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노트: 정답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자

Finding Your Own Way

지난 주에 학부생 후배 두 명과 멘토링 런치를 하며 그들에게 해주었던 이야기와 혼자 했던 생각을 버무려서 토막글로 정리해봤습니다. 이런 유형의 글이 그러하듯 항상 커리어 고민을 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1. 우리는 ‘정답’ 찾는 일에 익숙하다. 그 일에 재능을 보이며 좋은 시험 점수를 얻어서 대학에 입학했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고부터는 그 능력이 나만의 강점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재능의 저주에 빠질 위험이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시험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길을 고르려고 하는데, 그 길이 정말 자기가 원하는 길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2.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나도 그 시절엔 몰랐고,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평생의 과업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니까 일단 약간 여유를 갖자. 대학 졸업 전에 찾아내겠다는 건 너무 조급한 목표일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40세 이전에만 찾고(explore), 그 이후에 전념(exploit)하라는 조언을 해주시더라. 그 말도 참고해보자.

3. 접근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테스트 해보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샘플링(sampling) 하면서 전략적으로 검증해 볼 수는 있다. 관심이 있다는 건 재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신호라는 말이 있다. 산업 분야와 직무, 이 두 개의 큰 그룹을 조합해서 가장 마음이 이끌리는 선택지부터 경험을 해보자. 물론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좋았다, 좋지 않았다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할 수 있으니 그건 경계하자.

4. 대학에서 얻게 되는 건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브랜드, 그 대학을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동기, 선후배, 동문, 교수 등) 그리고 학사 학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하면, 이 세 가지를 바꿀 정도의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휴학까지 써가면서 대학 재학 기간을 늘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귀하다. 그 귀한 시간을 써가면서 대학생활을 아름답게 꾸밀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5. 여러 걱정과 고민이 많다는 건 이해한다. 나도 그 시절엔 그랬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바라는 것을 이미 성취한 사람들은 아무 걱정과 고민이 없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재력과 미모를 타고난 사람들은 그저 행복하기만 할까.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걱정과 고민에 에너지를 쓰느니 그 시간에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다.

6. 좋아하는 게 없고 관심 가는 게 없고 그저 쉬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 만약 그렇다면 지금 많이 지쳐 있는 상태인 것이다. 짧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길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라는 긴 경쟁을 겪었으니 대학에 와서 힘이 빠지는 게 당연하다. 그걸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좀 주면 좋겠다. 꼭 휴학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학기를 다니면서도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것이다. 꼭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가. 거기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7. 여행하듯이 사는 거, 의외로 괜찮은 전략이다. 도전하고 시도하는 모든 것에서 1등이 되고, 최고가 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초등학생을 상대할 때도 전력을 다한다는 밈(meme)이 있지만, 정말 그렇게 살다간 금방 지쳐서 나가 떨어질 것이다.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가끔은 힘 빼고 살고 진짜 중요한 순간에는 집중하고 몰입해서 제대로 해내자.

8. 법조인이 되는 길을 고민 중이라면, 그중에서도 한국 로스쿨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면, 내가 법조인을 하는 게 적성에 맞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리트(LEET, 법학적성시험) 기출문제를 풀어보자. 아무 방해가 없는 날을 가상의 시험일로 잡아서 마치 실제 시험을 치듯이 임해보자.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거 해볼만하다 아니다 감이 올 것이다.

9. 법조계에는 정말 다양한 배경, 성격, 능력을 가진 법조인이 여러 분야, 직무에서 갖가지 형태로 일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 성격, 내 적성이 법조인에 어울릴지 어떨지를 고민하는데 힘을 빼지는 말자. 한국 법조계가 아니라면 미국 변호사시험에 도전하는 방법도 있다. 내 대학 인연 중에는 언론정보를 전공하고, 홍보 에이전시에서 일하다가, 결혼-출산-육아를 하는 와중에 한국에서 미국 변호사 시험을 공부해서 지금은 한국의 모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정말 법조인이 되겠다고 한다면, 길은 많다.

10. 머리로 걱정하고 고민할 시간에 몸으로 부딪히는 게 낫다 – 이걸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주저하게 되는 건 어쩌면 자기 자신이 지금 많이 지쳐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때론 적극적인 휴식도 필요하다. 그것도 좋은 전략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 영혼을 돌보자.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거야말로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답을 찾지 말자. 차라리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자. 정답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자. 나만의 답을 찾겠노라고 마음 먹고, 다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여기저기 부딪혀보자. 그리고 그 여정이 짧지 않을 것이니 계속해서 스스로 몸과 마음, 영혼을 돌보면서 가자.


부활의 김태원은 밴드를 떠나려는 박완규에게 성대가 다쳐도 괜찮다, 마음이 다쳐도 괜찮다. 그런데 영혼만은 다치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러면 노래를 못 부른다고요. 인생의 커리어를 찾는 여정은 정말 길고 긴 여행입니다. 저는 김태원처럼 모질지 못해요. 우리 후배님들이 몸도 마음도 영혼도 다치지 않기를, 스스로 돌보면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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