體)라는 복잡적응계
- 초가공식품은 당부하(糖負荷, glycemic load)가 높아서 보상회로에서 도파민(dopamine)과 엔도르핀(endorphin)을 잘 분비시킨다. 높은 당부하는 당처리 체계의 성능을 떨어뜨리고, 인슐린저항성(insulin resistance)으로 인하여 혈당은 더 높아진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을 쥐어짜 인슐린(insulin)이 쏟아져나온다. 잠도 쏟아진다. 졸다 깨면 갑자기 당이 당긴다. 인슐린이 급히 혈당을 떨어뜨린 탓이다. 갑자기 떨어진 혈당은 스트레스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과 코르티솔(cortisol)을 분비시킨다. 지방세포는 나쁜 호르몬을 만들며 염증물질을 쏟아낸다. 스트레스호르몬과 염증물질은 혈관을 손상시켜 혈압을 올리고, 근육단백질을 녹이고, 뇌의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
- 중뇌변연계 경로(mesolimbic pathway)로 도파민이 전달된다. 이 경로를 통해 동기→행동 여부를 전두엽의 대뇌피질이 결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행동에 만족감을 느끼면 도파민과 엔도르핀 분비 신호가 작동한다. 그리고 이 만족감을 경험하지 못하면 노르에피네프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전두엽에는 자제력이 있지만, 강화(reinforcement)로 인해 중독의 고리가 형성되면 자제력이 약해진다. 이 상태에서 자극원을 갈망하는 신호(cue)를 경험하면 중뇌변연계 경로는 바로 도파민을 피워낸다.
- 체내 도파민 신호는 자극에 적응한다. 적응 현상이 진행되면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다(의존). 뇌의 보상체계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더 강한 자극원에 노출되면 더 약한 자극원에 대한 보상의 정도가 급감한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느끼는 센서가 무뎌져서 잘못된 긴장이 깃들면, 이 긴장은 다시 불필요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서 우울, 불안, 수면장애, 통증, 식욕조절장애, 만성염증과 대사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고통의 총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 ‘도파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삶에서 어떤 자극원이 지금 도파민을 분비시키는지 알고, 해롭고 강력한 것들부터 덜어낸다. 하지 말아야지 억누르는 것보다 멈추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2~3주면 일상에 변화가 꽤 생기며, 2~3개월이면 인지와 정서, 체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가 생긴다.
-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고 쉴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을 디폴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한다. 현대인의 뇌에서는 이 디폴트모드네트워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집중해야 하는 일에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 자극에는 신경이 곤두서 있으며 반대로 집중력은 떨어져 있는 취약한 상태에서, 빠르게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여러 가지 자극들이 사방에서 끊임없이 유혹하면 마음방황과 피로, 집중력의 저하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 신체기능이 자신의 몸에 중요한 요소라고 자각하는 것이 시작이다. 신체기능이 좋으면 삶의 큰 스트레스도 견뎌낼 역량이 생긴다. 그 다음에는 습관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운동을 아주 높은 우선순위로 두고 지속 가능한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
- 생체라는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에서는 항상성(homeostasis)을 노력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정도인 안전마진(safety margin)을 ‘내재역량’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회복탄련성(resilience)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내재역량은 여러 영역(도메인, domain)이 상호작용해서 거대한 복잡적응계로 형성된 생명체의 알로스타틱부하(allostatic load)를 가늠하는 방법이다. 이 내재역량을 구성하는 네 가지 축 – 이동성(Mobility), 마음건강(Medi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 – 을 일컬어 4M이라 부른다.

이동성 – 움직이면 살고, 멈추면 죽는다
- 이동성은 죽고 사는 것까지 결정지을 정도로, 관리 가능한 내재역량 전체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도메인이다.
- 불편한 것, 몸을 움직이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탓에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성과 습관이 고착되면, 근골격계 건강, 대사 건강을 포함한 이동성 도메인이 가속노화하면서 남은 세월 동안 더 많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
- 운동과 이동을 굳이 분리하지 말자. 걸을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신적으로도 걷기가 제공하는 상쾌함을 스마트폰으로 분비된 인위적 도파민이 압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 환자들에게 운동을 더 하라고 이야기하는 의사들도 정작 운동이 무엇인지 잘 모르며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이동성 도메인의 내재역량을 높이기 위한 운동도 각각의 세부 도메인 – 유산소 운동능력, 근력과 순발력, 유연성, 균형과 협응 – 의 조합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당연하게도 네 가지 세부 도메인 중 가장 취약한 요소가 다른 세부 도메인들의 성능을 끌어내린다. 습관의 관성이 더해지면 취약한 세부 도메인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
- 근력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초기에는 대부분이 쉬고 있던 신경 근접합부를 활성화해서 근육을 효율적으로 바로잡기 때문에, 매일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 노년기가 되면 한 사람이 평소 걷는 속도는 그 시점에서의 기대 여명을 얼추 반영한다. 노년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는, 평소 보행속도를 초속 1미터로 유지하면 10년 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세 가지 영역 – 마음건강(Medi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 – 에 관한 설명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읽기 전에는 ‘부모님 댁에 한 권 놔드리면’ 좋을 책인 줄 알았는데, 읽고 나서는 여전히 자신이 20대라고 착각하며 아직은 괜찮다며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30~40대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원문: 정희원,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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