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야마구치 슈,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2019)를 읽었다.

지식과 정보의 흐름이 날로 빨라진다. 학습할 것은 갈수록 늘어난다. 학생일 때야 강사의 진도 안내를 받으며 차근히 과정을 따라가면 되었지만, 학교를 졸업한 다음부터 모든 공부는 독학일 수밖에 없다.

야마구치 슈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아래의 독학 시스템을 구축한다:

독학 시스템 4개의 모듈

저자는 자신의 독학 시스템을 4개의 모듈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략 → 인풋(배움) → 추상화 및 구조화(생각) → 축적.

1. 전략

  • 먼저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큰 방향성을 결정한다. 반대로 말하면 “무엇을 배우지 않을지”를 결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만약 독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이라고 한다면, 일주일에 1권, 연간 50권 정도의 인풋이 최선일 것이다. 독학의 전략을 생각한다는 건 말하자면 ‘1년간 읽을 수 있는 최대치인 책 50권을 어디에 분배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말과 같다.
  • 독학의 목표는 ‘장르’가 아니라 ‘테마’여야 한다. ‘테마’란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논점을 뜻한다.
  • ‘테마’를 정했다면 여러 가지 장르의 지식을 조합해 독자적인 시사나 통찰이 생겨날 수 있도록 ‘독학의 커리큘럼’을 짜야 한다.
  • ‘장르’를 고를 때는 (자신을 프로듀스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은 고르지 않는 조합을 고른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크로스오버를 통해 독특한 포지션을 만들자.
  • 독학의 전략이 명확하면 안테나의 감도가 높아지고 추상화 및 구조화의 능력도 좋아진다.
  • 전략이 너무 정밀할 필요는 없다. 배움이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배움의 시점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른다. 그것은 나중에 돌이켜보고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것이 성장이라는 것이다. (…)
그때까지 자신이 몰랐던 논리로, 자신이 한 일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고 헤아리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성장이기 때문이다. (…)
배움이란 언제나 그렇게 미래를 향해 몸을 내던지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위다.

우치다 다츠루

2. 인풋

  • 경제경영서는 가능한 한 명저를 선택하고 독서 노트는 만들지 않는다. 좁고 깊게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 반면, 교양서는 마음 가는 대로 폭넓게 읽고 독서 노트를 만든다. 넓고 얕게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되돌아가서 참조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둔다.
  • 장기적 시각의 독서는 불필요하다. 장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읽어야 하는 책을 선별할 필요는 없다. ‘지금, 여기’에서 바로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재미있든가 하는, 그 순간에 맞는 선호가 훨씬 중요하다.
  • ‘지금 바로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뭔가 대단해’라고 느끼는 감각이 중요하다.

장래를 미리 내다보고 점과 점을 연결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짜 맞추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언젠가 인생의 어딘가로 이어져 열매를 맺을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
  • 메토니미(metonym: 환유)적 독서와 메타포(metaphor: 은유)적 독서: 메토니미적 독서는 책과 책 사이가 종적인 계층 구조를 형성할 수 있고, 메타포적 독서는 독서의 대상이 되는 영역이 가로로 중첩된다.
  • 교양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아래 그림4). ‘교양은 있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 “식욕이 없는데 먹으면 건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욕구를 동반하지 않은 공부는 오히려 기억을 훼손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3. 추상화 및 구조화

  • 지식에서 지혜가 되도록 하려면 축적해 둔 정보를 추상화해서 시사와 통찰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추상화라는 것은 사소한 요소를 제거하고 핵심을 뽑아내는 것, ‘요약하자면 OO다’라고 정리하는 것이다.

모델이라는 것은 본질적인 것만을 강조해서 뽑아내고, 나머지는 내다버리는 작업이다. 이를 ‘추상’과 ‘사상’이라고 한다.

고무로 나오키
  • 아인슈타인의 사고 프로세스(아래 그림5)는 이른바 귀추법(abduction)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접근 방법이다.
  • ‘추상화’를 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한 요령은 바로 반복해서 경험을 쌓는 것이다. ‘배운 지식’과 ‘추상화로 얻은 가설’을 함께 축적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4. 축적

