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만이 하는 것: 진정한 리더십을 위한 원칙

월트 디즈니 컴퍼니 회장/CEO 로버트 아이거(Robert Allen Iger, ‘밥 아이거’)의 자서전 ⟪디즈니만이 하는 것⟫(The Ride of a Lifetime)을 읽었다.

방송국 말단 제작 보조로 시작하여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제6대 CEO가 된 저자의 입지전적 이력과 한역 제목(“디즈니만이 하는 것”)이 주는 뉘앙스 때문에 이 책을 든 나는 마치 처세와 출세의 비급(祕笈)을 손에 넣은 듯 흡족했다.

그런 속물적 선입견을 갖고 책을 읽다가 아래 문장을 만났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인생 책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탁월함과 공정함은 서로 배타적일 필요가 없다. (Excellence and fairness don’t have to be mutually exclusive.)

⟨1. 바닥에서 시작하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제품과 사람 둘 다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제품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과 (제품을 완벽하게 만든답시고) 조직 내에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을 같은 것으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둘은 분리될 수 있고, 마땅히 분리되어야 한다. 밥 아이거가 주는 첫 번째 리더십 교훈이다.

그렇다. 이 책은 ‘리더십’에 관한 책이다. 밥 아이거는 진정한 리더십을 위한 10가지 원칙을 말한다(낙관주의, 용기, 명확한 초점, 결단력, 호기심, 공정성, 사려 깊음, 진정성, 완벽주의, 고결함). 아쉽지만 우리가 이 추상화 된 원칙을 모두 암기한다고 해도 밥 아이거의 ‘경험’과 ‘직관’을 훔칠 수는 없다.

만약 내가 밥 아이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읽었다. 이 솔직한 상상은 주로 밥 아이거와 나의 차이점,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면서 끝났다. 천하의 밥 아이거와 나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었으니 자괴감이 들진 않았다. 외려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밥 아이거가 45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그의 회복력, 균형감각 그리고 정치력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회복력

밥 아이거에게는 유독 결정적 순간이 많다. 그 순간들마다 밥 아이거가 견지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 있으니, 바로 “하지만 나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I didn’t quit, though.)이다. 퇴사와 이직, 창업도 물론 좋은 옵션이다. 하지만, 명심하라. 기회를 얻으려면 게임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

밥 아이거는 자신을 미칠 지경으로 몰아붙이는 상사를 만나도 “그의 좋은 면에 대해서는 동기를 부여받고, 나쁜 면에 대해서는 사적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상사의 변덕스러운 기분에 휘둘리는 대신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이 몸담은 직장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런 밥 아이거의 ‘회복력’(resilience)은 ABC가 캐피털시티즈커뮤니케이션즈(Capital Cities Communications, ‘캡시티즈’)에 매각된 후에도 빛을 발한다. 방송을 모르는 촌스러운 놈들이 회사를 망친다며 사람들이 회사를 떠날 때도 ABC에 남기로 결정한다. 새로운 상사들을 만났고, 그들의 장점을 흡수한다.

밥 아이거가 캡시티즈/ABC의 사장 겸 COO로 승진한 직후, 캡시티즈/ABC가 디즈니에 매각되어 회사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밥 아이거가 회사를 떠났다면, 다른 더 큰 성취를 이뤘을지는 몰라도 디즈니의 CEO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밥 아이거가 만났던 상사 중에서 ‘캡시티즈’의 창업자인 톰 머피(Tom Murphy)와 댄 버크(Dan Burke)에 대한 회고는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톰 머피에 대해서는 윌리엄 손다이크(William N. Thorndike, Jr.)가 쓴 ⟪아웃사이더⟫(The Outsiders)에서 다루고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위 책은 절판되었다. (정정: 위 책은 ⟪현금의 재발견⟫이란 제목으로 재번역, 재출간 되었음.)

밥 아이거는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조직 내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자명한 진리를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이런 밥 아이거가 중시하는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을 소개한다. 자신의 상사이자 디즈니의 2인자였던 마이클 오비츠(Michael Ovitz)에 대하여 평한 부분이다:

그[마이클 오비츠]는 체질적으로 조직생활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 (…)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는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오판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 조직에 들어온 것뿐이었다. (…) 오비츠는 거대한 상장기업의 조직문화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4. 디즈니에 들어가다⟩

밥 아이거는 같은 회사에서 무려 45년을 일했다. 그 사이 첫 직장이었던 ABC가 캡시티즈에 인수되고, 다시 캡시티즈가 디즈니에 인수되었을 뿐이다. 회사를 옮기지 않는 밥 아이거의 성향(?)은 어쩌면 성장 과정의 영향일 수도 있다. 밥 아이거는 아버지의 잦은 이직과 실직을 봤고, 그런 아버지 대신 일찍부터 가장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퇴사와 이직(창업)이 나쁜게 아니다. 자신과 맞는 조직에 들어갈 수 있다면 분명 좋은 커리어 옵션이다. 다만, 어느 조직에 가더라도 조직의 문화를 나에게 맞출 수는 없다. 내가 맞춰야 하는 부분이 더 크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결정을 할 때,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균형감각

밥 아이거는 평생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했다. 그래서 조직에 창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동시에 작품의 재정적 성과를 챙기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밥 아이거는 이를 ‘균형’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경영을 한답시고 창작 과정에 무분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작품이 망쳐질 때까지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이 절묘한 균형의 중요성이 책 곳곳에서 강조된다.

