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People 리더가 경영의 중심에 서는 이유 (feat. Katie Burke, Harvey COO)

2026년 1월, Legal AI 유니콘 HarveyKatie Burke의 직함을 CPO(Chief People Officer)에서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변경했다. HubSpot에서 11년간 CPO를 역임하고 Harvey에 합류한 지 1년여 만의 일이다.

CHRO나 CPO가 COO가 되는 건 극히 드문 경로다. 대부분의 COO는 전략, 재무, 영업 출신이다. 그런데 Katie의 전환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단순한 타이틀 변경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적 신호처럼 읽힌다.

최근 몇 달간 Katie Burke의 인터뷰와 기고를 집중적으로 따라가면서, AI 시대에 기업의 People 리더십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테이블에 앉으려 하지 말고, 테이블을 만들어라

Katie가 한 말 중 가장 오래 남는 문장이 있다.

“Don’t ask for a seat at the table — build the table and set the menu.”

자리를 달라고 하지 말고, 테이블을 만들고 메뉴까지 짜라는 것이다. People 팀이 비즈니스의 ‘지원 부서’가 아니라 ‘전략의 입력값’이 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마케터 출신답게 내부 메시지도 “share of attention” 관점으로 본다. 직원은 captive audience가 아니라는 것.

실제로 Katie가 Harvey COO로서 가장 먼저 한 일들은 전부 People 영역이었다. VP of Talent을 채용하고(Intercom에서 글로벌 스케일링을 경험한 Maggie Landers), Chief of Staff를 뽑아 운영 케이던스와 내부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세우고(Sarah Samson), HR 테크스택과 온보딩, 밸류 코드화를 도맡을 프로세스 빌더를 키웠다(Tia Thompson).

사람 인프라가 탄탄해야 회사가 스케일한다. CHRO 출신 COO가 직접 증명하는 구조다.


AI 시대, People 리더가 Pace Setter

Katie는 명확하게 말한다.

AI로 어떤 프로세스를 제거하거나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가? 1.5년 내에 이걸 답하지 못하면, People 리더로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Harvey에서는 팀원이 자발적으로 성과 리뷰를 5분 만에 완료하는 AI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팀별, 레벨별 개인화와 소비 기반 넛징(nudging)으로 진화하고 있다. Klaviyo, ServiceNow의 CPO들이 Chief AI Officer를 겸직하는 추세도 언급한다.

Business Insider 주최 HR 임원 라운드테이블에서 Katie가 한 말이 핵심을 찌른다.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 우리 조직이 물에 발만 담그고 실험 중인 건지, 아니면 실제 임팩트와 변환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지.

그 차이를 만드는 패턴이 있다고 한다. 시니어 리더가 직접 에이전트를 빌드하고 해커톤에 참석하는 것. “공유할 수 있는 사례가 있어요”가 아니라,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는 것. 그리고 채찍만으로는 변환을 이끌 수 없다. 당근과 보상과 흥분이 있어야 한다.

같은 자리에서 UiPath CPO Agnes Garaba가 더 과감한 질문을 던졌다. “오늘 HR 팀 전체를 날려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의 한계라고 했다.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환(organizational transformation)의 문제다. AI 시대의 People 리더는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설계자여야 한다.


문화는 전략이다 — Demanding but Caring

AI가 효율을 만들어줘도, 결국 사람의 기준과 문화가 성과를 결정한다. Katie가 가장 시간을 들여 이야기한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I think you can be liked or you can be respected. And you have to pick a lane.”

좋아지거나, 존경받거나. 레인을 골라야 한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과 caring은 별개가 아니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가장 깊은 배려(caring)라는 게 Katie의 확신이다.

나부터 솔직히 드러낸다. Katie는 자신의 performance review를 팀에 8년간 공유했다. 잘한 것과 못한 것 모두 포함해서. HubSpot에는 Failure Forum이라는 자리도 있었다. 임원이 전사 앞에서 진짜 실패를 고백하는 자리인데, “내 최대 약점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 같은 가짜 실패는 금지였다. VP of Product가 올라와서 “고객 론칭을 망쳐서 고객지원팀을 3일간 마비시켰다”고 사과했다. 이런 겸손이 쉽게 얻을 수 없는 충성도를 만든다고 Katie는 말한다.

