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웨이: 도전, 실패, 실패, 실패, 실패… 그리고 성공?

“이 책이 기업 스토리를 가장한 성공 신화나 위인전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에필로그에 적힌 장병규 의장의 말이다. 크래프톤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로서 책을 집어든 나의 바람도 같았다. 다행히 저자(이기문 기자)는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두기에 성공한 듯 하다. 이 책은 정말이지 적나라하다.

한 기업의 10년사를 이 정도로 솔직하게 담아낸 책은 처음 봤다. 임직원의 비판, 불평, 불만, 때로는 비난과 비아냥, 심지어 퇴사하는 이들의 마지막 호소는 물론이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까지 실려 있다. 일부 가감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읽을 때는 진땀이 났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경영진과 임직원은 상처를 주고 받았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자금줄은 마르고 말라 임금 2개월분 정도만 남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장병규 의장과 크래프톤의 경영진은 ‘소통’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의견을 받아 감정이 상하고 욕지거리가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응답을 했다.

소통에 관한 장병규 의장의 메시지를 아래에 옮겨본다:

오랜 세월 경영을 해보니 결국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 같다. (…)
경영자의 소통이란 결국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이기심과의 끊임없는, 너무나도 지루한 싸움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절대 없어지지 않으며,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심지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일수록 이기심이 가득할 것이다. (…)
경영자가 소통에 실패하거나 게을러지면 너와 나를 가르는 행위가 조금씩 시작된다. 편을 가르는 사내 정치가 시작되며, 사일로 현상이 본격화된다. (…)
소통 과정에서 경영자는 인간적 상처도 많이 받을 것이다. (…)
절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장병규의 메시지 #4 소통에 대하여
이기문,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2021.

크래프톤의 전신 블루홀 창업 초반의 설렘은 잠깐, 이어지는 기나긴 고난의 시간들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그 고통이 생생히 전해졌다. 배틀그라운드의 초대박 성공이라는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힘들었다. 블루홀 10년사의 클라이막스라 할 배틀그라운드 기획 이야기는 책의 절반을 넘어가야 등장한다.

공동창업자이자 투자자인 장병규 의장은 블루홀 창업 전에는 게임 제작에 관하여 잘 알지 못했다. 제작팀을 믿고 창업했고, ‘경영과 제작의 분리’라는 원칙을 지켰다. 단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데 3년, 300억을 썼지만 부족했다. 4년, 400억을 써서 출시했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작을 맡았던 공동 창업자 4명 중 3명이 회사를 떠난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했다. 북미 시장을 두드렸지만 실패한다. 중국 시장에서도 진출해보지만 실패한다. 게임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목도하고 모바일 게임 제작팀을 중국 현지로 보내서 개발하는 모험을 감행하지만 역시 실패한다.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정말 징하게 실패한다.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의 성장은 이뤄야 한다. 사업은 실패해도 조직이 혹은 개인이 실패하게 두어선 안 된다. 조직은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병규의 메시지 #6 도전에 대하여

블루홀 2.0과 배틀그라운드

2012년 겨울, 전체 직원의 20%를 내보내는 대규모 인원감축을 한다. 2013년 2월 강남에서 판교로 사옥을 이전한다. 임대료를 아낀다. 2013년 여름, 장병규 의장은 번아웃을 토로하며 회사 매각을 고민하지만, 김강석 전 대표가 만류한다. 김강석 전 대표는 차기작 출시 전까지 버틸 방법을 구상한다. “끝까지 하기 위한 지혜로운 실행들”(장병규 의장)을 모색한다.

전략을 수정한다. 단 하나의 명작에 회사의 명운을 걸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넓힌다. 군소 게임 제작사(스튜디오)를 인수합병하여 연합군을 꾸린다. 이른바 ‘블루홀 2.0’이다. 그리고 2014년 11월, 연합군에 합류한 지노게임즈의 김창한 PD(현 크래프톤 대표)가 결국 일을 낸다. 2015년 11월, 김창한 PD는 지금의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기획서를 제안한다.

제안을 받은 경영진은 이 기획이 말이 된다고 느끼면서도 말이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경영과 제작의 분리’라는 원칙은 숱한 실패 속에서 이미 폐기되었다. 정확히는 업그레이드 되었다. 경영은 제작 리더십을 존중하되 사전에 협의한 마일스톤으로 견제한다. 실제로 이 제작 관리 프로세스를 거치며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영진을 향해 “지금 이 바람이 느껴지지 않느냐”며 “지금은 완벽함보다 속도가 더 중요한 때”라며 장문의 이메일을 쓴 김창한 PD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블루홀에 합류하기 전까지 포함하면 김창한 PD 역시 17년 간 3개의 게임을 만들었지만 모두 ROI(투자 대비 수익)을 달성하지 못했다. 가혹한 말이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경영과 제작은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로, 같이 살길을 도모해야 한다. 게임 출시에 실패한 개발자는 죄인이 아니고, 게임회사 경영인은 악마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업을 위해 그저 제 일에 충실할 뿐이다. 블루홀에서 게임 개발을 하는 일은 중단되는 게임을 계속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개발 중단은 상처가 아니라 다음 성공을 위한 훈련 과정일 분이다. 실수한 순간에 그대로 멈추면 실패이지만, 딛고 일어서면 성공이 된다.

