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인사이트, 2018) 읽었다.
애자일?
- ‘애자일’(agile)은 좁게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일종을 의미한다.
- 저자는 ‘애자일’을 ‘일의 스타일’, ‘삶을 사는 방식’으로 넓혀서 적용한다.
- 애자일의 핵심 구동원리는 바로 학습(자라기)과 협력(함께)이다.
왜 애자일인가 — 불확실성
- 우리의 일에, 삶에 ‘애자일’ 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무언가 확실한 상황이라면 굳이 애자일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 애자일이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식은 “좀 더 짧은 주기로 더 일찍부터 피드백을 받고, 더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더 자주 그리고 더 일찍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 애자일의 핵심 구동원리인 학습과 협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전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습하고,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이 물음이 이 책의 화두이다.

전략 1. 학습
-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전문가’에 대한 환상이 있다. 첩첩산중 깊숙한 동굴에 속세와 절연하고 무공을 연마하는 무림 고수와 그를 찾아온 제자가 수련을 하는 모습은 ‘전문가’에 대한 대표적인 환상이다.
-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전문가는 외부와 담을 쌓고 혼자 연마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스킬’이 높고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람이다. 대인관계에 능한 사람이다. 그래야 구성원 간 협력이 가능하고,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몰입과 의도적 수련
- 언어이론에 의하면, 학습은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i) + 1’ 정도의 긴장이 주어질 때 가장 몰입도가 높다고 한다. 그보다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그보다 난이도가 낮은 경우에는 ‘지루함’에 휩싸인다. 이 적절한 긴장을 찾으려면 스스로 여러 번 실험을 해보고 실패를 해보고 ‘학습’하는 수밖에 없다. 주변에 적절한 피드백을 줄 좋은 코치가 있다면, 이 학습은 당연히 더 잘 될 것이다.
- 1만 시간의 법칙은 수련의 양적 측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질적 측면으로 따지자면 이 1만 시간으로 달인이 되려면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가 필요하다. 이 의도적 수련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몰입’ 상태에서 행해지는 학습과 가깝다. 우리는 태어나서 1만 시간 이상 칫솔질을 했지만, 여전히 칫솔질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학습도 ‘혼자’ 보다는 ‘함께’ 할 때 더 잘 되는 경우가 많다. 학습의 목적이 지식의 축적, 시험에서 고득점 획득이 아니고 실제 우리 사회에서 사용될 수 있는, 그런 가치가 있는 ‘제품’, ‘상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 2. 협력
- 프로젝트 역할 배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재미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역할 배분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야 간신히 명확해진다. 그런데 대개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첫 회의에서 甲은 A를 하고, 乙은 B를 하고, 丙은 C를 하고…, 하는 식으로 나눈다. 그렇게 나눈 다음 각자 열심히 일을 하고 다시 만나면,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팀이 일하는 방식
- 12개의 일을 12명에게 나눌 때, 1명이 1개의 일을 각각 맡는 병렬 방식이 과연 효과적일 것인가. 그리고 그런 조직을 곱하기 시너지를 내는 ‘팀’(team, 서로 얽혀 있는 형태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그냥 더하기 효과를 내는 작업 그룹(work group, 리더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형 조직)에 가깝다.
- 한 프로그래밍 구루에게 위와 같은 케이스를 물어보았다:
Q. 12개의 일과 12명의 사람이 있다. 너는 어떻게 업무를 나누겠느냐?
그의 답변은 이랬다:
A. 우선 12개의 일 중 3개의 일을 12명이 협력하여 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섞여서 서로에 대해 배우도록 한다.
심리적 안전감
- ‘학습한 것을 공유한다.’ 제대로 ‘공유’하려면 그 밑바탕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협력의 기본은 ‘신뢰’다. 이 신뢰는 google 연구에서 다른 말로 표현된 적이 있다.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팀원들이 과감히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밑바탕이다.
-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패러다임 전환.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면 오히려 더 큰 실수가 생기는 역설이 있다. 산불이 나지 않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가소성 물질이 쌓여서 큰 산불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산불이 여러 번 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한다.
- 실수가 적은 조직이 무조건 좋은 조직이라고 볼 수 없다. 대개 그런 조직은 실수가 없는 것이 아니고 실수가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수를 드러낼 수 없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가 공유될 리 없다. 개인도 조직도 실패를 통한 학습을 이뤄낼 수 없다.
전문가 조직에 대한 환상
- 뛰어난 사람(전문가)가 여럿 모여 있는 팀이 항상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을 융화하고 협력하도록 하려면 좋은 코치가 필요하다. 오히려 이 코치의 역량이 전문가들을 서로 협력하도록 하고 시너지가 나도록 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학습하고 협력하는 조직
- 학습과 협력이 가능한 조직은, 그 조직에 속한 개인은 물론 조직 자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일의 방식을 달리 하면 일을 하면서, 업무를 하면서 개인과 조직이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개인과 조직은 사회에 가치를 주는 제품을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