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토타이핑 — 진짜로 만들기 전에 가짜로 테스트 하라

알베르토 사보이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2020) 읽었다. ‘될 만한 놈’(The Right It)을 가려내는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 기법에 관한 책이다.

좋은 아이디어,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 시장에서 통하는 아이디어, 통하지 않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이다. 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 안 통할지를 미리 알 수 있을까?

결국은 ‘데이터!’다.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 작은 규모의 실험으로 그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그 데이터를 얻는 방법이 바로 “진짜로 만들기 전에 가짜(fake)로 테스트”하는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이다.

큰 돈과 시간을 투입하기 전, 실행에 옮기기 전에 테스트를 통해 ‘될 놈’과 ‘안 될 놈’을 가려낸다는 발상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가려내기)

알베르토 사보이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2020)

문제는 프리토타이핑 자체가 실행하기에 결코 쉬운 방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프리토타이핑의 3가지 핵심 사항은:

  1. 적극적 투자가 있는 ‘나만의 데이터’를 생성해야 한다.
  2. 빠르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3.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위 3가지 핵심을 지키며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프리토타이핑 도구를 찾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다. 그런데 넘어야 할 더 큰 산이 있다. 그렇게 얻어낸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사결정까지 하는 것이다.

저자는 타겟 유저들로부터 ‘선금 지급’이나 ‘사전 펀딩’ 같은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 낸 경우에만 해당 아이디어의 성공 확률을 높게 본다. (skin in the game)

타겟 유저로부터 “take my money!” 같은 반응 – 말이 아니라 실제 action – 을 얻지 못하면 그 아이디어는 폐기하거나 테스트 과정에서 얻은 타겟 시장/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고쳐져야 한다.

프리토타이핑 테스트의 목표는 아래의 두 가지로 정리된다:

  • (1)적극적 투자를 끌어낼 정도로 먹힐 만한 아이디어가 맞는지 검증한다.
  • (2)테스트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타겟 시장/고객에 대해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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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7가지 방법

서재근,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2015)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여느 기획방법론 책들과 달리 굳이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왜 장점일까. 좋은 이야기는 독자를 참여시킨다. 독자는 이야기에 빠져 유사 경험을 내재화한다. 책을 덮고 한참이 지나도 내용이 선명히 기억난다. 주인공인 5년차 광고인 김지학 대리의 성격이나 그가 처한 상황, 내부 경쟁 PT에서 패배한 그의 당혹감, 팀을 옮기면서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집념, 새로운 팀에서의 변화, 배움, 도전 등등.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습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의 각도를 넓혀라.” 생각을 깊이 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각도를 넓히라는 말은 좀 낯설다. 다양한 각도로 접근을 하라는 말은 많이들 쓴다. 저자는 ‘통찰력’은 ‘같은 사물과 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사물과 현상을 기존과는 다른 각도로 바라볼 때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각도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항상 같은 각도로만 보던 사람은 그 각도에 익숙해서 그것에 익숙해진 사실 조차 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말이 통하려면 그 자신이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고, 그에 앞서 대체 어떤 생각이 고정관념인지부터 알아야 할 터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이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크게 7가지이다:

  1.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2.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
  3. 입체적으로 생각한다.
  4.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5. 프로세스에 연연하지 않는다.
  6. 진짜 문제를 생각한다.
  7. 숫자를 믿지 않는다.

먼저,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취하면서도 스스로의 생각의 스위치를 항상 켜두라는 말이다. 당연하지! 정말 당연한가? 전문가의 의견도 최대한 다른 각도에서 최대한 냉정하게 의심해보자.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관념은 우리를 구속하는 생각, 일종의 ‘한계점 같은 생각’이지만 그 한계점을 극복할 때 우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줌과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고정관념을 찾으려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원래 그런 것으로 느껴지는 것 앞에서 멈춰 서는 연습을 해보라. 고정관념을 찾으면 반대로 생각해보라.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의심은 해보라.

입체적 사고란 “주어지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의 단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각도에 따라 보이는 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의 각도를 펼쳐 입체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습관”을 말한다(p.183) 이 습관을 훈련하는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정의하거나 단정짓지 않는 것이다.

회의 시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터무니없다거나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이야기는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 또는 단면적 사고를 건드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인내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접근해보자. 이것은 아이디어를 찾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회의에 임하는 좋은 자세이기도 하다. 회의 때는 받아적기보다는 질문을 하며 그 생각의 궤적을 좋고 나의 의견과 갈라지는 부분을 체크해두자.

