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혁신을 멈출 때가 아니라 자사의 초기 성장을 이끌어준 고객의 욕구에 집중하던 눈을 다른 데로 돌릴 때 성장 정체를 겪는다.
이 책, 365쪽
탈레스 S. 테이셰이라, ⟪디커플링⟫ (2019) 읽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강조하지만, 결국 ‘고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보다 ‘경쟁사’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기업은 고객을 신경쓰지만, 경쟁사에 대해서는 거의 집착하는 수준이다.
저자는 기존 기업이 스타트업에 의하여 그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단순히 기술 혁신에 뒤쳐졌기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스타트업도 기술의 ‘사용자’일 뿐이다.)
오히려 기술 같은 기존 자원만을 중시하다가 ‘고객 가치사슬’(customer value chain)의 단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일부가 끊어지고 대체되는 것,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혁신이라고 하면 주로 기술 혁신을 떠올리지만, 저자에 의하면 진짜 파괴적인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혁신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회사가 가치를 어떻게 (누구를 위해) 창출하고, 가치를 어떻게 (누구로부터) 확보하는지에 관한 것이다(87쪽).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가치 창출),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기 위한 활동(가치에 대한 대가 부과), 가치를 창출하지도 대가를 부과하지도 않는 활동(가치 잠식)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고객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세심하게 살피고 상세히 그려내서 이를 대체하거나 가치 향상을 통해 추가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때 가능하다. 분석의 핵심은 고객이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 파괴자가 제공하는 제품보다 고객의 금전, 시간, 노력과 같은 비용을 더 발생시키는지, 덜 발생시키는지를 알아내는 게 핵심이다(152쪽).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아마존(Amazon)과 베스트바이(Best Buy) 케이스를 간략히 소개한다.
아시다시피 아마존은 베스트바이와 같은 소매 점포업을 ‘파괴’했다. 물론 아마존은 여러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여 기술 혁신, 물류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저자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으로 접근한다.
베스트바이는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고객들이 물건을 직접 본 다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베스트바이 고객이 점포를 방문하여 제품을 살펴본 다음 구매까지 이어지는 단계에서 고객 가치사슬을 끊어냈다.
베스트바이는 이러한 아마존의 디커플링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베스트바이는 최저가격보장으로 아마존과 맞섰지만 그런 출혈 경쟁이 오래 갈 수는 없었다. 베스트바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했다.
제조업체들이 베스트바이의 매대를 통해 고객에게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가치 창출), 베스트바이가 아무런 대가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베스트바이는 삼성, LG 같은 가전 제조업체에 쇼룸/전시실 공간을 내어주고 사용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했다.
베스트바이의 이런 대응 방식은 저자가 기존 기업이 디커플링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설명하는 “분리해서 리밸런싱 하기”에 해당한다. 고객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면밀히 살펴서 가치는 창출되지만 대가 부과를 하지 않았던 누수 지점을 찾고, 해당 단계를 분리해서 리밸런싱 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도전 받고 응전하면서 발전한다. 그것을 굳이 ‘발전’이라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고객이 향유하는 가치가 커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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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디커플링, 고객 가치사슬의 혁신”
전국 45,000개 점포를 가진 편의점이 판매 플랫폼이자 광고 플랫폼 역할까지. 이 책에 소개된 베스트바이의 전략과 유사한 사례.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8042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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