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초대로 달리기 모임에 참가했다. 그 모임은 일요일 아침에 남산순환로에서 모여서 달린다. 집결시각은 오전 8시 45분. 그렇게 이르지도 않고, 집에서 남산이 멀지도 않고. 가겠다고 선뜻 대답했다. 그래놓고는 토요일 저녁부터 괴로웠다.
일어나기는 몇 시간도 전에 일어났지만, 딱 8시 45분에 국립극장에 차를 세웠다. 편도로 3.5km 조금 안 되는 남산순환로를 왕복했다. 왕복 1회에 7km 정도 되는데 이걸 3회전 또는 4회전 하는 것이다. 페이스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지어서 뛰었다.
1회전까진 좋았다. 연이어 나오는 오르막을 즐겁게 올랐고 내리막에선 속도도 냈다. 2회전까진 어찌저찌 마쳤다. 3회전은 걷다시피 뛰었다. 목표로 했던 8마일(12.8km) 달리기를 채우고, 그때부턴 편안히 걸었다. 앞 뒤 양 옆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았다.
이번 달리기 모임 참가는 나의 평소 달리기 철학인 “즐길 수 있는 만큼만…!“에 맞지 않는 이벤트였다. 고통을 감수하며 달리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 혹자는 달리는 사람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겠지만.
함께 달린 친구는 ‘모든 달리기의 20% 정도는 훈련이 될 정도로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줬다. 그 조언에 귀가 열렸던 건 내 눈 앞에 정말 멋진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수십 명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파른 언덕을 사뿐히 뛰어오르는 이들을 경탄하며 봤기 때문이다.
대학 때 한 교수님은 수강생더러 ‘노벨상 수상자 초청 특강’ 같은 게 열리면 수업을 빼먹고라도 가라고 했다. 최대한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그 사람 얼굴만 뚫어지도록 지켜봐도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무슨 아우라 같은 게 느껴질 거라나. 그땐 웃었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좀 알 것 같다.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사는 삶을 생각해본다. 시기를 할 수도 있겠고, 열등감을 느낄 수도 있겠고,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착각에 빠질 수도, 주제 넘게 만용을 부렸다가 낙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자극에 반응할 기회도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다.
일요일 아침 남산순환로에 가보면 언덕길을 힘차게 달리는 사람들을 떼로 볼 수 있다. 달리기가 그들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이기에 그렇게까지 전력을 다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겨진 얼굴에서 웃음이 보인다. 엄청나게 즐거워보인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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