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방법 3가지

탁월한 팀의 비결로 꼽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25년 넘게 이 주제를 연구한 에이미 C. 에드먼드슨(Amy C. Edmondson) 교수는 일터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방법을 3가지로 소개한다:

  1. 심리적 안전감의 토대 만들기
  2. 참여 유도하기
  3.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에이미 에드먼드슨, ⟪두려움 없는 조직⟫

1단계: 토대 만들기

구성원들이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새로 짠다. 실패를 재정의하고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명확히 한다.

  • 실패의 3가지 유형을 이해한다: 예방 가능한 실패(절차적 이탈), 복합적 실패(시스템 오류), 창조적 실패(성공하지 못한 시도).
  • 좋은 실패도, 나쁜 실패도 늘 발생할 수 있으며 ‘어떤 실패를 했느냐’가 아니라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를 주시해야 한다.
  • 리더의 역할을 정답을 갖고 지시하고 그 내용을 평가하는 사람에서 업무 방향을 설정하고 직원 의견을 수렴해 전략을 수립하고 개선하고 지속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해 목표를 성취하는 사람으로 재정의 한다.
  • 직원들에게 자주 그리고 분명하게 업무의 목적을 강조한다.

2단계: 참여 유도하기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구성원들의 진정한 참여를 가로막았던 담을 허문다.

  • 리더는 자신의 실수와 약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상황적 겸손’(Situational Humility)을 보여야 한다.
  • 리더는 정답을 모른다는 태도로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질문을 해야 한다.

3단계: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진심으로 실패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직원에게 생산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 리더는 목소리를 낸 구성원에게 우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실패는 도전 과정에서 생기는 당연한 결과이다. 실패를 공개적으로 축하한다.
  • 규칙 위반이나 편법 사용은 단호히 대응한다.

심리적 안전감에 관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에이미 C. 에드먼드슨 교수가 쓴 ⟪두려움 없는 조직⟫(The Fearless Organization)을 읽어보자. (이 책은 아래 링크를 통해 빠르게 구입할 수 있음.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음)

두려움 없는 조직, 다산북스

로렌스 레비, 픽사 성공 스토리의 알려지지 않은 주역

로렌스 레비,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변호사 레비 씨, 스티브 잡스의 골칫덩이 픽사에 뛰어들다!⟫ (2017) 읽었다.

잘 나가는(?) 변호사이자 모 기술기업의 임원이던 로렌스 레비가 스티브 잡스의 요청으로 픽사에 합류한 뒤, 픽사의 IPO와 디즈니에 매각하는 딜까지 성사시키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썼다.

이 책의 주요 소재는 단연 스티브 잡스. 그와 가까운 거리에서 긴밀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일했던 저자는 잡스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드러낸다. 그게 자신을 낮추고 공을 잡스에게 돌리는 겸양적 표현의 한 방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또 한 번 위대하다.

2019년의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이미 알고 있다. 1995년 개봉한 ⟨토이스토리⟩는 그해 최고 수익 영화에 오르며 초대박을 쳤다. 최초의 full 3D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역사를 새로 썼다. 아니, 그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토이스토리⟩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도 그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잡스 본인과 달리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잡슨의 확신은 독선과 오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렷한 비전과 사재를 털어넣는 헌신으로 무려 10년 가까이 회사를 지켰고 결국 성공시킨다. 물론 혼자서 한 일은 아니고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인품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로부터 픽사에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저자가 자신이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하던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career적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저자도 그런 고민을 했다. 결국 주류와는 다른 선택을 했고,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 되었다.

원제는 To Pixar and Beyond. 2016.

생산성: 혁신을 위한 시간

이가 야스요, ⟪생산성: 기업 제1의 존재 이유⟫ (2017) 읽었다.

최근 읽은 칼럼(“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소개되었다. 그 칼럼에서 실무자를 “이등병”이라고 했다. 한 손에는 ‘전략’을 쥐고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우리는 “이등병”이란다.

국방부의 모든 일은 이등병이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떠올랐다. 일이 국방부장관 → 차관 → … → 이등병까지 내려와서 결국 일은 이등병이 다 하는 거라는.

‘이등병’으로서 라인에 서 있는 실무자인 우리는 제한된 자원으로 무엇이든 기획서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만들어 내야 한다. 그걸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라도” 해봐야지.

