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한다면, 하루 중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각 분야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관련 분야의 비전문가인 나는 단연코 ‘아침’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다. 이유는 딱 하나이다. 운동은 종일 앉아서 일하는 나에게 “신체활동 부족이란 독”을 푸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중요한 일은 일어나자마자 아침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First things first. 스티븐 코비의 전설적인 자기계발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에 등장하고, 시중의 자기계발서에 숱하게 반복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Amazon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중요한 의사 결정은 아침 10시 회의에서 내린다고 한다. 뇌과학적으로 타당한 이야기다. 깊은 사고를 담당하는 우리의 대뇌는 자고 일어났을 때 가장 상태가 양호하고,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하면 얻게 되는 심리적 유익도 크다. 나의 경우, 아침 운동으로 하루 목표 활동량의 약 50%를, 목표 운동시간의 약 70%를 달성한다. 그러고 나면 남은 하루를 (실제로는 매우 바쁘게 지내더라도) 심리적으로는 안정적이고 여유로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활동을 아침에 완수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이란 말이 있다. 이기는 군대는 전쟁 전에 먼저 이기고(=나는 이미 이겨 있다?), 전쟁을 치른다는 뜻이다. 내 생각도 같다. 어쩌면 대부분의 전쟁, 시합, 경기, 경쟁, 게임은 이미 시작 전에 승패가 결정되어 있다. 나머지는 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월드컵 4강 신화’ 히딩크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자서전 ⟪마이 웨이⟫에 썼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축구 경기를 경기장 안과 밖의 경기로 구분하고, 경기장 안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경기장 밖에서부터 (철저한 분석과 전술적 대비를 하고 심리전에서 부터) 이겨놓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창업했고, 메타(페이스북)에 투자한 피터 틸(Peter Thiel)은 면접에서 이 질문을 자주 한다고 한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동의해주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다수의 의견에 맞설 깡이 있는지, 즉 Contrarian 전략을 취할 수 있는지, Antagonist 성향이 있는지 알아보는 질문이라고 한다.
위 질문에 대한 오늘의 내 대답은 이것이다: 사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게 뒤집히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다. 놀랍게도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인생을 도박하듯이 살아간다. 우리의 인생은 아주 긴 게임인데 말이다.
그렇다. 다행히(?) 우리의 인생은 아주 긴 게임이다. 오늘 져도 내일 다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내일 이기려면 오늘 준비해야 한다. 나의 경우를 대입해서, 아침에 운동하려면 (예외는 있겠지만)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일찍 자려면 이른 저녁 즈음에 많은 것들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무엇이 내게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다. 우리의 인생 여정은 그걸 발견해내는 과정이다. 나도 아직 그 과정에 있다.
Read Next: 아이 둘 아빠의 아침운동 예찬론 (총총아빠 다이어리)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