아무리 리더라고 해도 모르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쉽지 않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메타인지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지적 겸손함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밥 아이거는 리더로서 배우는 자세 못지 않게 지나친 겸손도 경계해야 한다고 쓴다:

첫 번째 규칙은 그 무엇도 허위로 가장하지 않는 것이다. 겸손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된 척하거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또한 리더의 위치에 있으므로 영이 서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겸손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 선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이제껏 내가 이 교훈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다. 물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물어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인정을 하되, 사과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서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익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모르는 것은 배우고 행하는 것은 믿는다⟩

커리어 면에서 야망과 현실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다. 밥 아이거는 야망에 호의적이었다. 사람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올라 더 큰 책임을 떠맡고자 하는 의욕은 조직 관점에서도 좋다는 것이다. 다만 주어진 기회보다 야망이 지나치게 앞서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쓴다. 야망에 초점을 맞추면 현재의 직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잃고 조바심을 부리게 된다.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며 기여와 확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보스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도록 태도를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5. 2인자에 오르다⟩

일과 삶의 ‘균형’ 역시 중요하다. 차기 CEO 후보로서 디즈니 이사회로부터 검증을 받던 밥 아이거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며 불안발작 증세를 보였다. 이 일을 겪으면서 밥 아이거는 일은 일일 뿐이고, 일 때문에 가족이 악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한 번 더 새긴다. 책에 자세히 서술되지는 않지만, 밥 아이거는 그 바쁜 중에도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밥 아이거가 대단한 이유는 이렇게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데 머무르지 않고, 사업적으로 대담한 결정을 과감히 실행했다는 점에 있다. 반대로 말하면, 절묘한 균형으로 쌓아올린 안정적인 지지 기반 덕분에 밥 아이거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었다. 밥 아이거는 “고품질의 브랜드 콘텐츠를 만든다”(the creation of high-quality branded content)는 전략적 우선사항(strategic priority)을 바탕으로 픽사, 마블 그리고 루카스필름을 연달아 인수하는데 성공한다.

특히, 밥 아이거가 디즈니의 제6대 CEO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추진한 픽사 인수는 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전략이었다. 디즈니 입장에서 픽사는 ⟨토이 스토리⟩ (1995), ⟨벅스 라이프⟩ (1998), ⟨몬스터 주식회사⟩ (2001) 등 메가 히트를 친 애니메이션의 공동 제작 파트너인 동시에 위협적인 경쟁사였다. 픽사가 성장하면서 이 파트너십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었고, 설상가상 전임 CEO 마이클 아이즈너와 스티브 잡스의 관계 마저 원만하지 않았다.

디즈니와 픽사의 파트너십 종료로 픽사가 잃을 것은 거의 없었다. 반면, 과거 10년 간 픽사와 공동 제작한 영화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흥행작을 내지 못했던 디즈니는 픽사와의 파트너십이 끝나면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을 자체 개발해야 했다. 픽사의 후발 주자로 열심히 뒤를 쫓으며 픽사가 애니메이션 시장을 잡아먹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밥 아이거의 디즈니는 픽사를 인수함으로써 디즈니의 약점과 리스크를 한 번에 해결한다. 또한, 픽사를 인수한 후에 디즈니가 픽사의 기업 문화를 존중하는 좋은 선례를 보임으로써 뒤이은 마블, 루카스필름 인수 건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픽사 인수를 통해 세계적 존경을 받던 스티브 잡스와 신뢰관계를 쌓고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또한 큰 이득이었다.

레거시 기업이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여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내는 일은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는 대담함이 필요하다. 밥 아이거는 가만히 앉아서 ‘혁신의 딜레마’의 희생자가 될 수는 없다며 ‘혁신이 아니면 죽음을’(If you don’t innovate, you die)을 부르짖고,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Disney+)라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성공한다. 거의 10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된 기업 디즈니가 신생 유망 테크 기업인 넷플릭스와 스트리밍 산업에서 자웅을 겨루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넷플릭스가 대단한 걸까, 디즈니가 대단한 걸까.

밥 아이거의 전략 방향 제시와 이사회의 빠른 결정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이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더라면 디즈니는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의 인수를 통해) 고품질의 브랜드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면서도, 스트리밍 시장의 급성장이라는 미디어 지형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불확실한 리스크를 짊어져야 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즈니 테마파크 매출이 급감하고, 영화관이 문을 닫는 미래를 누가 예견이나 했을까.