어색함에 머무른다. “Do you think that was your best work?”라고 묻고 침묵을 견딘다. “잘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훨씬 쉽다. 누구나 그 유혹을 느낀다. 그걸 택하지 않는 것이 진짜 caring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중요하다. “나는 당신에게 더 높은 기대를 갖고 있고, 당신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같이 그 코스를 그려볼까?”

신뢰를 화폐로 쓴다. 개인이 Katie에게 한 말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다. 대신 패턴 피드백(thematic feedback)은 공유한다. “경영진이 이 부분에 우려가 있다”는 말은 하되, “누가 그랬다”는 절대 안 한다.

“신뢰를 잃는 순간, 아무도 다시 나한테 오지 않는다. 순간의 권력을 잡으려고 신뢰를 희생하면 안 된다.”

내가 가장 열심히 뛴다. Michael Jordan은 팀메이트들을 괴롭히고 자극했다. 하지만 가장 열심히 뛰었고, 결정적 순간에 Steve Kerr에게 패스할 줄 알았다. 높은 기준을 요구할 정당성은 work ethic에서 나온다. 가장 열심히 뛰지 않으면서 높은 기준을 요구하면, 그건 그냥 갑질이다.

Harvey의 가치 중 하나는 “Jobs Not Finished”다. 좋은 것(good)과 위대한 것(great)의 차이를 분명히 한다. 하지만 Katie가 말하는 이상적인 밸런스는 이렇다. 주 5일 중 3일은 도전적이고 힘든 날. 2일은 완전히 이기는 느낌이 드는 날.

“People are at their best when things feel demanding but not completely overwhelming.”

사람은 빡세지만 완전히 압도당하지는 않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

Katie가 받는 최고의 칭찬은 5년 뒤에 온다고 한다. “그때 그 피드백 기억하세요?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고, 자주 생각합니다.”


기차가 제시간에 달리고, 이기는 것

Katie는 자기 COO 역할을 두 마디로 정의한다.

Trains on time and Harvey winning — those are the two things that matter. Everything else is going to get reshuffled.

기차가 제시간에 달리는 것. 그리고 Harvey가 이기는 것. 나머지는 전부 리셔플된다.

이 정의가 좋은 이유는, People 리더십의 본질과 정확히 겹치기 때문이다. 기차가 제시간에 달리려면 사람이 제 자리에 있어야 하고, 온보딩이 돌아가야 하고, 케이던스가 있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흘러야 한다. 이기려면 높은 기준이 있어야 하고, 채용이 정확해야 하고, 문화가 전략과 정렬되어야 한다.

Katie의 전환기 교훈도 솔직하다. HubSpot 500명 팀 리더에서 Harvey 200명 회사로 왔을 때, “시간이 남겠지”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틀렸다.

“Your old copy-paste playbooks will never work.”

이전 회사의 플레이북을 복붙하면 실패한다. 어떤 경력이든, 새 조직에선 초심자의 모자(beginner’s hat)를 써야 한다.


몇 가지 생각

Katie Burke를 따라가면서, People 리더십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과거의 HR은 채용하고, 보상 설계하고, 노동법 지키는 기능 조직이었다. 지금의 People 리더는 AI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문화를 전략적 무기로 만들고, 조직의 운영 시스템 자체를 구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Katie의 CHRO에서 COO로의 전환이 자연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보딩, 밸류 코드화, 글로벌 확장, 내부 커뮤니케이션 — 전부 People 팀에서 시작된 일이다. 채용 인프라가 탄탄해야 회사가 스케일한다. 결국, 사람의 일이 곧 회사의 운영 시스템이다.

테이블에 앉으려 하지 말고, 테이블을 만들고 메뉴를 짜라.

가장 열심히 뛰는 사람이 가장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조직. 어색한 피드백을 견딜 수 있는 문화. AI가 아무리 효율을 만들어도, 그 위에 서 있는 건 결국 사람과 기준과 신뢰다.

그것을 설계하는 사람이, 이 시대에 경영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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