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016년은,
- 내가 그동안 어머니에 관하여 얼마나 무심했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새긴 해였다. 몇 해 전부터 기력이 약해지셨던 어머니. 항상 건강하셨기에 그저 갱년기 증상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7월에 병원에서 구체적인 진단이 나왔다. 병명을 듣고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 충격이 컸다. 때마침 7월 한 달, 일을 쉬었던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남해로 갔다. 2박 3일. 짧은 기간이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어머니가 쇼미더머니를 즐겨 보시고, 지코를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에 관하여 거의 알지 못하였다. 여행 사진, 여행에서 어머니와 나누었던 대화를 담은 사진집을 만들면서, 혼자 많이도 울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 2월, 아내의 임신을 확인한 때가 올해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9월, 40주의 기다림 끝에 아이를 만났을 때는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고생한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났다. 우리 부부의 모든 시간과 공간은 매우 자연스럽게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아내를 만나 결혼을 결심할 당시 겪었던 ‘가치관의 재편’을 아이를 만나면서 또 한 번 경험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며, 기쁨과 책임감의 최대치를 매일 경신했다.
- 1년 2개월여의 서초동 로펌 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금융 분야, 스타트업 씬과 접점을 만들었다. 커리어 관련 변화이지만, 앞의 두 개인사의 큰 영향을 주고 받은 결정이었다. 새 그릇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채울 일만 남았다. 2017년에는 여기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2017년에는,
- 어머니를 모시고 또 한 번 여행을 가려고 한다.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두었다. 그리고 지코Zico의 싸인이 담긴 CD를 구해서 어머니께 선물할 것이다. 한가위 연휴를 이용한 가족여행 계획도 있다. 명절엔 집에서 쉬는 게 제일이라는 구닥다리 같은 생각은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을 유예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 일이든 생활이든 보다 본질적이고 소중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려 한다. 일정의 군더더기를 걷어내기 위해 손으로 쓰는 플래너를 다시 사용하기로 했고, 그 수고로움을 즐기기로 했다. 여력을 모아서 좋아하는 운동, 특히 수영과 등산을 자주 할 것이고, 아내와 총총이와 여기저기 쏘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을 것이다.
- 읽기와 쓰기 면에서 2016년은 아쉬움이 컸다. 새해에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상황에서 읽으면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를 실험하는 기분으로 읽고 기록하려 한다. 어디까지나 ‘기록’에 방점이 있다. 가훈 “수신(修身)”을 명심하여 몸과 마음을 자주 드러내어 닦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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