프로세스를 중시하되 프로세스에 갇히지는 말자. 프로세스는 때로 의심의 여지를 지워버린다. 프로세스에 생각을 지배당하지 말고 생각으로 프로세스를 지배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최대한 단순화하면 결국 ‘목표’, ‘해결과제’, ‘해결방안’ 이 세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해결 방안에 대한 통찰(아이디어 발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문제 설정’이다. 부정적인 상황 자체를 문제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현상(phenomenon)과 문제(problem)은 다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기획은2형식이다⟫를 참고)

숫자는 힘이 세다지만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특정한 의도’에 취약한 면이 있고 그래서 얼마든지 그릇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숫자는 숫자로 명시된 사실 이면의 맥락을 ‘단면화’하여 우리의 입체적 사고를 방해한다. 소비자 조사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고, 그들에게는 좀 더 바람직해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려는 습성이 있다. 조사는 인사이트의 부족을 메우는 보완재일 뿐이다.

읽으면서 가장 머리가 시원해졌던 부분은 아래. 주어진 문제(30~40대를 핵심 타깃으로 출시된 음료를 어떻게 더 잘 팔 것인가?)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타깃을 설정함으로써 문제 설정 자체를 새로 해버리는 대목:

우리는 그것을 조사의 오류 혹은 조사 분석의 오류로 생각했어요. … 우리도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해봤어요. 대신 OOO에서 묻지 않은 질문 하나를 더 포함시켰죠. ‘찌뿌듯하고 집중이 잘 안 될 때 여러분은 보통 무엇을 원하게 되는가?’ … 그 결과 애석하게도 ‘음료로 머리를 맑게 하겠다’는 대답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30~40대 직장인들은 ‘사우나에서 쉬고 싶다’, ‘산책을 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던 거에요. …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건 어쨌든 업무를 피해 잠시나마 쉬는 거예요. 그것이 그들의 진짜 욕구죠. 김 대리가 파악한 건 그들의 진짜 욕구라기보단 포장된 욕구가 아닐까 싶어요.

이 책, 345쪽

마지막으로, 영국 끝자락에서 런던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타스케 팀장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책에서 확인하시길.) 나의 대답은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 심사 후기

모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 심사위원이 되어 서류심사, 발표심사를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문제설정의 중요성

어디까지나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이므로 ‘문제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대학생 팀들 중 대학생 특유의 관심사, 20대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문제설정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주 참신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문제라서 그런지 발표에 자신감이 느껴지도 했다. 이렇게 문제설정이 참신하면 ‘문제해결’ 부분이 약해도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배경 설명은 간략히

특정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이라서 그랬는지, 해당 산업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슬라이드 몇 장씩을 써가며 장황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체 설문조사, FGI를 거친 내용들이라고 해도 기존에 보도되거나 발표된 자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었다. 심사위원들은 각 금융사 및 금융기관 현업 실무자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들에게 이런 배경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약 해당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이 심사위원이었다면 얘기가 달랐겠다. 그러니 사전에 어떤 사람들이 심사위원들로 오는지 정도는 파악해두어야 한다. 게다가 서론에서 너무 힘을 뺀 탓인지 문제설정, 문제해결을 매우 대충 해놓은 경우도 있었다. 정작 힘을 주어야 할 곳은 그 부분인데 말이다.

역시, 핵심은 문제해결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이므로, 자신들의 설정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핵심이 있다. 결국 ‘어떻게’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발표시간은 총 5분이었으므로, 가능하다면 3~4분을 여기에 할애해야 맞다. 그런데 앞에서 썼듯이 서론에 너무 힘을 주는 경우가 많았고 하물며 그렇게 장황한 서론이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배경 리서치는 열심히 해놓고 막상 문제해결에 필요한 기술이나 제도에 관한 리서치는 부실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해결의 내용이 매우 복잡하여 대강 들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복잡한 서비스가 매력이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복잡한 구조가 정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을까. 아무리 아이디어 공모전이라고 하지만 실현가능성을 전혀 생각지 않은 듯한 내용도 있었다. 최소한 현재 단계의 기술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한계점은 무엇인지 등은 언급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기대효과는 깔끔하게

마지막으로 매우 거창한 기대효과를 늘어놓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모양 좋은 단어들에 현혹되는 사람이 많지 않을텐데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해서 갑자기 현실감각이 싹 달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발표 전체가 허황된 것처럼 보일 위험이 있고 잘 쌓아온 점수를 끝에 가서 날려먹는 꼴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문제설정이 너무 거창해서 기대효과도 거창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기대효과는 가급적 구체적으로 이왕이면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 좋겠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 정합적인 내용들만 간추려서 넣는 편이 깔끔한 마무리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문제설정이 참신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리서치와 고민을 많이 한 팀들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여러 심사위원들의 아무런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에도 평가 의견이 거의 동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