이가 야스요, ⟪생산성: 기업 제1의 존재 이유⟫(2017).

이 책에서 말하는 ‘생산성’의 정의는 좀 다르다. “뭐라도” 만들어서는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저자가 말하는 ‘생산성’은 부가가치와 비용의 함수이다: 투입 대비 산출. 완전히 새로운 정의는 아니다. 분자를 키우거나(=부가가치를 더 많이 만들거나) 분모를 줄이거나(=비용을 삭감) 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

저자는 이렇게 생산성을 높이는 행위를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생산성과 무관하게 하던 대로 하였다면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의 목표는 ‘혁신’ 또는 ‘개선’이어야 한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적인 여유’이다. 혁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두어야 한다. 야근, 주말 출근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무한 투입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절대 노동 시간을 늘리지 않으면서 ‘혁신을 위한 시간’(Time for Innovation)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소위 ‘루틴’이라고 하는 기존의 전형적인 정규 업무에서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목적 의식을 갖고 or 갖지 않고에 따라 결과에 꽤 차이가 있다. ‘일이 많다 → 더 오래 일하면 된다’의 발상에서 ‘일이 많다 → 더 생산적으로 일하면 된다’의 발상으로 옮겨 가야 한다.

그로잉 업 – 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

홍성태, ⟪그로잉 업 – 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 (2019) 읽었다.

2005년 1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15년째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로서 매출, 영업이익, 주가 모든 숫자를 성장시킨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경이롭다. 길어야 2-3년을 넘기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 전문경영인(CEO)의 운명인데 말이다.

그러나 저 빛나는 성과와는 별개로 이 책은 조금 실망스럽다.

이 책을 펼치며 이른바 ‘차석용 매직’이 세밀하게 분석되어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좋은 결과는 이 결과를 초래한 모든 과정을 정당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냥 다 잘한 일이다. ‘이것도 잘 했고, 저것도 잘 했고… 그래서 이렇게 잘 되었다.’

그리고 차석용 부회장이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아무튼 그가 회계와 재무와 마케팅의 전문가라서 그렇다… 라는 식의 서술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 (물론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경영학의 외피를 쓴 기업홍보자료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가 LG생활건강에서 사외이사를 꽤 오랜 기간 했기 때문일까. 분석 대상과의 거리두기에 자주 실패한다.

급기야 에필로그에서는 임직원의 표현을 인용하여 차석용 부회장을 ‘반신반인’이라고 치켜세운다. 읽는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듣는 사람도 무안할 것 같은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참았을지…

회식, 골프(접대), 의전을 하지 않고, 오전 6시 출근, 점심은 사무실에서 혼자 먹고, 오후 4시 퇴근하여 번화가, 마트 등 소 비자 접점을 돌아다니다 일찍 귀가, 하루 7~8시간 푹 잔다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그와 비슷한 연령과 지위에서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런 생활양식 만으로 그의 캐릭터와 포지션은 매우 희귀하고 가치 있다.

그런데 그 스토리는 이미 2017년 3월 조선비즈에서 기사화했고 그때 충분히 이슈가 되었다.

그때 나도 처음으로 ‘차석용’이라는 경영자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심도 있는 경영 이야기가 나오리라 기대했고, 저자의 전작인 ⟪배민다움⟫을 무척 재밌게 읽었던 터라 그 기대는 더욱 컸는데, 그게 충족되지 못해 아 쉽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약 1년 정도 임직원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데 조사방법론의 한계인 듯 싶기도 하다.

외려 이 책의 엑기스는 맺음말 직전에 수록된 ⟨차석용 부회장과의 대화⟩이다.

특정 조직이나 파벌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사생활을 철저히 관리하고 ‘그레이프바인’(grapevine, 비공식 의사전달 통로)를 두지 않으려 하는 엄격함, OO상 받는 마케팅, 화려한 마케팅 말고 실제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을 하려는 실용성. 마지막으로, 똑똑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경영자가 되려는 진실된 마음 — 이건 정말 귀하다고 생각되었다.

애자일의 핵심 원리는 학습과 협력이다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인사이트, 2018) 읽었다.

애자일?

  • ‘애자일’(agile)은 좁게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일종을 의미한다.
  • 저자는 ‘애자일’을 ‘일의 스타일’, ‘삶을 사는 방식’으로 넓혀서 적용한다.
  • 애자일의 핵심 구동원리는 바로 학습(자라기)과 협력(함께)이다.

