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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글방의 어딘이 말하는 활활발발 글쓰기

1/ 글이라는 건 문장이 이루는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나의 완벽한 문장, 또 하나의 완벽한 문장, 또 하나의 완벽한 문장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글이 되는 것이다. 그중에 한 문장이라도 불량품이 있다면 부실 건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2/ 작가란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낯설게 하기, 글쓰기의 핵. 설명만으론 가닿기 어려운 이 지점은 때로 좋은 글 한편으로 정확하게 가늠된다.

3/ 글쓰기는 용기와 관련된 행위다. 눈부신 한 편의 글 안에 전투의 상흔이 이곳저곳 깊게 배어 있는 까닭이다. 견고한 질서 완고한 관습 치밀한 통제를 부수고 깨뜨리고 균열을 내는 것,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4/ 글을 쓰게 하는 본연의 힘은 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느냐, 그것도 얼마나 절실하게, 얼마나 혹독하게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5/ 제목과 첫 문장을 섹시하게 써야 한다. 독자들이 안 읽어보고는 못 배기게끔 하는 것이다.

6/ 언제나 어디서나, 쓸 수 있기 위해서는 손을 벼리어두어야 한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 너에게 들은 이야기,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 오래전 죽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 오지 않은 세상에서 보내는 전언, 동네마다 서 있는 느티나무가 서리서리 품고 있는 그 이야기는 불현듯 느닷없이 나에게 온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푸르게 날을 갈아두어야 한다.

7/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나는 종종 일주일에 한 편씩 한 번도 빠지지 않고 3년, 이라고 답하곤 한다. 그곳이 도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는다.

8/ 그런 시기가 있다. 어떻게든 그 시절, 그 사건을 혹은 그 기억을 복기하고 반추하고 해석해내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고 정리해야 다음 단계의 삶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그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므로 글방러들은 함께 글을 읽고 섬세하게 공분하고 가열차게 지지하고 적확하게 비평하는 데 맹렬하게 몰두했다, 지치지도 않고. (…) 누구도 이들에게 어떤 글을 쓰라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때가 되면 불현듯 눈을 든다, 아득하고 광활한 세계, 미세하고 섬약한 생명들을 향해. 그리고 홀리듯 나아가고 다가간다. 이야기는 겹치고 흐르고 관통하고 당기고 밀며 이 시대의 풍경을 오롯이 드러낼 것이다.

9/ 글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란 곧 삶을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이다. 경험을 몸에서 떼어내 세상 속으로 보내고 그 풍경을 곰곰이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다. 애증과 수치와 모욕과 공포와 분노를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것으로 다룰 줄 알게 되기까지는 스스로를 ‘견디는’ 혹독한 시간과 스스로를 ‘넘어서는’ 고단한 수련이 필요하다. (…) 글이 혹은 세상이 아름다우면서 아플 수 있고 아픈 것이 나쁜 것은 아니며, 우리가 서로에게 낙하하는 것은 부서지지 않기 위함임을 보여준다.

10/ 좋은 글의 요건. 첫째,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솔직해야 한다. 셋째, 마음이 기울거나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넷째, 단순하고 담백한 문장을 쓴다.


¶ 출처: 어딘(김현아), ⟪활활발발 –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 위고 (2021) (구매하러 가기)

책: 어딘, 활활발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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