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의 글을 써내는 일

채널에는 글 잘 쓰고픈 사람이 많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글을 잘 쓰려면 자주 쓰고 많이 쓰라는 말이 많다.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서로의 글쓰기 실력을 갈고 닦을 목적으로 ‘700자 클럽’을 시작했고, 먼저 하자고 했으니 뭐라도 쓰긴 써야겠는데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라고 생각하니 정말 어렵다.

이 어려움이 다 글을 잘 쓰기 위하여 바쳐져야 하는 제물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해서 도달하고 싶은 글을 잘 쓴다는 경지는 대체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모두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두루 만족시키지만 이도 저도 아닌 글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 정보가 많은 글을 쓰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정보를 늘어놓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글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생각하는 글을 잘 쓴다의 의미는 ‘80점짜리 글을 너무 늦지 않게, 너무 뜸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 80점의 기대치는 아래와 같다.

우선, ‘독자’를 명확히 하면 50점을 얻는다. 무려 50점이다. ‘독자’를 명확히 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이다. 글을 쓸 때 글의 독자를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쓴다. 그러면 최소한 그 독자들로부터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내가 이 글의 독자로 상정한 ‘700자 클럽’ 멤버들은 나의 이 구구절절한 호소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라 믿는다.

다음으로, ‘글’ 다운 형식을 갖추면 20점을 얻는다.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의미를 이루는 문장을 쓰고, 마침점을 찍고, 이 문장들을 모아서 한 문단을 조성한다. 그리고 나름의 일관성을 가진 몇 개의 문단을 쌓고 쌓아서 하나의 글을 완성한다. 내가 지금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억누르고 어떻게든 규칙을 준수하며 꾸역꾸역 글을 마무리 해내면 20점을 얻는다.

끝으로, 어떻게든 ‘나 자신’이 글에 담겨야 한다. 그러면 10점을 얻을 수 있다. 이 10점은 비록 수로는 작지만, 의미는 거대하다. 글에는 글쓴이의 고유함이 묻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고유함은 반복되는 메세지일 수도 있고 그 메세지를 전개하는 스타일일 수도 있다. 독자는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글을 쓴 사람에 관해서도 알고 싶어 한다. 그 인간적 욕구를 채워주자.

100%의 글을 쓰는 일에 관하여는 나는 알지 못한다. 위에선 마치 글에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처럼 썼지만, 사실 나는 그런 아이디어에 깊이 동의하진 않는다. 내 글이 몇 점짜리인지를 생각하는 행위는 노래방 기계 모니터에 뜨는 점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내가 글을 쓸 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1) 글을 쓰면서 내가 충분히 즐거웠는가, 2) 다시 읽고 싶을 만큼 애정을 담았서 썼는가, 이 두 가지이다. 이 둘이 갖춰지면 다음 글, 또 그 다음 글로 나아갈 수 있다. 독자를 위한 글이라곤 하지만 사실은 나를 위해서 내가 쓰는 글이다. 이 매복의 즐거움을 언제까지고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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