왜 애자일인가 — 불확실성

  • 우리의 일에, 삶에 ‘애자일’ 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무언가 확실한 상황이라면 굳이 애자일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 애자일이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식은 “좀 더 짧은 주기로 더 일찍부터 피드백을 받고, 더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더 자주 그리고 더 일찍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 애자일의 핵심 구동원리인 학습과 협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전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습하고,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이 물음이 이 책의 화두이다.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인사이트, 2018)

전략 1. 학습

  •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전문가’에 대한 환상이 있다. 첩첩산중 깊숙한 동굴에 속세와 절연하고 무공을 연마하는 무림 고수와 그를 찾아온 제자가 수련을 하는 모습은 ‘전문가’에 대한 대표적인 환상이다.
  •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전문가는 외부와 담을 쌓고 혼자 연마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스킬’이 높고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람이다. 대인관계에 능한 사람이다. 그래야 구성원 간 협력이 가능하고,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몰입과 의도적 수련

  • 언어이론에 의하면, 학습은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i) + 1’ 정도의 긴장이 주어질 때 가장 몰입도가 높다고 한다. 그보다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그보다 난이도가 낮은 경우에는 ‘지루함’에 휩싸인다. 이 적절한 긴장을 찾으려면 스스로 여러 번 실험을 해보고 실패를 해보고 ‘학습’하는 수밖에 없다. 주변에 적절한 피드백을 줄 좋은 코치가 있다면, 이 학습은 당연히 더 잘 될 것이다.
  • 1만 시간의 법칙은 수련의 양적 측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질적 측면으로 따지자면 이 1만 시간으로 달인이 되려면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가 필요하다. 이 의도적 수련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몰입’ 상태에서 행해지는 학습과 가깝다. 우리는 태어나서 1만 시간 이상 칫솔질을 했지만, 여전히 칫솔질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학습도 ‘혼자’ 보다는 ‘함께’ 할 때 더 잘 되는 경우가 많다. 학습의 목적이 지식의 축적, 시험에서 고득점 획득이 아니고 실제 우리 사회에서 사용될 수 있는, 그런 가치가 있는 ‘제품’, ‘상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 2. 협력

  • 프로젝트 역할 배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재미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역할 배분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야 간신히 명확해진다. 그런데 대개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첫 회의에서 甲은 A를 하고, 乙은 B를 하고, 丙은 C를 하고…, 하는 식으로 나눈다. 그렇게 나눈 다음 각자 열심히 일을 하고 다시 만나면,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팀이 일하는 방식

  • 12개의 일을 12명에게 나눌 때, 1명이 1개의 일을 각각 맡는 병렬 방식이 과연 효과적일 것인가. 그리고 그런 조직을 곱하기 시너지를 내는 ‘팀’(team, 서로 얽혀 있는 형태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그냥 더하기 효과를 내는 작업 그룹(work group, 리더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형 조직)에 가깝다.
  • 한 프로그래밍 구루에게 위와 같은 케이스를 물어보았다:

Q. 12개의 일과 12명의 사람이 있다. 너는 어떻게 업무를 나누겠느냐?

그의 답변은 이랬다:

A. 우선 12개의 일 중 3개의 일을 12명이 협력하여 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섞여서 서로에 대해 배우도록 한다.

심리적 안전감

  • ‘학습한 것을 공유한다.’ 제대로 ‘공유’하려면 그 밑바탕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협력의 기본은 ‘신뢰’다. 이 신뢰는 google 연구에서 다른 말로 표현된 적이 있다.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팀원들이 과감히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밑바탕이다.
  •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패러다임 전환.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면 오히려 더 큰 실수가 생기는 역설이 있다. 산불이 나지 않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가소성 물질이 쌓여서 큰 산불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산불이 여러 번 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한다.
  • 실수가 적은 조직이 무조건 좋은 조직이라고 볼 수 없다. 대개 그런 조직은 실수가 없는 것이 아니고 실수가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수를 드러낼 수 없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가 공유될 리 없다. 개인도 조직도 실패를 통한 학습을 이뤄낼 수 없다.