⟨경영인을 이해하기⟩

배틀그라운드는 전대미문의 대흥행을 거두며 회사를 살려냈고, 크래프톤은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2021. 8월 예정). 그래서 이 스토리는 성공으로 끝난 것일까. 배틀그라운드는 그토록 바라던 “10년 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걸까. 글쎄, “그 미래가 어디인지,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이야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의 상장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장병규 의장과 공동창업자들, 투자자들 그리고 임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부를 얻게 될 것인지를 이야기 한다. 억 단위 숫자가 언급된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고 나면 지금 크래프톤 상장이라는 사건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장병규 의장, 김강석 전 대표, 김창한 대표가 직접 쓴 이메일과 그들이 참여한 회의록 일부가 (약간의 각색을 거쳐) 그대로 실려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어려운 상황일수록 소통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성공은 결과이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과거 제 프로젝트에서 결여된 것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봤어요. 개발자는 먼저 로망을 가지고, 그다음 도전과 혁신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도전과 실패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김창한 대표

비전을 향하는 성장

성공이냐 실패냐. 세상 사람들을 결과에 관심이 많다. 결과는 물론 중요하다. 다음 도전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성공이란 결과에 머무르면? 그 성공은 더는 성공이 아니다. 선물처럼 찾아온 잠깐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에 낙담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의 길을 걸으려면 함께 하는 꿈, 즉 비전을 중심으로 좋은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블루홀에서 크래프톤으로. 10년의 시간 동안 비전의 변경(MMORPG의 명가 → 게임 제작의 명가)은 있었지만, 방향을 잃지는 않았다. 한결같이 “비전을 향하는 성장”을 추구했다. 성공이란 결과는 하늘의 일임을 알았지만, 사람의 일, 조직의 일을 최선으로 해내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고민했다.

김강석 전 대표는 사내 소통 행사에서 “앞으로 5년 후 블루홀이 어떤 회사로 있기를 기대하고 예상하나요?”라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출시한 게임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소망이 있다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이야기한 것이다. 나는 이 한 문단에 기업 경영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경영진과 제작진이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막힘없이 토론하고 거침없이 비판하는, 그러나 합의된 결론을 향해 한마음으로 달리는 회사. 제작의 리더십과 실무진이 신뢰와 존중으로 팀을 이루어, 때로는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잡는 프로젝트를, 때로는 세상에 쉽게 나오지 않을 독특한 아이디어를 과감히 프로젝트로 만드는 회사. 실패한 팀에 손가락질하지 않고, 성공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을 무시하지 않는, 성공과 실패 모두에 겸허하게 열려 있는 회사.

김강석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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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웨이: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 김영사, 이기문

사내 창업가를 위한 14가지 규칙

록히트마틴의 R&D 조직으로 알려진 ‘스컹크웍스’(Skunk Works)에는 클래런스 ‘켈리’ 존슨(Clarence Kelly Johnson)이 만든 14가지 규칙 — 이른바, Kelly’s 14 Rules — 이 있다.

