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가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는 글을 쓸까 말까, 블로그 할까 말까 묻는 친구에게 무조건 하라고 당장 하라고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격려하고 부추긴 것이다. 그렇게 내가 등을 떠민 그 친구가 최근 자존감과 자신감의 차이에 관한 글을 썼는데, 나는 이 글이 정말 좋은 나머지 만나는 사람마다 이 글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 친구가 설명한 자존감과 자신감의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자존감은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온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고 자란 사람, 인정을 받아온 사람은 자존감이 높다. 자존감이 높으면 뭐가 좋을까.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긁어도 긁히지 않는다. 누가 꺾어도 꺾이지 않는다. 그럼 유년기를 불행하게 보낸 사람은 영영 자존감을 가질 수가 없는 걸까. 그렇진 않다. 지금이라도 남에게 잘하면 된다. 그래서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된다.
다음으로, 자신감은 나 자신으로부터 온다. 내가 일궈낸 작은 성공들이 쌓여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사실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시도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그게 자신감의 근거가 된다. 작은 도전들이 쌓여서 더 큰 도전과 성취로 이어진다. 자기 자신과의 사소한 약속부터 지키는 버릇을 들이면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이 생긴다. 그게 바로 자신감이다.
이 차이를 머리에 넣고 나니 매니저로서 코칭의 방향도 분명해졌다. 자존감이 결여된 멤버에게는 격려와 인정을 준다. 자기 존재를 긍정할 수 있도록 강점을 찾아주고 강점에 기반한 발전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자신감이 부족한 멤버에게는 작은 성공을 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하고 점점 스트레치 골을 제시한다. 도전적이지만 사실은 해낼 수 없지는 않는 수준의 과제를 제시해준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라면 나는 달리기, 독서, 책 읽기,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셋 중 하나라도 매일 짧게는 5분 길게는 15분 정도 수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일정 기간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게 작은 성공이 되어서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한 번에 성공을 하지 못했다면 너무 좌절하지 말고 더 쉬운 과제로 바꾸거나 구간을 나눠서 다시 도전을 해도 좋다.
나는 가끔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생명의 신비를 자각하고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있다는 사실로부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태어나서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게 참 가상한 일이고 그 자체로 용한 일 같다. 도저히 아무런 힘이 나지 않을 때 이 우주적 사건에서 자신감을 길어올려봐도 괜찮겠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글쓰기 모임이 있다. 이 글쓰기 모임에서 공유받은 일종의 ⟨콘텐츠 가이드라인⟩에는 “글을 쓸 때 단 한 명의 독자를 상정하고 그를 위한 글을 쓰라”는 내용이 있었다. 글쓰기 책에서도 자주 강조되는 포인트인데, 정작 글을 쓰다보면 종종 잊게 된다. 나는 이 글을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한 후배를 생각하며 썼다. 친구야, 우리가 지금 살아있다는 거. 그게 참 굉장한 일이야,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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