전문가 조직에 대한 환상

  • 뛰어난 사람(전문가)가 여럿 모여 있는 팀이 항상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을 융화하고 협력하도록 하려면 좋은 코치가 필요하다. 오히려 이 코치의 역량이 전문가들을 서로 협력하도록 하고 시너지가 나도록 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학습하고 협력하는 조직

  • 학습과 협력이 가능한 조직은, 그 조직에 속한 개인은 물론 조직 자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일의 방식을 달리 하면 일을 하면서, 업무를 하면서 개인과 조직이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개인과 조직은 사회에 가치를 주는 제품을 전달할 수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7가지 방법

서재근,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2015)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여느 기획방법론 책들과 달리 굳이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왜 장점일까. 좋은 이야기는 독자를 참여시킨다. 독자는 이야기에 빠져 유사 경험을 내재화한다. 책을 덮고 한참이 지나도 내용이 선명히 기억난다. 주인공인 5년차 광고인 김지학 대리의 성격이나 그가 처한 상황, 내부 경쟁 PT에서 패배한 그의 당혹감, 팀을 옮기면서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집념, 새로운 팀에서의 변화, 배움, 도전 등등.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습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의 각도를 넓혀라.” 생각을 깊이 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각도를 넓히라는 말은 좀 낯설다. 다양한 각도로 접근을 하라는 말은 많이들 쓴다. 저자는 ‘통찰력’은 ‘같은 사물과 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사물과 현상을 기존과는 다른 각도로 바라볼 때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각도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항상 같은 각도로만 보던 사람은 그 각도에 익숙해서 그것에 익숙해진 사실 조차 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말이 통하려면 그 자신이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고, 그에 앞서 대체 어떤 생각이 고정관념인지부터 알아야 할 터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이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크게 7가지이다:

  1.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2.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
  3. 입체적으로 생각한다.
  4.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5. 프로세스에 연연하지 않는다.
  6. 진짜 문제를 생각한다.
  7. 숫자를 믿지 않는다.

먼저,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취하면서도 스스로의 생각의 스위치를 항상 켜두라는 말이다. 당연하지! 정말 당연한가? 전문가의 의견도 최대한 다른 각도에서 최대한 냉정하게 의심해보자.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관념은 우리를 구속하는 생각, 일종의 ‘한계점 같은 생각’이지만 그 한계점을 극복할 때 우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줌과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고정관념을 찾으려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원래 그런 것으로 느껴지는 것 앞에서 멈춰 서는 연습을 해보라. 고정관념을 찾으면 반대로 생각해보라.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의심은 해보라.

입체적 사고란 “주어지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의 단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각도에 따라 보이는 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의 각도를 펼쳐 입체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습관”을 말한다(p.183) 이 습관을 훈련하는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정의하거나 단정짓지 않는 것이다.

회의 시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터무니없다거나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이야기는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 또는 단면적 사고를 건드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인내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접근해보자. 이것은 아이디어를 찾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회의에 임하는 좋은 자세이기도 하다. 회의 때는 받아적기보다는 질문을 하며 그 생각의 궤적을 좋고 나의 의견과 갈라지는 부분을 체크해두자.

프로세스를 중시하되 프로세스에 갇히지는 말자. 프로세스는 때로 의심의 여지를 지워버린다. 프로세스에 생각을 지배당하지 말고 생각으로 프로세스를 지배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최대한 단순화하면 결국 ‘목표’, ‘해결과제’, ‘해결방안’ 이 세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해결 방안에 대한 통찰(아이디어 발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문제 설정’이다. 부정적인 상황 자체를 문제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현상(phenomenon)과 문제(problem)은 다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기획은2형식이다⟫를 참고)

숫자는 힘이 세다지만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특정한 의도’에 취약한 면이 있고 그래서 얼마든지 그릇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숫자는 숫자로 명시된 사실 이면의 맥락을 ‘단면화’하여 우리의 입체적 사고를 방해한다. 소비자 조사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고, 그들에게는 좀 더 바람직해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려는 습성이 있다. 조사는 인사이트의 부족을 메우는 보완재일 뿐이다.