⟪린 분석⟫(Lean Analytics)의 저자들은 위 규칙을 일부 수정하여 내부로부터 회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내 창업가(Intrapreneur)를 위한 14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Lean Analytics
  1. 만약 규칙을 깨기로 했다면 변화에 대한 책임과 함께 윗선에서 부여해준 권한이 필요하다. 임원의 지지를 확보하라.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라.
  2. 회사 내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실제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라. 이렇게 하려면 고객지원팀과 영업팀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은 여러분이 고객과 접촉하면서 일으킬지 모를 변화와 불확실성을 원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계속 요구해야한다.
  3.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실행력이 좋으며 업무성과가 좋은 사람들로 구성된, 민첩하게 움직이는 소규모로 팀을 꾸려라. 이런 팀을 구성할수 없다면 아직 윗선에서 여러분의 생각을 진정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4. 급격한 변화를 다룰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하라. 도구를 구입하지 말고 임대하라. 되도록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주문형 기술을 이용하라. 자본적 지출(Capex)보다는 운영비 지출(Opex)이 유리하다.
  5. 회의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보고는 간단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라. 그러나 나중에 분석할 수 있게 진척 상황을 반드시 기록해야한다.
  6. 데이터는 공유하고 조직에 숨기려고 하지 말라. 단기 비용이 아니라 여러분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7. 새로운 공급 업체가 더 낫다면 그쪽으로 바꾸는 것을 꺼리지 말되, 합리적이라면 모회사 규모의 경제와 기존 계약의 힘을 이용하라.
  8. 테스트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제품의 요소들이 신뢰할 만한지 확인하라. 이미 있는 것을 다시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기존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 구축하라. 특히 초기 버전을 만들 때는 더욱 그렇다.
  9. 테스트와 시장 조사를 외부에 맡기지 말고 자기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최종 사용자와 직접 만나보라.
  10.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목표와 성공 기준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라. 이것은 경영진의 후원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혼란을 줄여주고 쓸데없이 높은 사양의 제품을 개발하거나 목표를 이리저리 바꾸지 않게 해준다.
  11. 많은 서류 작업 없이, 그리고 프로젝트 도중에 인력을 줄이는 일 없이 자본과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라.
  12. 오해와 혼란을 피하려면 고객이나 고객을 대변해줄수 있는 사람들, 가령 고객지원부서나 판매 후 지원인력 등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라.
  13. 가능한 한 팀 외부인이 팀원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라. 부정적인 사람들이 팀 분위기를 망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제대로 테스트하기도 전에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14.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에 대해 보상하고 필요하면 일반적인 보상체계가 아닌 다른 보상 모델을 사용하라. 여하튼 여러분은 사내 창업가들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자기 사업을 하려고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위 내용은 스타트업 분야의 교훈을 대기업 환경에 맞게 작성한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면, 규모가 거대한 회사라도 변화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강력한 리더십과 경영진의 후원이 있어야 사내 창업가 또는 사내 혁신 조직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위 14가지 규칙에는 “회사 윗선의 진정한 지지”와 “회사 내 자원 사용과 고객 접근을 위한 권한”이란 말로 표현되었다.

스타트업이 MVP로 PMF를 찾는 과정

스타트업이란 무엇이고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텍스트북 1주차 후기)

3주차 주제는 스타트업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고, PMF(Product-Market Fit, 제품과 시장이 부합한 상태)를 찾는 과정이다.

에이블리 강석훈 대표가 MVP가 무엇인지, 왜 MVP를 만들어야 하는지, MVP를 설계할 때 고려 요소는 무엇인지 직접 설명한다.

MVP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빠르고 많이 해야 한다

MVP는 팀이 가진 문제-해결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다. 실패, 즉 시장 반응이 전혀 없을 가능성이 높고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최소 비용으로 빠르게 만든다. 대신 그럴싸하게 만든다.

MVP를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 과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fake product를 통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테스트를 해보는 프리토타입(Pretotype)과 같은 방법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MVP를 통해 핵심 가설을 검증한 다음 검증된 방향성으로 시장을 공략하며 고객 반응을 확인해나가는 단계가 바로 PMF이다. 여러 번의 MVP를 통하여 핵심 가설이 검증되었다는 확신이 서면 그 다음은 PMF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PMF를 찾았다면 서비스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여야 한다

PMF를 찾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그널은 사용성 데이터와 마케팅 효율을 보며 확인할 수 있다. PMF를 찾았다면 다른 걸 할 게 아니라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게끔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PMF가 맞는 시점은 다른 새로운 걸 시도할 정신이 없는 상태이다.

이때, 대표의 할 일은 scale-up. 자금과 팀원을 확보해서 경쟁사 대비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빨리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에이블리, 스푼라디오, 마켓컬리, 크몽, 웨이브 그리고 프레시코드

MVP, PMF에 관한 강의 내용은 다른 경로를 통해 접한 수준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의 입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팀이 PMF를 찾은 순간을 설명할 때는 스크린 너머로 벅차오르는 감격과 희열이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이블리, 스푼라디오, 마켓컬리, 크몽, 웨이브 그리고 프레시코드의 창업자들이 직접 팀이 세웠던 가설과 이를 검증하기 위해 만들었던 MVP의 수준을 소개한다. 지금은 엄청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 만들었던 MVP의 수준이 생각보다 엉성했다. (그러니까 MVP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빠르고 과감한 실행력에 놀랐다. 나는 지금껏 내가 가진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실험’을 해 본 적은 없다. 크몽 박현호 대표는 자신이 직접 개발을 할 시간이 아깝고 그보다 빠르게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200달러를 주고 솔루션을 샀다고 한다. 그래서 셋팅하고 출시하는데 고작 2주가 걸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매우 현명한 방법이었다.