  • 중요한 것은 ‘상식을 의심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의심해야 할 상식’을 가려내는 선구안을 갖는 것이다. 풍부하게 축적된 지식과 눈앞의 세계를 비교해보면 보편성이 더 낮은 상식, 즉 ‘지금, 여기만의 상식’이 어떤 것인지가 떠오른다.
  • “아이디어는 기존 요소를 새롭게 조합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아니다.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재능은 사물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재능에 의존한다.” (제임스 웹 영)
  • 아이디어의 질은 아이디어의 양에 의존한다.
  • 밑줄은 ① 나중에 참조하게 될 것 같은 흥미로운 ‘사실’, ② 흥미로운 사실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과 ‘시사’, ③ 통찰과 시사에서 얻을 수 있는 ‘행동’의 지침에 긋는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정보, 공감하거나 납득할 수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공감할 수 없는 정보,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보에도 밑줄을 긋는다.
  • 한 권의 책을 다 읽었다면, 밑줄 친 부분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9군데를 넘지 않도록 한다. 너무 많으면 옮겨 적는 작업 자체가 싫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옮겨 적을 때는 반드시 비즈니스나 실생활에 대한 ‘시사점’을 기록해둔다.
  • 기록한 내용에 ‘태그 붙이기’를 통해 뜻밖의 조합을 낳는다.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고(인풋) ‘기록’한 다음(축적) 비즈니스와 일상 생활에서 ‘활용’한다(추상화 및 구조화)라는기본 골격은 현재 내가 실행하고 있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독학에서도 전략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 기록을 할 때도 메모한 모든 것을 옮기기 보다는 기록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상한을 둔다는 점, 기록한 것을 태그를 통하여 우연한 조합을 기대한다는 점 등이었다.

앞으로는 기록을 할 때도 반드시 비즈니스나 실생활에 대한 ‘시사점’을 함께 기록해두고 이를 수시로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조합하는 과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디커플링, 고객 가치사슬의 혁신

기업은 혁신을 멈출 때가 아니라 자사의 초기 성장을 이끌어준 고객의 욕구에 집중하던 눈을 다른 데로 돌릴 때 성장 정체를 겪는다.

이 책, 365쪽

탈레스 S. 테이셰이라, ⟪디커플링⟫ (2019) 읽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강조하지만, 결국 ‘고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보다 ‘경쟁사’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기업은 고객을 신경쓰지만, 경쟁사에 대해서는 거의 집착하는 수준이다.

저자는 기존 기업이 스타트업에 의하여 그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단순히 기술 혁신에 뒤쳐졌기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스타트업도 기술의 ‘사용자’일 뿐이다.)

오히려 기술 같은 기존 자원만을 중시하다가 ‘고객 가치사슬’(customer value chain)의 단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일부가 끊어지고 대체되는 것,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탈레스 S. 테이셰이라, ⟪디커플링⟫ (2019)

우리는 흔히 혁신이라고 하면 주로 기술 혁신을 떠올리지만, 저자에 의하면 진짜 파괴적인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혁신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회사가 가치를 어떻게 (누구를 위해) 창출하고, 가치를 어떻게 (누구로부터) 확보하는지에 관한 것이다(87쪽).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가치 창출),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기 위한 활동(가치에 대한 대가 부과), 가치를 창출하지도 대가를 부과하지도 않는 활동(가치 잠식)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고객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세심하게 살피고 상세히 그려내서 이를 대체하거나 가치 향상을 통해 추가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때 가능하다. 분석의 핵심은 고객이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 파괴자가 제공하는 제품보다 고객의 금전, 시간, 노력과 같은 비용을 더 발생시키는지, 덜 발생시키는지를 알아내는 게 핵심이다(152쪽).

디커플링을 사용한 파괴의 5단계 과정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아마존(Amazon)과 베스트바이(Best Buy) 케이스를 간략히 소개한다.

아시다시피 아마존은 베스트바이와 같은 소매 점포업을 ‘파괴’했다. 물론 아마존은 여러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여 기술 혁신, 물류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저자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으로 접근한다.

베스트바이는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고객들이 물건을 직접 본 다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베스트바이 고객이 점포를 방문하여 제품을 살펴본 다음 구매까지 이어지는 단계에서 고객 가치사슬을 끊어냈다.

베스트바이는 이러한 아마존의 디커플링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베스트바이는 최저가격보장으로 아마존과 맞섰지만 그런 출혈 경쟁이 오래 갈 수는 없었다. 베스트바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했다.

제조업체들이 베스트바이의 매대를 통해 고객에게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가치 창출), 베스트바이가 아무런 대가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베스트바이는 삼성, LG 같은 가전 제조업체에 쇼룸/전시실 공간을 내어주고 사용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했다.

베스트바이의 이런 대응 방식은 저자가 기존 기업이 디커플링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설명하는 “분리해서 리밸런싱 하기”에 해당한다. 고객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면밀히 살펴서 가치는 창출되지만 대가 부과를 하지 않았던 누수 지점을 찾고, 해당 단계를 분리해서 리밸런싱 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도전 받고 응전하면서 발전한다. 그것을 굳이 ‘발전’이라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고객이 향유하는 가치가 커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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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디커플링 - 넷플릭스 아마존 에어비앤비… 한순간에 시장을 점령한 신흥 기업들의 파괴 전략, 인플루엔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