읽으면서 가장 머리가 시원해졌던 부분은 아래. 주어진 문제(30~40대를 핵심 타깃으로 출시된 음료를 어떻게 더 잘 팔 것인가?)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타깃을 설정함으로써 문제 설정 자체를 새로 해버리는 대목:

우리는 그것을 조사의 오류 혹은 조사 분석의 오류로 생각했어요. … 우리도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해봤어요. 대신 OOO에서 묻지 않은 질문 하나를 더 포함시켰죠. ‘찌뿌듯하고 집중이 잘 안 될 때 여러분은 보통 무엇을 원하게 되는가?’ … 그 결과 애석하게도 ‘음료로 머리를 맑게 하겠다’는 대답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30~40대 직장인들은 ‘사우나에서 쉬고 싶다’, ‘산책을 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던 거에요. …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건 어쨌든 업무를 피해 잠시나마 쉬는 거예요. 그것이 그들의 진짜 욕구죠. 김 대리가 파악한 건 그들의 진짜 욕구라기보단 포장된 욕구가 아닐까 싶어요.

이 책, 345쪽

마지막으로, 영국 끝자락에서 런던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타스케 팀장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책에서 확인하시길.) 나의 대답은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

넷플릭스의 강력한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넷플릭스(Netflix)라는 신문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 고객 유입을 위해 일단 써보도록 하는 넉넉한 한 달 무료 프로모션 정책
  • 제작비를 퍼부은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 버퍼링이 느껴지지 않는 스트리밍
  • pc, mobile, tv 등 여러 디바이스 사이를 부드럽게 넘나드는(seamless) 인터페이스
  • web chat으로 사용해지-결제취소-환불까지 한 큐에 즉시 처리해주는 (국내 통신망 사업자들이 ‘고객 관리’라는 미명으로 구질구질하게 들러붙는 것과 대비되는) 쿨한 사용자 경험

과연 이것이 글로벌 레벨의 서비스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국내 IPTV 서비스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버벅대면서 구동이 된다. 내 돈 주고 사서 보는 유료 콘텐츠를 틀어도 광고 몇 개를 피하지 못한다. 대체 왜?

비디오・DVD 렌탈서비스로 시작하여 글로벌 스트리밍・콘텐츠 플랫폼으로 우뚝 선 넷플릭스의 ‘성공’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럴수록 그 비결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2009년 SlideShare에 넷플릭스의 문화를 설명하는 레퍼런스 가이드를 공개했다(아래).

120장이 넘는 이 culture deck은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표현을 빌려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불리며 여전히 바이럴 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세계적인 것이 될수록 “자유와 책임”이라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패티 맥코드,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2018)

이 책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은 넷플릭스의 성공이 기업문화 그리고 이 문화를 실제로 가능케 한 인사정책 덕분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저자 패티 맥코드는 넷플릭스 초기 1998년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2년까지 무려 14년 간 최고인재책임자(CHRO) 자리에 있었다. 소위 ‘Netflix Culture’를 함께 만든 사람이기에 이에 대한 해설서를 쓰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넷플릭스의 인재 정책은 아주 단순하다:

  • 고성과자를 모셔오는 게 최고라는 것
  • 고성과자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라는 것
  • 고성과자가 자신의 퍼포먼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라는 것 — 어떻게?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 동료를 모두 고성과자로 꾸려준다.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이다.
  •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절차, 정책은 없애버린다.
    작게는 휴가 신청 절차부터 크게는 연례 인사 고과(그냥 자주 피드백 해주는 게 더 낫다), 승진(업무와 승진을 연결시키지 마라), 복잡한 인센티브 체계(업무와 인센티브를 연결시키지 마라)에 이르기까지.
  • 솔직하고 투명하게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사업 내용은 물론이고, 세부 업무 피드백, 내가 왜 이 연봉을 받고 있는지까지.

​이런 인사정책이 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넷플릭스는 성과를 중요시한다.”라는 것입. 그게 곧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이다. 성과 중심. 단순하다. 그래서 강력하다. It’s Powerful!

이런 인사정책이 유지되려면, 리쿠르팅의 안목 부족으로 잘못 채용된 사람들, 한때는 고성과자였으나 시장이 급변하고 사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제는 조직과 맞지 않게 된 사람들을 제때 잘 내보내야 한다.

회사라는 조직이 ‘가족’(혈연으로 맺어진 평생 공동체)과 ‘스포츠팀’(철저히 실적과 성과로 평가되어 in-out이 자유로운 집단)의 어디쯤에 존재한다면, 가족보다는 스포츠팀에 가까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패티 맥코드의 주장은 마치 인간이 학습 가능한 존재이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오해를 익히 받아왔는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고 구구절절 해명합니다.

