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법무조직을 고민하다 보면, 마음속에 자꾸 하나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AI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많은 팀들이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데… 법무조직은 이 변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야 할까?
최근에 Guy Alvarez의 The Rise of AI-Native Law Firms란 글을 읽고, Canva의 CLO가 공개한 AI-Native Legal Team Charter란 자료까지 살펴보면서, 제 고민이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법무팀의 미래는 ‘AI를 잘 활용하는 팀’을 넘어서, ‘AI를 중심에 두고 다시 설계된 팀’이 될 가능성이 크겠구나.”
아래 내용은 그 고민의 기록이자, 앞으로 법무조직이 어떤 방향을 향해 가게 될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탐색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I가 변호사를 대체하는가? → 그건 핵심 질문이 아니다
AI 이야기를 하면 항상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AI가 변호사를 대체하는 거 아니야?”
확실히 AI가 잘하는 건 명확합니다. 방대한 법령·판례를 몇 초 만에 정리하고, 계약서나 정책의 차이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초안과 대안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일.
반대로, 사람이 해야 하는 일도 분명합니다. 비즈니스의 맥락을 읽고, 어떤 리스크가 “진짜 중요한 리스크”인지 판단하고, 관계를 설계하고, 조직 안팎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 같습니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해줄 때, 법무 조직은 어떤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까?”
결국 AI 덕분에 반복 업무를 덜어낼수록, 법무팀은 판단, 전략, 커뮤니케이션, 관계와 같은 더 핵심적인 영역에서 가치를 낼 수 있게 됩니다.
Canva가 보여준 힌트: AI-Native와 AI-Assisted의 차이
Canva의 CLO가 공유한 AI-Native Legal Team Charter는 제가 평소에 생각해오던 질문들에 작은 방향성을 주었습니다.
그들의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확합니다: AI-Native는 ‘도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원칙들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 People Centered: 인간 중심. AI는 인간을 강화하는 역할에 그친다.
- AI Mindset: 무조건 쓰는 게 아니라, 계속 의심하고 검증하며 함께 사고한다.
- Built-In, Not Bolted-On: 프로세스 처음부터 AI 활용을 전제로 설계한다.
- Strategic Relay: AI와 사람의 역할 분담을 명시적으로 설계한다.
- Company Brain: 조직의 지식이 “흩어져 있는 메모”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학습되는 하나의 지적 시스템이 되도록 만든다.
왜 작은 팀이 더 먼저 AI Native로 갈 수 있을까
Guy Alvarez는 곧 등장하게 될 AI-Native Law Firm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 AI가 기본값(default)인 운영모델
- 전통적인 “어쏘-파트너 피라미드”의 축소
- 소규모 팀이 대규모 케이스를 처리하는 구조
- 시간 기반 과금 모델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 데이터·지식 기반의 운영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인하우스 법무팀이야말로 AI-Native로 전환하기 좋은 조건을 가진 조직이 아닐까?
왜냐하면 작은 팀일수록 구조 전환이 빠르고, 제품·기술팀과 가까워서 실험이 가능하고, 의사결정 사이클도 훨씬 짧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법무팀이라면, 이 변화에 가장 먼저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정답이 없다, 그래서 더 일찍 고민해야 하는 화두
AI가 법무조직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누구도 정답 알고 있진 않습니다. (세상에 없는 세 가지: 공짜, 비밀 그리고 정답) 오히려 지금도 많은 부분이 실험이고, 시행착오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은 있습니다: AI를 잘 쓰는 것과 AI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법무팀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는 각 조직이 선택하는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AI Native Legal Team, AI 중심 법무 조직이라는 화두는 먼 미래의 전망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훨씬 가까이 와 있는 실질적인 질문이라는 점을 환기하고 싶습니다.
이 질문을 일찍 고민하는 조직이 앞으로 더 빠르게, 더 지능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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