스타트업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패스트벤처스에서 만든 예비창업자를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텍스트북’(Textbook)을 수강 중이다(보도자료).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문화를 확산시키려 한다는 취지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창업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 생각했다.

아래는 1주차 강의를 듣고 쓴 메모:

텍스트북 1주차
  •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팀이다. 따라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야 한다.
  • 그 문제는 (스타트업을 하며 맞닥뜨리게 될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 있는, 해결할 경우 임팩트가 큰 문제여야 한다. 그렇게 중요하고, 가치 있고, 해결할 경우 임팩트가 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결코 쉬울리는 없다.
  • 그렇기에 각오가 필요하고, 준비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좋은 팀이 필요하다.

아이디어스 김동환 대표은 창업 후 2년 간 월급 못 받고 주말에 피자 시켜 먹고 싶은데 시켜 먹어도 될지 고민하고 결혼식 가서 축의금 못 내고 밥만 얻어 먹고 왔었다고 한다.

자연히,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되묻게 되었는데,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문제 해결에 그 정도 가치가 있다는 확신 하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며 “진흙탕을 뒹구는” 인생이 부러웠다.

가만히 기다려서는 그 문제를 만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내 삶 속에서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 심사 후기

모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 심사위원이 되어 서류심사, 발표심사를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문제설정의 중요성

어디까지나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이므로 ‘문제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대학생 팀들 중 대학생 특유의 관심사, 20대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문제설정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주 참신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문제라서 그런지 발표에 자신감이 느껴지도 했다. 이렇게 문제설정이 참신하면 ‘문제해결’ 부분이 약해도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배경 설명은 간략히

특정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이라서 그랬는지, 해당 산업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슬라이드 몇 장씩을 써가며 장황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체 설문조사, FGI를 거친 내용들이라고 해도 기존에 보도되거나 발표된 자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었다. 심사위원들은 각 금융사 및 금융기관 현업 실무자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들에게 이런 배경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약 해당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이 심사위원이었다면 얘기가 달랐겠다. 그러니 사전에 어떤 사람들이 심사위원들로 오는지 정도는 파악해두어야 한다. 게다가 서론에서 너무 힘을 뺀 탓인지 문제설정, 문제해결을 매우 대충 해놓은 경우도 있었다. 정작 힘을 주어야 할 곳은 그 부분인데 말이다.

역시, 핵심은 문제해결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이므로, 자신들의 설정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핵심이 있다. 결국 ‘어떻게’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발표시간은 총 5분이었으므로, 가능하다면 3~4분을 여기에 할애해야 맞다. 그런데 앞에서 썼듯이 서론에 너무 힘을 주는 경우가 많았고 하물며 그렇게 장황한 서론이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배경 리서치는 열심히 해놓고 막상 문제해결에 필요한 기술이나 제도에 관한 리서치는 부실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해결의 내용이 매우 복잡하여 대강 들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복잡한 서비스가 매력이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복잡한 구조가 정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을까. 아무리 아이디어 공모전이라고 하지만 실현가능성을 전혀 생각지 않은 듯한 내용도 있었다. 최소한 현재 단계의 기술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한계점은 무엇인지 등은 언급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기대효과는 깔끔하게

마지막으로 매우 거창한 기대효과를 늘어놓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모양 좋은 단어들에 현혹되는 사람이 많지 않을텐데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해서 갑자기 현실감각이 싹 달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발표 전체가 허황된 것처럼 보일 위험이 있고 잘 쌓아온 점수를 끝에 가서 날려먹는 꼴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문제설정이 너무 거창해서 기대효과도 거창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기대효과는 가급적 구체적으로 이왕이면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 좋겠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 정합적인 내용들만 간추려서 넣는 편이 깔끔한 마무리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문제설정이 참신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리서치와 고민을 많이 한 팀들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여러 심사위원들의 아무런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에도 평가 의견이 거의 동일하였다.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리뷰 데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계산기 두드리지 않은 포석이 어디 있겠냐만은, 성공한 창업자들이 투자, 육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배 창업자들을 지원함으로써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분명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오렌지팜 서초센터

이런 맥락에서 오늘 다녀온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의 리뷰 데이 행사는 인상적이었다.

주로 게임, 넓게는 컨텐츠 분야에서 제품을 만들고 고치고 다듬고 팔 궁리까지 치열하게 하는 발표자들을 보면서 이 영역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인생을 걸었다 할 정도의 결기가 느껴졌다.

위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개발 및 사업에 관하여 진지하게 코멘트를 해주던 창업자는 그 자신도 “실패하는 날 전날까지 실패할지 모르고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로 후배 창업자들을 응원했다.

처음 듣는 게임 관련 용어들을 검색해가며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