다만, 넷플릭스와 같이 경쟁적인 시장에서 싸우고 있으며 사업 규모와 범위가 급격히 성장하는 상황의 기업이라면, 기존 구성원이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업무에 대응하기를 기대하고 지원하기보다는 업계 최고 실력자를 데려와서 그 업무를 맡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체되는 기존 구성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들에게 맞는 업무, 팀, 회사는 사실 따로 있을 수 있다. 자주, 그리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어서 그들이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임직원들이 다른 기업의 채용면접을 보는 것이 taboo가 아니다, 여기에는 (업계 최고 대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려는 목적과 함께) 이런 이유도 있는 것이다.

이 책 그리고 넷플릭스 문화에 놀라운 점이 있다면 이 내용들이 단지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행하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에서 14년 간 최고인사책임자(CHRO)로 근무해 온 저자 역시 자신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퇴사시킨) 많은 전(前) 넷플릭스 임직원들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2012년 넷플릭스를 떠나야 했다.

넷플릭스 초기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직접 넷플릭스로 데리고 왔고 이른바 넷플릭스 컬처를 만든 사람이지만, 스스로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이 결말 또한 파워풀하다.

비폭력 대화

우리는 대개 우리의 폭력성을 인정하지 않는데, 이것은 우리가 폭력 그 자체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아룬 간디 (이 책의 추천사)

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 대화⟫ (2004) 읽었다.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의 존재는 ‘대화’도 폭력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폭력 대화의 ‘비폭력’은 마하트마 간디가 사용한 그대로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이 가라앉고 자연스럽게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간 상태”(18쪽)를 뜻한다.

우리 인간의 본성이 연민인가? 불가(佛家)에서는 그렇게 본다. 나와 남을 가여이 여기는 마음에서 자비심이 일어난다. 비폭력 대화를 연민의 대화(Compassionate Communication)로도 부르는 이유이다.

비폭력 대화의 목적은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며, 타인과 보다 솔직하고 공감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 수단이 아래 정리한 4단계 모델(관찰-느낌-욕구-부탁)이다.

비폭력 대화 4단계 모델

  1. 첫 번째 단계, 관찰은 사실과 평가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2. 두 번째 단계, 느낌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느끼는 바를 표현하는 것이다.
  3. 세 번째 단계, 욕구는 두 번째 단계에서 발견한 느낌을 자신의 욕구와 연결하는 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우리 느낌의 원인은 타인의 말과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임을 이해한다. 타인의 말과 행동은 하나의 자극일 뿐이다.
  4. 마지막 단계, 우리의 욕구를 긍정적인 행동 언어를 통해 구체적으로 부탁하는 방법을 배운다.

비폭력 대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감이란 “우리의 모든 관심을 상대방이 말하는 것 그 자체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140쪽)이다.

상대방에게 공감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공감해야 한다. 내가 나에게 공감한다는 게 형식 논리상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습관적으로 자기 비하를 한다. 자신의 욕구를 배반하고 내외적인 강요에 의해 살아간다.

자신에게 공감하려면 우선 자기 내면의 욕구를 들여다보고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를 해야만 한다’라는 문장을 ‘~를 원하기 때문에 ~를 선택한다’와 같은 문장으로 바꿔서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의 욕구를 중심에 두는 것이다.

앞의 세 단계 작업(관찰-느낌-욕구)을 충실히 실행했다 하더라도, 마지막 단계인 부탁에서 “특히 말하는 이가 권위 있는 위치에 있고, 상대방이 과거에 억압적인 권위자를 경험했다면”(126쪽) 부탁이 아니라 강요로 들릴 확률이 높다.

강요에는 “복종 아니면 반항”(122쪽)이라는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질 뿐이다. 우리의 부탁이 진심으로 부탁이 되기 위해서는 “부탁에 응하지 않는 사람의 말을 공감하면서 들어”(124쪽)줄 필요가 있다.

비폭력 대화가 희망적인 부분은 어느 일방이 시도하더라도 쌍방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타인에게 부탁을 할 때도, 내가 타인의 비난/불평을 들을 때에도 사용할 수 있다.

비폭력 대화는 일종의 대화법, 대화기술이 아니라 삶에 대한 성찰적 태도를 가르친다. 단기간에 체화하기 힘든 경지이긴 하지만, 나와 내 주위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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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 한국NVC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