고품질 브랜드 제품이 변화된 시장상황에서 더욱 큰 가치를 보유할 가능성은 있는가?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우리의 제품을 더욱 적절하게, 더욱 창의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새로 형성되고 있는 소비 습관은 어떤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거기에 적응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기술로 인한 붕괴 혹은 파괴의 희생자가 되지 않고, 성장을 위한 새롭고 강력한 도구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가?

⟨14. 핵심가치⟩

정치력

무엇이 밥 아이거를 디즈니 CEO로 만들었을까. 또 무엇이 그를 성공한 CEO가 되게 했을까.’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서 모든 참가자가 주목했던 질문이었다. 밥 아이거는 소위 스펙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스펙과 경영능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까?) 대신에 밥 아이거는 특출한 능력을 가졌는데, 그게 바로 위에서 설명한 조직문화 적응력과 아래에서 설명할 정치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력’은 내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 타인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원제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에서 Influence에 해당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밥 아이거는 기본적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상사를 존중하고 그를 공격하지 않는 모습을 유지했다. 인내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인내심, 이것이 밥 아이거의 정치력이다. 생각보다 이걸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상사와 불화하고, 대립하고, 기회가 되면 상사를 갈아치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위에 언급한 데일 카네기의 책을 추천한다.

밥 아이거는 특히 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조카 로이 E. 디즈니(‘로이’)와 감정을 풀고 화해하는 일에서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한다. 로이는 전임 CEO 마이클 아이즈너에 의해 이사회에서 축출된 상태였다. 밥 아이거는 CEO에 취임하기 전, 대기기간 동안 참모들과 함께 취임 후 6개월 이내에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의 목록을 작성하면서 그 첫 번째로 로이와 화해하기를 꼽았다. (이 업무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부터가 밥 아이거의 정치력 레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로이]는 다만 존중받길 원하는 한 사람에 불과했고, 지금까지 그에게 타인의 존중은 쉽게 얻을 수 없었던 것일 뿐이었다.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 즉 자존심과 자존감에 관한 문제 같았다.

⟨8. 존중의 힘⟩

밥 아이거는 로이에게 ‘디즈니 명예이사’ 자리를 주면서 그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로이가 이사회로 돌아오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밥 아이거 자신의 신임 과정을 부정하다고 공격한 로이였지만, 밥 아이거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했다. 로이의 자존심은 지켜주고, 자신의 자존심은 내려놓았다.

약간의 배려와 존중은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그것의 결핍은 종종 엄청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A little respect goes a long way, and the absence of it is often very costly.)

⟨8. 존중의 힘⟩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픽사 인수 건에서도 밥 아이거의 정치력이 또 한 번 발휘된다. 밥 아이거는 마냥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다고 해서 픽사 인수를 성사시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픽사를 인수하려면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었다. 스티브 잡스와 친해지고 그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했다. 스티브 잡스에게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후에도 픽사가 망쳐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어야 했다.

밥 아이거는 그렇게 했다. 피인수기업인 픽사의 조직 문화를 지켜내겠다는 약속을 담보하는 것에는 밥 아이거 자신이 일하던 ABC가 캡시티즈에 인수되었을 때, 다시 ABC/캡시티즈가 디즈니에 인수되었을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피인수회사 출신으로 설움도 많았다. 밥 아이거는 기업 인수를 통해 기업이 실제로 인수하는 것은 사람들이라는 사실, 특히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는 바로 사람들에게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밥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와 픽사의 존 래시터(John Lasseter), 에드 캣멀(Ed Catmull)의 마음을 얻어낸다.

스티브 잡스의 요청으로 픽사에 합류하여 픽사의 IPO와 매각을 진행한 로렌스 레비의 회고를 읽어보면, 디즈니에 매각될 당시 픽사의 상황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었고 디즈니 매각은 픽사 입장에서도 매우 좋은 딜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가 밥 아이거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해도, 디즈니-픽사의 관계 회복에 밥 아이거의 정치력이 기여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CEO에서 물러나는 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밥 아이거는 자신이 탄 ‘놀이기구’(ride)에서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자(CEO 퇴임일자가 가까워지자) “한 사람이 과도한 권력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가지면 결코 좋지 않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다고 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의견에 관심을 보이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 나는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하는 임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만약 내가 지나치게 오만하거나 인내심을 잃은 모습을 보이면 나에게 꼭 알려주어야 합니다.”

⟨14. 핵심가치⟩

인간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승리와 상찬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서서히 잃어간다. 우리가 밥 아이거 같은 출세를 하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밥 아이거의 타고난 자질이 우리에게도 숨어있을지, 그에게 주어진 무수한 행운이 우리에게도 주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도 자기 자신을 잃어갈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비결이다.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이다.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다.

⟨14. 핵심가치⟩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게 만든다. 인내하게 만들고,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 듣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밥 아이거가 전하는 리더십의 비결이다.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아래 링크를 통해 빠르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저는 영문판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affiliation link: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디즈니만이 하는 것:CEO 밥 아이거가 직접 쓴 디즈니 제국의 비밀,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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